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성사된 10일 오전의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회담이 남긴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이 회담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새누리당ㆍ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주호영 새누리당ㆍ우윤근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과 청와대에서 가진 ‘1+4’ 회동이었다.

일단 명백한 성과로는 여야가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유병언법(범죄수익 몰수 대상에 상속ㆍ증여 재산 포함)’·정부 조직법 개정안 등의 국회 통과에 대해 논의했고 8월 중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것 정도다. 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노후불안ㆍ주거불안ㆍ청년실업ㆍ출산보육 불안ㆍ근로빈곤 등 이른바 ‘5대 신(新) 사회위험’ 해결을 위한 여야정 대타협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 같은 국회ㆍ정부간 소통 채널 가동에 동의했다니 이 역시 성과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사 문제에선 야당은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구체적인 답변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충분히 참고하겠다 말했다고 한다. 또 야당은 정홍원 총리 유임을 비판하고 김기춘 비서실장 책임론을 에둘러 제기했지만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여야 원내지도부와 회동을 갖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박 대통령,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소통 문제에 있어선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정례적인 회동을 제안했으며,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대표와의 회동에 제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전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성과를 거론할 부분은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도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던 법안들에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인사 문제에 있어선 최소한의 건의를 했는데 이에 대해서조차 확답을 듣지 못했다.
또 소통의 문제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하는 소통은 야당 측과의 정례적인 만남 수준에 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남은 소통의 시작이거나 일부분일 뿐 소통의 핵심은 아니다. 오히려 집권 2년차에 여야 원내지도부를 처음으로 만날만큼 그간 박 대통령이 만나기조차 어려운 대상이었단 사실이 놀라운 일이다. 박 대통령이 너무나도 만남을 제한하다 보니 야당 지도자들은 대통령을 한 번 만나기만 하면 성과를 운운하게 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 지도부 회동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영역에서의 소통은 적어도 자신을 반대하는 정치적 적대자들의 견해의 내용과 근거를 파악하고, 자기 주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그들과 협의 하에 어떤 부분은 고수하고 다른 부분은 타협하여 합의안을 도출해낼 의지가 있느냐는 것일 터이다. 그간 박근혜 정부의 통치방식에선 그런 의사가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불통’이 지적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을 전혀 만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의 의견을 반영한 타협안을 제시한다면 지금보다는 ‘소통’에 능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가뭄에 콩나듯’ 회담을 한 번씩 가질 때마다 ‘성과’ 운운하는 야권과 언론의 초상은 안쓰럽다.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던 정부 초 정부조직개편안 문제부터 시작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상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잘 활용하는 반면, 의회는 그에 끌려가는 ‘들러리’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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