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드디어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절감’ 정책은 가입비를 50%로 인하하고, mVoIP(모바일인터넷전화)를 모든 요금제에서 전면 허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재탕’이다.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서 가입비를 내는 가입자는 ‘호갱님’으로 통한다. mVoIP 허용은 애초 이통사의 ‘횡포’ 때문에 부분적으로 제한돼 있었다. 이통사는 그 동안 ‘데이터는 종류에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흘러야 한다’는 망중립성 원칙을 위반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미래부는 “2014년 10월까지 이통3사에서 모두 선택형 LTE 요금제를 출시하여 이용자가 자신의 소비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간헐적으로 LTE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수요를 반영하여 LTE 선불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의 요금제 선택권 확대를 위해 3만원대 중심의 장애인 전용 스마트폰 요금제를 4~5만원대 구간까지 확대하고, 기존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늘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알뜰폰 활성화도 대책 중 하나다.
그런데 이 대책들은 통신요금 인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그리고 이미 지난해 발표한 것을 재탕하거나 매년 나오는 정책이다. 가입비는 내는 고객이 ‘호갱님’ 취급을 받고 있다. 데이터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2G 사용자에게 데이터 요율을 낮춰준다는 것은 ‘선심성’ 정책이다. 데이터로 돈을 버는 시대에 음성통화 요율 인하도 선심성이다. LTE 상품 중에는 이미 음성통화가 무제한으로 풀린 것이 많다. 데이터 제공량 확대도 요금은 그대로 두고 제공량만 늘리겠다는 이야기다. 사실상 요금인하 정책은 없다.
전자신문은 1일자 사설 <파격적 통신요금제로 합리적 소비 유도해야>에서 미래부 정책을 이같이 요약했다. “소비자가 이렇게 여길 만하다. 내년에 없어질 가입비의 추가 인하는 이미 예고됐다. USIM도 가입할 때 면제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다. 매달 내는 실제 요금 인하라는 알맹이는 빠진 채 일회성 비용만 낮춰 실질적 혜택이 많지 않은 셈이다.” 다만 전자신문은 mVoIP 허용과 선택형 요금제 확대는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사업자들은 매출 감소에도 정부 정책을 따랐는데 이 같은 반응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MBC는 같은 날 <정부 “가입비 없애 통신비 부담 줄이겠다”…도움 될까>라는 리포트에서 미래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접근했으나 제시한 해법에는 한계가 있다. MBC는 “부담스런 단말기 할부금 대책은, 오는 10월 보조금 전면 공개가 전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속칭 ‘보조금’은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으로 사업자들의 유일한 경쟁영역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정부에 통신비 인하 의지가 있다면 보조금을 때려잡는 시간에 이통사에게 통신요금 원가자료를 받아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해마다 요금 할인을 유도하는 게 맞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정책이 장관 교체기에 그것도 방송과 통신 간 700㎒ 주파수 대역을 놓고 싸우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최근 이통사 자회사에 알뜰폰 시장을 허락하고 활성화를 제출했다. 최근 이통사는 정부와 사이에서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거래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통신비 경감 대책도 이통사의 적극적인 시그널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대부분 언론은 미래부 자료를 그대로 받아썼다. 한겨레, 조선일보,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관련 기사는 미래부 보도자료를 요약 정리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