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컨트롤타워 격으로 만든 공룡부처다. 2014년 예산 규모도 총 13조6537억 원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예산 1조1213억 원의 열배가 훌쩍 넘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각 2기를 구성하면서 최양희 서울대 교수(컴퓨터공학부)를 지명했다.

최양희 후보자는 경기고-서울대 출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에도 있었고, 한국정보과학회장,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장을 지냈다. 언론과 업계에서 그의 이력에 대해 별 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정도로 최 후보작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뚜껑을 여니 각종 의혹이 쏟아진다. 삼성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에 맞춰 발족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을 최양희 후보자에게 맡겼다. 삼성은 미래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최대 이해관계자다. 이 경력 한 줄은 7월7일 국회 인사청문회의 최대쟁점 중 하나다.

이른바 ‘삼성장학생’ 논란 외에도 쟁점과 의혹은 여러가지다. 병역법 위반 의혹, 부동산 투기 및 위장전입 의혹, 금융자산 급증, 억대 소득 미신고 등 미래부가 공식해명한 것만 9건이다. <미디어스>가 29일 현재까지 제기된 최 후보자 관련 주요 의혹과 이에 대한 해명을 정리했다.

1. 억대 소득 신고 누락과 급증한 금융자산

최양희 후보자는 지난 2006년 3월부터 6년 동안 포스코ICT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최 후보자는 총 73회 이사회에 참석했는데 이때마다 ‘교통비’ 명목으로 150만 원 정도, 총 1억95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그는 이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고,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늑장 납부했다.

KBS는 27일 “서울대 교수였던 최 후보자가 사외이사를 하면서 받은 돈은 뺀채 교수 급여만 세무당국에 소득으로 신고한 것”이라며 “대기업 사외이사들의 소득은 근로소득으로 분류돼 소득세법상 원천징수 의무를 지는데도 웬일인지 소득신고가 되지 않았다”고 단독보도했다.

▲ 최양희 미래부 장관 후보자 관련 KBS 리포트 갈무리.

최양희 후보자도 사실을 인정했다. 미래부는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원천징수의무자인 포스코ICT가 회의 수당을 실비변상적인 비과세소득으로 보아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23일 종합소득세를 수정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최양희 후보자 부부의 금융자산은 최근 2년 반 동안 16억 원 이상 늘었다는 점도 ‘비정상적 재산 축적’ 의혹이 나온다. 최 후보자 부부의 금융자산 17억9820만7천 원 중 93.8%에 이르는 16억8675만 원이 2012년부터 2014년 5월까지 집중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미래부는 “이번 신고액은 후보자 부부(30여년간 교수로 재직)의 급여 등으로 형성된 것이며 전세보증금 등을 고려하면 실 보유금융자산은 13억3천만 원 정도”라며 “새롭게 증가된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만기가 도래해 해약한 금액을 금융권에 재예치한 것들”이라고 해명했다.

2. 부인, 부동산 투기목적 위장전입 의혹

부인 권아무개씨가 1980년대 가족과 떨어져 살며 서울 강남구 재건축 예상지역으로 주소지를 옮긴 뒤 이 지역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이를 두고 ‘부동산 투기목적 위장전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과 세계일보가 공동으로 제기한 의혹이다.

세계일보 27일자 기사를 보면, 1984년부터 대전에서 거주하던 권씨는 1987년 9월 강남구 삼성동으로 전입했고, 당시 재건축 대상으로 거론되던 AID차관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리고 4개월 뒤 대전으로 주민등록을 옮겼다. 세계일보는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매입 의혹을 제기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1974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재건축 얘기가 나왔다. 부인 권씨 전입 2년 뒤 1989년 주민들이 국회에 재건축 청원서를 제출했고, 1991년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현대건설은 1994년 이 사업을 수주했고, 2008년 힐스테이트로 재건축됐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최 후보자 부부가 실수요자로 투기 목적이 아니고, 당시 재건축이 거론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미래부는 “당시 부부가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올 일들이 많았고, 서울서 마땅히 거쳐할 곳이 없어 주거용으로 약 15평, 방 2개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재건축 추진 전에 구입한 점을 강조했다. 미래부는 “1987년 구입 당시에는 재건축 자체가 거론되지 않았으며, 재건축은 구입 후 13여 년이 지난 2000년 10월부터 추진돼 2003년 3월 사업계획이 승인됐다”며 “2008년 12월 준공 이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2014년 6월27일자 4면

3. 병역특례 시절 프랑스서 박사과정, 병역법 위반?

최양희 후보자는 1977년 3월부터 1984년 12월까지 병역특례 기간 중 1979년 9월부터 1984년 6월까지 프랑스로 해외교육파견을 다녀왔다. 그런데 국회에 제출한 이력서를 보면 ‘프랑스 국립정보통신대학교 전산학 박사’ 기간은 1980년 9월~1984년 6월이다. 1년이 공중에 떴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병역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최초 ‘교육훈련 및 연수’ 목적으로 1년의 ‘교육훈련 및 연수’ 허가를 받았고, 이후 ‘유학’ 목적으로 변경 3차례에 걸쳐 기간을 연장했는데 당시 병역법과 병역법 시행규칙을 위반이라는 것.

최 의원은 “최 후보자가 ‘유학’을 목적으로 갔더라도 연장을 포함해 최장 체류 허가기간이 4년 이내로, 5년 동안 프랑스에 머문 것은 당시의 병역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최 후보자는 아예 허가 대상이 아님에도 허가를 얻어 5년 동안 유학생활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미래부는 최초 1년은 어학연수, 그 뒤는 박사과정이었다며 관련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미래부는 “후보자는 (구)과학기술처의 동의와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아 1979년 9월부터 1984년 6월까지 프랑스 국외수학(어학 1년, 박사학위 유학 3년 9개월)을 했다”고 해명했다.

4. 포스코ICT 사외이사 시절, 연구용역 수주

사외이사로 있는 기업의 돈을 받아 연구용역을 수행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실은 최 후보자가 포스코ICT 사외이사 시절 이 회사의 지원을 받아 최 후보자가 주임교수로 있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인터넷 융합 및 보안연구실(MMLAB)’이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최양희 후보자가 사외이사 재직하던 2006년 4월1일부터 2007년 3월31일 동안 MMLAB은 2006년, 2007년 포스코ICT에서 각각 4천만 원과 5천만 원의 후원을 받았다. 최 의원은 후보자가 연구용역 기간 이사회 안건 50개 중 1건의 반대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최양희 미래부 장관 후보자. KBS 리포트에서 갈무리.

이에 미래부는 두 연구프로젝트는 최 후보자와 같은 학부 소속인 권아무개 교수가 수주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미래부는 최 후보자가 연구프로젝트 기간 총 3차례 반대표를 행사했다며 “건전한 기업경영을 감시하는 사외이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최양희 후보자가 해당 프로젝트에 공동발표자 등으로 명시돼 있고, “겸직교원은 원칙적으로 겸직기간 및 겸직 종료 후 2년 이내에 해당 회사로부터 연구용역을 수탁해서는 안 된다”는 서울대 사외이사 겸직 관련 지침에도 위배돼 도덕성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 삼성에서 월 2365만 원 받은 ‘삼성장학생’

최양희 후보자는 언론이 예상 못한 깜짝 인사다. 최 후보자는 지난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이 됐고, 삼성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총 2억3650만 원(세전 기준)을 최 후보자에게 줬다. 월 평균 2365만 원으로, 서울대 월급보다 훨씬 많다. 삼성장학생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오마이뉴스는 “과학기술계에선 많이 알려졌지만 개각 전날까지도 최양희 후보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참여정부 시절 삼성전자 사장에서 바로 발탁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벌써부터 미래부와 삼성간 이해관계 상충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자신문 장지영 기자(정보방송과학부장)는 26일 칼럼에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비즈니스보다 공익적인 목적이 강하지만, 사실상 삼성이 운영하는 조직”이라며 “성공 DNA를 가진 삼성 출신이 공직에 진출한 사례가 몇 번 있지만, 현직 인사가 전격 발탁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IT와 연구개발 등 미래부 정책 대부분은 삼성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특히 미래부가 창조경제 정책방향을 잡으면서 삼성의 이해관계를 어떤 방식으로든 수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휴대전화 제조회사의 마케팅비용 관련 정책을 펼칠 미래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주목된다.

▲ 전자신문 2014년6월27일자 오피니언면에 실린 데스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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