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극적인 지지율 하락을 이끌어냈던 문창극 전 총리지명자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신문 사설들의 반응이 이구동성, 일치단결의 수준이다.

당장 사설 제목만 봐도 <조선일보>가 <사회부총리 適任 논란 더 키워버린 김명수 후보자> 정도로 점잖게 나무랐을 뿐 나머지 신문 사설은 제목부터가 자극적이었다. <중앙일보> 사설은 <김명수 후보자 사회부총리 자격 없다>, <동아일보> 사설은 <박 대통령, 김명수 후보자 지명 철회하라>, <한겨레> 사설은 <박 대통령의 소통정치, 김명수 철회가 시금석>, <경향신문> 사설은 <김명수·정종섭 후보자만큼은 안된다>, <한국일보> 사설은 <'교육장관 자격 없음!' 확인한 김명수 청문회> 등이었다.
▲ 10일자 조선일보 5면 기사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사설의 반대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중앙일보> 사설은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통한 후보자 검증의 두 축은 ‘공직 수행능력’과 ‘도덕성’이다. (...) 그러나 김 후보자의 공직 수행능력과 도덕성은 모두 낙제점에 머물렀다”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소통 능력과 집중력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의원들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답변을 하는 일이 잦았고, 이로 인해 청문회가 겉돌았다”라면서, “도대체 이런 문제투성이의 인물을 무슨 배짱으로 부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곱게 보려고 해도 김 후보자는 사회 부총리의 자격이 없다. 국회와 청와대의 대응을 주시한다”라며 김명수 후보자를 맹폭했다.
▲ 10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동아일보> 사설 역시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언론과 야당을 통해 제기된 40여 가지 의혹에 대해 단 한 건도 속 시원히 해명하지 못했다”라고 개탄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박 대통령은 첫 내각 구성 때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질 논란에 휩싸이자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임명했지만 윤 장관의 부적절한 언행이 잇따르면서 10개월 만에 해임했다. 윤 장관 임명은 정권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라면서 전례를 환기시켰다.
이어서 <동아일보> 사설은 “앞으로 교육부 장관에게는 법외(法外)노조인 전교조와의 갈등, 공교육 정상화 같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 말귀도 못 알아듣는 김 후보자가 사회부총리로서 노동 복지 현안까지 총괄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은 청문회를 통해 자질 부족을 드러낸 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라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조선일보> 사설조차도 제목에서 수위 조절을 했을 뿐 내용은 신랄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김 후보자의 논문 또는 기고문 등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건수(件數)가 너무 많고 그 종류도 다채롭기 그지없다”라면서, “김 후보자는 논문 표절 문제에 대해선 학계의 보편적 기준과는 전혀 다른 자기만의 기준을 제시했다”라고 비꼬았다.
또 <조선일보> 사설은 “더 중요한 것은 김 후보자가 사회부총리로서 적임자인가 여부다. 사회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대개조를 하겠다며 새로 만든 자리다. 교육은 물론 복지·환경·고용·노동 등 중요 분야의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의원들 질문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해 부총리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을 더 키우고 말았다”라고 진단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이어서 “결국 김 후보자의 거취는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가 과연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주문함으로써 다른 보수언론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태도를 보였다.
▲ 10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중도언론인 <한국일보>와 진보언론인 <한겨레>, <경향신문>의 경우는 수위가 더 높았다. <한국일보> 사설은 “김 후보자는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했고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답변은 납득하기 어려운데다 변명조로 일관했다”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사설은 “낯두꺼움에도 급수가 있다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단연 최고에 속할 것이다”라고 개탄했으며 <경향신문> 사설은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제도가 시행된 이래 비리와 흠결의 가짓수가 가장 많은 인물로 꼽힌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사설은 다른 중요한 사안 두 개를 추가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 사설은 “마침 박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여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과 만나 현안을 논의한다. 차제에 국정원장·장관 후보자 8명의 적격성 여부를 야당과 협의하는 게 좋다.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김 후보자 지명 철회는 소통의 첫 단추다. 김명수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생각이라면 모처럼 야당과 만나는 자리가 무의미해지고 말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툥에 대한 의지가 김명수 후보자의 지명 철회 여부에 의해 판단될 수 있다는 타당한 지적이다.
▲ 10일자 한겨레 1면 기사
또 <한겨레> 사설은 “박 대통령이 여야 원내지도부를 만나 인사청문제도 손질을 요구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정치의 퇴보를 초래하는 행위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견제하라고 만든 제도가 인사청문회다. 그것을 강화한 사람이 본인이다. 인사청문제를 시행하지 않던 영국도 2008년부터 하원 사전인사청문제를 도입했다. 공직자 인사 결정에 대한 의회의 견제 강화가 세계적 흐름임을 보여준다. 청문회 제도를 손대는 것은 중대한 시대착오다”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의원들을 만나는 목적이 자신의 편리 때문이라면 정국을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모든 신문 사설이 이구동성을 반대하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청문회 제도만 손질하면 통과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문창극 쇼크’에 이어서 ‘김명수 쇼크’가 오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한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해석의 ‘극우적 코드’만 중시하다 인사청문회 기간을 ‘허송세월’한다면, 또 한번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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