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감사원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그간 감사 내용을 정리하여 중간발표했다. 감사원 발표만으로도 공직 사회의 안전 관리 부실, 해경의 초동 대응 미숙 등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모순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그러나 감사원의 중간발표는 청와대의 책임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8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온 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던 4월16일 아침 세월호 참사 골든타임 동안 청와대는 멈춰 있었고 대한민국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7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업무보고에 출석한 김기춘 청와대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증언을 종합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오전 10시 서면보고와 오전 10시 15분 유선보고를 받은 후 오후 5시경 중앙재해대책본부를 방문하기 전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향후 정치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이나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발표에는 나와 있지 않은 사실이다.
▲ 9일자 조선일보 12면 기사
감사원의 발표는 부실했지만 보수언론의 ‘대통령 감싸기’는 충실했다. 보수언론은 오직 감사원의 발표 내용에만 초점을 맞췄다. <한겨레>만이 1면 하단 기사에서 <감사원, 세월호 중간발표에 청와대는 쏙 뺐다>라며 지면 편집에서 이 문제를 의미있게 지적했다. 사설에서 사건 당일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한 것은 <한겨레>와 <한국일보>의 사설 정도였다. ‘조중동’으로 일컬어지는 보수언론에선 이 사실 자체가 다뤄지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안전 위한 국가개조, 청와대도 예외일 수 없다>란 제목의 8일자 사설에서 “특히 청와대 안보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하고, 사고 당일 7시간 동안 대책회의도 없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대면보고조차 받지 못했다니 어이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전체 사설 분량을 생각해 볼 때 비교적 소략한 비판이기는 했으나 사실 자체는 지적이 되었다.
▲ 9일자 중앙일보 10면 기사
같은 날 <한겨레>는 <감사원이 확인한 ‘없느니만도 못한 정부’>란 제목의 사설 마지막 문단에서 “무엇보다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부터 자리에 없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증언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후 늦게까지 7시간이 넘도록 박 대통령은 세월호와 관련한 회의는커녕 대면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김 실장은 당일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4월16일 대한민국은 대통령부터 부재했던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사고 대처 상황은 10일 열리는 세월호 국정조사 청와대 기관보고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관련 자료제출을 대부분 거부하고 있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가능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야당 위원들은 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자료요구에 매우 불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라며 "서면 답변서는 거의 모두 '제출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라는 답변만 달렸고, 야당 위원들이 요구한 269건 가운데 13건만 제출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 9일자 한겨레 6면 기사
정부 조직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을 피하는 데에만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대처하는 가운데 보수언론 역시 이에 적극 동조하는 현실은 세월호 참사가 드러낸 한국 사회의 모순이 ‘관피아’만 말해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관피아’ 운운하며 공공기관의 역할을 민간에게 이전할 거라면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정경유착의 행태는 더욱 심화될 뿐이다. 게다가 그 행태를 옹호할 권언유착의 전통도 있으니 대통령에게만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한국 사회의 민낯은 아닌지 성찰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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