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ubled times lead to healing times, I was sad now i’m feeling fine.

It’s the taking and the giving that makes this life worth living, Makes this life worth living.
I wanna be rich, i wanna be happy, and live inside a love that shines bright enough to last a lifetime.
I wanna be rich, more than a fantasy.
Ride the winds and fly, Spread your wings and fly.
Because, its all a state of mind.”

“힘든 시절이 가면 좋은 날이 오듯, 슬펐던 내 마음도 이제는 밝아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주고받으면 지금의 삶은 살만하게 변해요.
나는 부자가 되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고, 남은 내 삶을 밝게 비춰줄 사랑 안에 살고 싶어요.
백일몽 속보다 보다 훨씬 더 부자가 되고파요.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요, 나래를 펼치고 날아올라요.
모든 건 마음먹기 달렸거든요.”
(Raul Midón, State of Mind에서.)
(http://www.youtube.com/watch?v=BTv24sSNXHc)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부자가 돼서 내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우정을 쌓은 사람들과 내 적들까지도(부자가 되면 그 정도 도량은 생기겠지.)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 읽고 싶은 책을 얼마든지 읽고, 듣고 싶은 음악을 얼마든지 듣고, 보고 싶은 영화를 얼마든지 보고, 구경하고 싶은 곳을 얼마든지 구경하고, 편안하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편안하고 싶고, 모두를 그렇게 만들고 싶다.
나는 돈 없는 무명 소설가에 번역가로, 내가 그렇게 스스로를 부를 뿐이지 아무도 내게 의뢰를 해오는 일이 없고, 내가 직접 찾아가도 백번의 한번 계약을 할까 말까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하고 노느냐면 그건 또 아니라서, 매일 각종 글을 14시간 씩 쓰고 있다. 소위 개인작업이 9, 의뢰작업이 1의 비율이다. 그렇다고 구직활동을 안 하느냐 하면 그것도 또 아니라서, 매일 사람인이니 잡코리아니 하는 구직관련 사이트를 뒤져가며 공채나 수시채용 공고를 찾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쓴다. 사실 개인작업 9 중에 3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방법이 잘못 되었는지, 아니면 목표 설정이 잘못 되었는지, 나는 여태껏 뾰족한 수도 제대로 된 결과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부를 달성하기는커녕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조차 못한 채 여러 사람에게 기생하고 민폐를 끼치며 살아가고 있다. 전원 케이블 접속단자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꺼져버리는 15년 된 중고 소니 VAIO 노트북의 키보드를 14시간 씩 두들기면서 열심히 사는 데, 왜?
내 이 질문에 대해 <부의 추월차선>의 저자 엠제이 드마코는 말한다. “나도 한때 너 같았고, 지금은 아니야. 차이를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
내게 자기계발서를 읽는 습관은 없다.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그날 하필이면 내가 면접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려는 데, 지하철에 있는 대형서점 분점 같은 깔끔한 코너를 발견하고 들어갔다가, 충동적으로 산 책이다. 30살에 부자 되어 은퇴하라는 그 책의 말을 믿어 샀다기보다는 얼마나 신기한 이야기를 하는 가 궁금했다.
책에서 하는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삶에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인도, 서행차선, 추월차선.
책은 말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역경을 이겨내고 제대로 공부해, 개인사업을 벌여, 알아서 돈을 벌어들이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말한다. 별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이를 위한 길이 추월차선이라는 말이다. 부를 병렬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자동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인이 되는 길이다.
반면 서행차선과 인도는 부자가 되기 어렵다. 서행차선은 평범한 사람이 걷는 길로, 시간과 돈을 바꾸며, 절약하고, 저금하며 돈을 모으는 길이다. 엠제이는 부자 되기 힘든 길이고, 되더라도 50년 걸려서 부자가 될 텐데, 나이 먹은 할아버지 할머니 되어 무엇 할 것이냐며 반문한다. 인도는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자주 하는 말에 ‘기마에(気前) 좋은’ 길로, 남들 보는 데에 부자로 보이는 것을 의식하고, 인생 한방을 노리면서, 노력은 안하는 사람이 걷는 길이다. (어쩌면 나는 인도와 서행차선 사이의 갓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카고에서 자란 친구도 별로 없는 뚱뚱한 아이였던 저자는 도넛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날, 눈앞에 ‘드림카’ 람보르기니 쿤타치(이 책에서는 카운타크라고 잘못 번역했다.)를 탄 25살 정도 되어 보이는 평범한 발명가를 90초 간 영접하고 하게 되었고,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업을 해 보려고 꾸물거리고, 어머니 집에 얹혀살며, 빚은 늘어나고, 파트타임 인생에, 새벽 3시에 출근하고, 대학은 5년 다녀 졸업했지만, 막노동꾼이나 다름없이 살다가, 26살에 우울증에 걸려,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다시 말해, 그는 실패했고 가난했다. 그의 과거는 지금의 내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20대의 모습이라고 과장해서 말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나 자신의 현재 모습임은 확실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그가 성공하게 된 원인은 시스템을 구축한 데에 있었다. 처음에 그는 홈페이지 구축을 공부해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돈을 벌었다. 지금의 나와 같다. 그는 프로그래밍을, 나는 집필을 한다. 그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구축해야 할 홈페이지가 늘면 그만큼 돈도 벌지만, 그만큼 일해야 할 시간도 많아진다. 돈을 벌어도, 일하는 시간은 길어지기만 한다. 그는 주당 평균 60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0시간? 솔직히 지금의 한국에서는 이 정도로는 별 것 아니지만 그에게는 엄청난 일이었나 보다. 아니, 지금 우리나라가 그만큼 문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엠제이는 그렇게 일한 만큼 벌었다.
그러다 그는 스스로 돈을 버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많은 인터넷 부자들이 같은 방식으로 부자가 되었고, 우리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부자가 되라고 알려준다. 재능이 아니라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노력을 들이면 된다고. 인기와 타고난 재능은 부의 필요조건이 아니고, 돈을 빠르게 벌기 위해서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게 해야 하며, 변화는 순간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니.
시스템을 만들어 돈을 벌게 만드는 것, 돈이 돈을 벌게 만드는 것, 공부가 부족한 내가 알기로는 이게 자본가가 돈을 만드는 방식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 모르겠다. 자본주의에 딱 맞는 방식이로구나. 인물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돈을 버는 것. 내가 저번 서평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스템을 움직일 능력을 갖추기 위해 지식을 갖추자고, 그런 의미에서 <한시치 체포록>을 읽자고 했었다.
통제력.
지식.
결단.
돈을 버는 열쇠는 이 세 가지며 그중에서도 통제력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절약하고 아낄 힘만 가지라는 말이 아니라, 자기 사업의 모든 부분을 파악하고 스스로 통제하라는 말이다. 종자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론 돈을 아끼고 모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도 통제력이 필요하다. 지식을 모으기 위해서도 통제력이 필요하다. 결단을 내리는 데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과연 개인의 역량만으로 모든 게 다 변할 수 있을까? 일단 그 종자돈 모으는 것 자체가 어려운 데? 살기 위해 필요한 의식주로 돈이 다 나가버리는 데 말이다. 이 나라에서는 그 종자돈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 부를 이루기 위해 50년이 걸리는 게 아니라 부를 이루기 위한 종자돈 만드는 데 50년이 걸릴 판국인데 과연 추월차선을 탈 수 있을까?
나는 이 책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이 책이 자본주의 룰 상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시스템의 전제조건(여기서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만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시스템이 알아서 돈을 번다고는 하지만 이는 시스템이 가동될 조건을 만족할 때에나 가능하다. 시스템은 룰을 지키겠다는 모두의 합의와 시스템을 돌릴 원동력이 될 사람을 유지 보수하는 외부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과연 자본주의 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추월차선이 존재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나라가 자본주의라는 룰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인지는 읽는 분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자본주의가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다.)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하기 위한 또 다른 전제로 유지보수를 위한 외부 시스템이 있다. 컴퓨터를 돌리려면 전기라는 외부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전쟁에서 부대가 전투를 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병참, 수송 등의 전투 외부에 존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스템을 구축해 돈을 벌려면 시스템을 움직여 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들이 없이는 시스템은 그저 언어로 만들어 놓은 기획서 위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결국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엠제이의 이론에 따르면 물리적인 시간을 노동을 통해 돈으로 바꾸는 노동자, 서행차선을 달리는 사람들이다.
서행차선을 달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추월차선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추월차선은 사악하다고 해야 할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추월차선과 서행차선은 서로 의존하는 관계다. 만일 추월차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서행차선은 차량이 혼잡해 더욱 느려질 것이고, 차를 포기하고 인도로 내려가는 사람마저 나올 것이다. 서행차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추월차선은 의미를 잃는다. 추월할 차선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데 추월할 수 는 없는 노릇이다.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도, 시스템을 돌려줄 사람도,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동시에 서로가 필요로 하는 만큼 서로를 견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가 룰을 지키겠다는 합의가 전제 되어야 한다.
합의라고 하면 서로서로 봐주고 도와주는 한국식 인정주의를 의미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아니다. 축구에서 축구의 룰을 지키지 않으면 축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만일 서로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봐주고 규칙을 어긴다면 축구 자체가 의미를 잃고 붕괴한다. 축구의 룰을 지킬 때, 두 팀이 서로 경쟁할 수 있다.
만일 힘 있는 자가 시스템을 유지하는 룰을 어기고,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외부 시스템을 쥐어짜서 시스템을 과도하게 굴리려 든다면(IT업계에서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고 들은 바가 있다.) 당장은 결과를 볼지 모르나 결국 붕괴하고 만다. 기계부품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이라면 부품이 마모되거나 망가지면 교체하면 되지만, 인간은 부품이 아니다.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외부 시스템에 공평한 보수가 돌아가는 신진대사가 일어나지 않으면, 시스템은 자기복제와 증식을 거듭하는 암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는 부의 재분배와는 다른 이야기다. 부의 재분배는 분명 의미 있는 일이고 중요한 개념이나, 자본주의 시스템의 자유경쟁과는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
노동자도 자본가도 결국 때로는 소비자다. 사회 전반의 부를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상품을 만들어도 살 사람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낙수효과 같은 소리는 아예 하지를 않았으면 좋겠다. 낙수효과는 기우제 지내는 제사장이 직접적 인과관계 없이 제사 지내면 비가 내리리라 믿은 것과 같은 수준의 미신이다. 부자에게서 가난한 사람에게로 돈이 흐르는 구체적인 시스템이 없이 그저 부가 남아 아래로 흘러내릴 것이라는 레토릭만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방이라는 레토릭만 믿고 아무 것도 안하는 사람을 엠제이는 ‘인도를 걷는 사람’,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가난해지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종자돈을 만들 만큼 평등하고 의미 있는 보수가 돌아가지 않는 이 나라에서는 추월차선은 불가능하고, 추월차선이 없는 자본주의는 절름발이다. 자본주의는 자본가가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자본가의 길인 추월차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파탄이다. 민영화니 자유경쟁이니 신자유주의니 하는 레토릭으로 자본주의의 룰을 깨려는 자들은 우리가 추월차선으로 옮겨 타는 것을 막으려 드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나는 책을 팔아 생활을 하고 싶다. 유명 작가가 되는 것은 나의 추월차선이다. 하지만 독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세상사를 보면 내가 유명 작가가 되더라도 책을 팔아 생활이 가능할지 불안해진다.
그 원인을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만, 나는 이에 반대한다. 오히려 전자책을 보는 인구가 늘었으면 늘었지 독자가 책 대신 스마트폰을 선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독자에게 책을 살 돈과 읽을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닐까? 독서를 할 시간이 없다는 흔한 핑계는 어쩌면 엄정한 사실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이 작가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들이 책을 읽을 시간적, 물질적 여유를 갖기 위해서, 우리나라에는 추월차선이 제대로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이 실현되지 않는 한, 나는 실력을 키워 인정을 받더라도, 책 팔아먹고 살지 못할 것이다.
내게는 이 책이 일종의 포르노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기대를, 시스템을 만들어 부를 이루어 마음껏 책을 쓰고 책을 읽는 생활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포르노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환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무언가라고 나는 정의한다. 성적 욕망이든 물적 욕망이든 심리적 욕망이든, 그 욕망이 현실에서 불가능하기에 도피하게 만들어 주는 모든 것이 내게는 포르노다. 나는 미국에서 현실인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포르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슬프다.
언젠가 이 나라에 8차선 아우토반 추월차선이 생기고 누구나 이 차선으로 달리는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서평을 마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린 것이고, 행동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믿으며.

손지상

소설가이면서 번역가이다. 미디어스에서는 범은하활자박멸운동위원회에 정기 보고서를 제출하는 '9급 에이전트 S009'를 자처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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