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공동성명이 발표되었지만 이에 대한 신문들의 해석은 제각각이었다.

정상회담 내용에 가장 비판적인 것은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두 개의 사설을 할애하여 정상회담의 내용적 성과를 분석했는데, 사설 제목이 각각 <북핵·과거사 모두 한계 드러낸 한-중 정상회담>, <경제협력 깊어질수록 경계해야 할 의존 심화>일 정도로 비판적인 시선을 보였다.
▲ 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일본 문제 관련 보다 '민족주의적 견해' 주문한 한겨레
<한겨레>는 <북핵·과거사 모두 한계 드러낸 한-중 정상회담>란 제목의 사설에서 “공동성명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언급에 그쳤다. 구체적인 방안을 전혀 내놓지 못한 것은 이번 회담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 공동성명은 군대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부인하려는 일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 아베 정권이 본격화한 집단적 자위권 강화 움직임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도 의외다. 이번 회담에서 일본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것이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안보공조 노력에 영향을 줄까 봐 우려하는 미국의 눈치를 본 듯한데, 이는 잘못된 태도다”라며 회담내용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북한문제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좀더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하고, 일본문제에 관련해선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것을 주문하는 ‘민족주의적’인 견해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한겨레>의 태도는 같은 진보언론인 <경향신문>의 시선과는 차이가 있었다. <경향신문>은 <한·중 정상회담이 남긴 과제>란 제목의 사설에서 “양국이 북한 문제에 여전히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대북 압력을 통해 비핵화를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북·미 간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회담내용이 북핵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방책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단 점에서 이 문제에 관한 <경향신문>의 시선은 <한겨레>와 흡사하다.
▲ 4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회담 내용의 실질적 내용 부족 지적한 경향신문
그러나 <경향신문>은 같은 사설에서 “대일(對日) 압박 공조를 하지 않은 것은 바람직했다. 일본과 과거사·영토 문제로 갈등하지만 협력 대상이기도 하다. 한·중이 한편이 되어 일본을 몰아치는 것은 결코 한국의 외교 전략이 될 수 없다. 한국이, 혹은 한·중이 동북아 갈등의 축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그런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한겨레>와는 정반대로, 한중이 대일압박 외교를 하지 않은 것을 신중한 처신으로 평가했다. 국내 정치문제의 경우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견해가 이 정도로 차이가 나는 일은 흔하지 않다. <경향신문>의 경우 <한겨레>에 비해 한국 외교의 고충을 이해하는 ‘국제주의적’인 시선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 외의 언론들은 대체로 북핵문제와 일본문제에 대한 양국 정상의 대응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한 ‘평균적인 시선’을 가장 잘 드러내 보인 신문은 <한국일보>였다. <한국일보>는 <한중 정상 북핵 확고한 반대, 대일 메시지 아쉬움>라는 제목부터 ‘평균적 시선’의 극치임을 보여주는 사설에서 공동성명이 두 문제에 있어 모두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일보> 사설은 “북핵 대신 한반도 핵이라고 표현했지만 시 주석이 중국 최고지도자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에 앞서 남한을 방문했다는 상징성에 더해 김정은 정권에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라면서 정부가 자랑하는 외교적 성과를 일부분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과거사 문제 언급 안 한 조선일보, 한미일 반공동맹 강조한 동아일보, 경제 중심으로 본 중앙일보
보수언론들의 입장은 조금씩 엇갈렸다. <조선일보>의 경우 <北核 해결 없이 진정한 '韓·中 글로벌 동반자' 되겠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에게 북한에 대한 압박을 요구하는 한편, 일본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아예 언급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 4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 사설은 두 정상의 발언에 대해 “전 세계가 다 들으라고 한국에 대한 친밀감을 과시한 셈”이라 평하면서도, “중국은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 기존 북핵 해법만 고집할 게 아니라 북한 문제에 관한 한·중 논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다”라고 주문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대(對)중국 포위망을 짜려고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이 미국·일본 쪽으로 급속히 기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국은 점차 이 문제에서 균형추 같은 존재가 돼가고 있다. 한국의 선택이 경우에 따라선 중국의 엄청난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이 이번 시 주석 방한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라면서 중국을 일정부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향신문>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국제주의적’인 시선을 보여줬지만 한·미·일 반공주의 동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시선을 역력하게 드러냈다.
<동아일보>의 경우 <한중 정상, “북한 핵실험 반대” 실천해 평화의 돛 올려라>라는 무난한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동아일보> 사설은 “한중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돈독한 유대 관계를 재확인했지만 현실적으로 한미동맹을 대체하거나 능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 땅의 자유와 번영을 뒷받침해온 한미동맹을 공고히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협력도 탄력적으로 확대해가는 외교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라고 지적하면서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한·미·일 반공주의 동맹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일보>는 <한·중 관계 새 이정표 세운 시진핑 방한>란 제목에서 드러나듯 정상회담의 성과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 사설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타결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등 금융인프라 구축” 등 경제협력 문제를 먼저 언급했다. 다른 언론에서도 경제협력 문제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중앙일보>처럼 서두에 나오지는 않았다. <중앙일보>가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려준 사설 구성이었다.
▲ 4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그러나 <중앙일보>는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과 경제적 이익과 역사적 유대에 기반한 한·중 관계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중 관계 발전이 한·미 동맹에 손상을 초래하는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한국 외교의 지난한 숙제로 남게 됐다”라고 지적하면서 역시 한·미·일 반공주의 동맹을 지지하는 선에서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보수언론의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