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변양균-신정아’ 보도와 관련해 노사간 갈등을 빚었던 CBS가 사측의 유감표명과 함께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로 해 파문이 일단락 될 전망이다.

CBS노사는 16일 공정방송협의회를 열어 △일부 기사로 CBS 뉴스의 이미지가 훼손된 데 대해 사측은 유감을 표명하고 △노사는 매체 확장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구조를 개선하자는데 인식을 같이 하기로 했다. 또한 △보도국 보도위원회를 중심으로 빠른 시일 안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사내 구성원들과 공유해 나가기로 했다.

▲ 전국언론노조 CBS지부 홈페이지
한편 전국언론노조 CBS지부(위원장 나이영·CBS노조)는 노사 합의 직후 성명을 내어 “이번 합의는 논의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CBS노조는 “매체 확장 이후 CBS의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 쌓여가고 있는 부작용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그건 무엇인지, 역사의 굽이굽이마다에서 올곧은 시대정신을 밝혀왔던 ‘CBS 정신’은 지금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끝없이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내외부의 시선은 이번 공방협 합의 이후의 CBS와 ‘노컷’을 지켜볼 것”이라면서 “이번의 공정방송 논의가 더 좋은 기사로 CBS 정신을 꽃피우고 노컷뉴스의 브랜드 가치를 고양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CBS 노컷뉴스와 무가지 데일리노컷뉴스는 <변양균, ‘아내보다 5배 소중한 애인 신정아’>라는 기사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신정아 씨는 자신의 부인보다 최소 5배 이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웃지 못할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해 선정성 논란을 빚었다.

다음은 전국언론노조 CBS지부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공정방송협의회의 합의를 환영한다. 특히 ‘노컷’에 대한 구조적 고민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보도국 논의구조에 합의한 부분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논의의 끝이 아니다. 다만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노조는 최근 일부 도를 넘는 기사가 CBS와 노컷뉴스 이름으로 실리는데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클릭수’ 경쟁 논리가 선정성의 유혹으로 이어지진 않았는지, 낚시 기사 생산으로 CBS 뉴스의 이미지 훼손은 없었는지 자성해보자는 취지였다. 낚시기사로 늘어난 클릭수는 결국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제살 파먹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매체 확장 이후 CBS의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 쌓여가고 있는 부작용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그건 무엇인지, 역사의 굽이굽이마다에서 올곧은 시대정신을 밝혀왔던 ‘CBS 정신’은 지금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끝없이 살펴봐야 한다. 물론 이런 고민에 대한 답도 CBS 구성원들이 만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무엇보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 자기 성찰을 함께 해준 CBS 구성원들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의 과정에선 안타까움도 없지 않았다. 먼저 구조의 한계 속에서 해당 기자가 입었을 상처가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또 보도국 간부들을 중심으로 “취지엔 공감하지만 ‘보도 중단’ 등 몇몇 표현이 과했고 보도국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터넷과 무료신문 기자들이 곡해할 소지 역시 없지 않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오해가 있다면 유감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이제 ‘노컷’이란 틀 안에 CBS의 맛과 정신이 더욱 살아 숨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다시 한 번 제안한다. ‘노컷뉴스’가 지금까지 오게 된 데는 CBS 구성원들의 노력이 누구보다도 컸음을 부인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외형적 성장’을 넘어 CBS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내실 있는 도약’이 필요한 때이다.

내외부의 시선은 이번 공방협 합의 이후의 CBS와 ‘노컷’을 지켜볼 것이다. 인터넷과 무료신문이란 매체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CBS 정신을 지켜갈 길은 무엇일까? 어떤 대안을 통해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CBS 노컷뉴스의 이미지를 만들 것인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많다. 당장 인터넷과 무료신문에 올리는 기사를 보다 철저하게 필터링할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렇다면 그동안 장점을 보여온 속보 체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까지 진행돼온 노컷 ‘최다조회상’ 같은 독려 시스템은 어떻게 바꿔갈 것인가? 게중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하지만 노사가, 현업자와 데스크가 함께 고민한다면 그 해답을 찾아갈 것이라 확신한다. 그것이 또한 CBS의 정체성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제 더 치열하고 진지한 성찰과 논쟁을 기대한다. 지금의 노력은 10년, 20년 후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CBS의 정신을 지켜가고자 했던 노력’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의 존재이유가 있다고 확신한다. 이번의 공정방송 논의가 더 좋은 기사로 CBS 정신을 꽃피우고 노컷뉴스의 브랜드 가치를 고양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그 출발점에 함께 서 있다.

2007년 10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