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오히려 이동통신 3사 배불리기에 가깝다. 알뜰폰 시장에서 도매사업자인 이통사들의 진출은 규제하지 않고, 도-소매사업자 간 수익배분 비율도 이통사에 유리하게 개선됐다. 생색내기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이통사 편애에 가깝다.

미래부에 따르면 5월 말 알뜰폰 가입자는 333만 명으로 전체 6%다. 이중 LTE 가입자는 19.8만 명이다. 미래부는 “알뜰폰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3839만에 달하는 3G, 4G 스마트폰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이 같은 인식은 이통3사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

▲ 서울용산의 한 휴대전화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도매대가 내려 소비자가 내린다?

25일 미래부가 발표한 ‘2014년도 알뜰폰 활성화 방안’은 7가지로 △저가 상품 대량 출시 △도매대가 인하 및 수익배분 비율 조정 △이통사 자회사 등록조건 규제 강화 △알뜰폰사업자 단말기 할부채권 유동화 지원 △유통망 확대 △이용자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 △저소득층 전용 상품 출시다.

핵심은 도매대가 인하, 수익배분 비율 조정이다. 미래부는 “알뜰폰사업자가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SK텔레콤에 지급하는 망 이용대가를 음성은 분당 42.21원에서 39.33원, 데이터는 ㎆당 11.15원에서 9.64원까지 인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음성통화 한 시간 기준 172.8원 인하 효과가 있다.

미래부는 “금번 인하로 소매요금(음성 108원/분, 데이터 51.2원/㎆) 대비 음성은 64%, 데이터는 81%까지 할인되므로 알뜰폰사업자들의 사업 환경 개선과 저렴한 요금상품 출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렇다고 이용자의 통신요금이 64%, 84% 인하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동통신사업자가 요금을 해마다 인하하는 것은 상식적인 조치다. 이동통신서비스는 초기 망 구축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가입자 요금으로 이를 회수하는 구조다. 통신요금은 기본적으로 조금씩 내려가야 맞다. 그러나 2G에서 3G로 넘어가는 동안 이통사는 기본료를 단 천 원 내리는 데 그쳤다.

수익배분 비율 개선? 오히려 이통사에 유리하다

알뜰폰사업자는 이통사의 정액형 상품을 도매로 제공받아 판매하고 수익을 나누는데 현행 배분 비율을 개선해 알뜰폰의 장기 전망을 만들겠다는 게 미래부 계획이다. 현행 50(이통사)대 50(알뜰폰)인 비율을 5만5천 원 이하 요금제에서 45대 55로, 초과 요금제에서 55대 45로 조정하겠다는 것.

미래부는 “이를 통해 알뜰폰 사업자들이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중·저가 스마트폰 요금제 설계가 보다 용이해지고, 2G·3G 피처폰 중심의 알뜰폰 시장을 3G·4G 스마트폰으로 확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알뜰폰 이용자를 통화·데이터 통합형 정액상품으로 유도하겠다는 이야기다.

저가 상품에서는 알뜰폰사업자에게 수익을 좀 더 나눠주고, 고가 상품에서는 이통사에 수익을 더 보장하는 미래부 방안은 이통사에 유리하다. 스마트폰 음성·문자·데이터 정액상품은 고가가 더 많다. 이통3사 가입자가 알뜰폰으로 갈아탈 경우에도 이통사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대기업 진출 도우며 상생이라는 궤변

특히 미래부는 이통사 자회사의 알뜰폰 진출을 허가했다. 미래부는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현재 알뜰폰 사업중인 SK텔링크(SKT 자회사)와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KTIS(KT 계열사) 및 미디어로그(LG U+ 자회사)에 공정경쟁 및 중소사업자 보호를 위한 등록조건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이통사의 알뜰폰 진출은)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 견제, 경쟁을 통한 통신비 인하 등 긍정적 효과도 있으나, 기존 이통사 시장지배력의 알뜰폰 시장 전이, 자회사 부당지원, 보조금 위주 경쟁 가능성 등 부작용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결국 진출을 막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등록조건은 ①결합판매 이용약관 인가의무 ②모기업의 직원·유통망을 이용한 영업활동 및 마케팅비 보조금지 ③이통 자회사에 대한 도매제공 용량 몰아주기 금지 ④이통 자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전체 시장 50% 이내로 제한 ⑤ 중소 알뜰폰사업자에 대한 단말기·유심 구매대행 의무 등 5가지다.

미래부는 “통신비 부담 경감이라는 알뜰폰 도입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소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 만큼 금번 활성화 대책이 이통 자회사와 비자회사, 대기업과 중소 사업자간 상생협력의 계기가 돼 국민에게 사랑받는 알뜰폰 서비스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알뜰폰 33% 서서 먹고, 66%는 앉아서 먹고

SK텔링크는 이미 알뜰폰 시장의 16.3%를 점유하고 있다. 미래부는 점유율 제한에 대해 “사실상 이통 자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이 앞으로 전체 알뜰폰 시장의 33% 이내로 제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사업자에게 망 대가를 받고, 수익을 분배받는 도매업자에게 33%까지 소매를 허용한 것.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미래부가 이통3사의 알뜰폰 진출을 허용하는 등 경제민주화에 반하는 정책을 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지금 통신당국이 할 일은 3사의 각종 불법·부당행위를 근절하고, 알뜰폰 승인 조건을 명백하게 위반한 SKT와 자회사의 알뜰폰 등록을 취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우리는 재벌·대기업 이동통신 3사가 알뜰폰을 장악하면 알뜰폰으로 인한 통신비 인하 효과가 줄어들 것을 깊이 우려해, 미래부는 KT와 유플러스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줄기차게 호소해왔는데, 끝내 ‘통피아’들이 재벌 이통사 편을 들어줬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국민들의 편익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알뜰폰 기존 27개 사업자의 생사가 걸린 문제는 새로 오게 될 미래부 장관이 차분하게 검토해 결정하는 것이 맞다”며 “또 국회 관련 상임위에서도 차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어야 하고 상임위와도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부 지원책, 알뜰폰의 이통사 의존도만 높인다

이밖에도 미래부는 알뜰폰사업자 지원 대책으로 ‘단말기 할부채권 유동화 지원’을 내놨다. 미래부는 “KT와 LG U+는 금융기관과 협의해 중소 알뜰폰사업자들이 담보가 없더라도 낮은 수수료로 단말기 할부채권을 유동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것 역시 이통사를 경유한 지원이다.

미래부는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알뜰폰을 판매하는 우체국을 확대하고, 알뜰폰 허브사이트를 구축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알뜰폰 판매 우체국은 229곳인데 이를 599개로 확대하고, 이통사들의 지원을 받아 알뜰폰 사이트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소득층 전용 상품 계획도 있다. 미래부는 “상반기중 저소득층에 가입비·유심비 면제 및 제공량 초과요율 35% 감면(음성: 1.8→1.17원/초, 데이터: 51.2→33.28원/㎆)을 제공하는 전용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 올해 CJ헬로비전 등 4개 사업자는 전용상품 16종을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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