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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 자본주의가 빚은 쌍둥이의 지옥도[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4.06.30 10:24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블러드 브라더스>에서 쌍둥이 형제가 이별해야 하는 비극은 돈 때문에 일어난 사단이다. 남편이 어린 여자와 눈이 맞아 달아나는 바람에 존스턴 부인은 쌍둥이 아들을 모두 키울 경제적인 여력이 없다. 두 아들 가운데 한 명인 에디를 부잣집 라이언즈 부인에게 위탁하는 건 아들의 생이별을 존스턴 부인이 자행하는 패륜이 아니라, 존스턴 부인이 돈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벌어지는 비극이다.

한데 돈 때문에 벌어지는 비극은 <블러드 브라더스>가 다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된 중국 뮤지컬 <마마 러브스 미 원스 어게인> 역시 돈 때문에 벌어진 사단을 묘사한다. 원나의 외아들 샤오치앙이 엄마에게 칼을 휘둘러 다치게 만든다는 건 엄마 원나를 엄마가 아닌 저금통으로밖에 바라보지 못한 철없는 아들의 패륜 범죄다.

   
▲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 송창의 조정석 Ⓒ쇼노트

가족 다음에 돈이 있는 게 아니라, 가족 위에 돈이 있는 배금주의의 폐해 혹은 아픔을 <블러드 브라더스>와 <마마 러브스 미 원스 어게인>이라는 두 뮤지컬이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선보이고 있다. 참고로 <마마 러브스 미 원스 어게인>은 상해 푸동 공항에서 엄마에게 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해 엄마에게 앙심을 품고 엄마를 9차례나 칼로 찌른 실제 패륜 범죄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돈이 없어 생이별을 경험하는 미키와 에디 두 쌍둥이 형제는 한 핏줄로 동시에 태어났지만 누구는 부잣집 아들로, 다른 하나는 가난한 집에서 하층민의 정서를 물려받으며 자라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경제적인 불평등이라는 운명의 아이러니는 에디에게는 경제적인 수혜자로, 반대로 미키에게는 피해자로 작용하게끔 만든다.

   
▲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 포스터 Ⓒ쇼노트

<블러드 브라더스>에서 유산 계급, 돈이 많은 라이언즈 가문은 돈이 없는 존스턴 부인에게 직간접적으로 가해자로 작용한다. 에디의 주위에 친엄마인 존스턴 부인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염려하는 라이언즈 부인은 애꿎은 존스턴 부인을 해고한다. 일자리가 필요한 미키의 일자리를 빼앗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 역시 라이언즈 부인의 남편이 자행한 일이다. 강자가 경제적인 약자를 어떤 방식으로 괴롭히고 생계를 앗아가는가를 <블러드 브라더스>는 존스턴 부인과 라어언즈 부인이라는 유비를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경제적 약자인 미키가 에디보다 죽어라 죽어라 하고 열등한 지위에만 국한하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부잣집 도련님 에디보다 우월한 면도 있으니 그건 바로 인생에서 ‘철드는 것’이다. 에디는 막히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미키는 다르다. 돈도 백도 없는 미키의 입장에서는 인생의 장애물을 만날 때면 돈 외의 다른 방법으로 출구를 찾는 방법을 어려서부터 터득해야만 했다.

그래야 슬럼가에 가까운 인생의 가시밭길에서 헤쳐 나갈 수 있었을 테니. 인생의 장애물을 만났을 때 돈이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출구를 찾는 방법에 서툰 에디보다는, 어려서부터 위기를 감각적으로 탈출하는 방법을 익힌 미키가 에디보다 훨씬 철이 빨리 들 수밖에 없다. 18살 이후의 미키의 모습이 에디보다 철이 들었음을 보여주는 건 ‘돈의 유무’다. <블러드 브라더스>는 누군가에게 돈이 없다는 건, 꼭 그가 경제적인 약자의 지위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도리어 철이 빨리 드는 지름길에 가까이 있음을 보여주는 뮤지컬이기도 하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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