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도 반복하면 '사기'가 된다. 지난달 30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2014년 가계통신비 경감 방안> 보도자료 첫 장에 ‘mVoIP(모바일인터넷전화) 전면 허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mVoIP 관련 내용은 A4용지 11쪽인 보도자료의 7번째 장에 제목 포함 5줄이 있다. 미래부는 오는 4분기에 “3~4만 원대 3G․LTE 요금제에서 제한돼있던 mVoIP를 허용해 모든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mVoIP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미래창조과학부가 2014년 6월30일에 배포한 ‘2014년 가계통신비 경감 방안’ 자료 중 일부.

그런데 사기다. 마치 LTE 무제한 요금제라면서 일정 용량이 넘어가면 속도가 제한되는 것보다 심하다. 미래부 안에 따르면, 모든 요금제에서 mVoIP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일정 용량을 넘어가면 아예 이용할 수 없다. 미래부 안은 SK텔레콤과 KT는 일부 3G, LTE 요금제(3~4만 원대)에서 mVoIP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유플러스처럼 푼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유플러스는 비슷한 요금제에서 mVoIP 허용량을 30~50㎆로 정하고 있다.

▲ 이통사 스마트폰 요금제별 mVoIP 허용량. 미래부 보도자료에서 갈무리.

진보네트워크는 9일 <mVoIP 전면 허용이라고? 미래부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바란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미래부가 스스로 정한 망중립성 원칙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미래부는 ‘통신망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을 발표하면서 “2014년까지 모든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mVoIP를 허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망중립성이용자포럼은 이용량 제한 가능성을 우려했다.

진보넷은 “이번 조치로 미래부가 공포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과 ‘트래픽 관리기준’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진보넷에 따르면 트래픽 관리기준은 ‘합법적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또는 망에 위해가 되지 않는 기기 또는 장치를 차단하거나 콘텐츠 등의 유형 또는 제공자 등에 따라 합법적인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번 미래부의 mVoIP 정책은 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진보넷은 “‘합법적인 콘텐츠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요금제’가 허용된다면, 망중립성 가이드라인과 트래픽 관리기준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진보넷은 “망중립성 원칙은 비단 가계통신비를 절감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며 “망을 보유한 통신사들이 지금처럼 자의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는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을 차단, 차별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인터넷의 자유와 혁신을 지속하기 위한 기본 전제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차별하는 문턱을 없애라는 주장에 미래부는 문턱은 그대로 둔 채 문만 조금 더 열었다. 결과적으로 데이터가 수백㎆ 남은 이용자라도 정해진 용량 이상으로 mVoIP를 이용할 수 없다. 진보넷은 “미래부는 인터넷 망중립성에 대한 일반적 수준의 이해도, 의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더 이상 우리 시민들의 미래가 달린 망중립성 문제를 미래부에 맡겨놓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진보넷은 국회에 망중립성 관련 법 제정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