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들의 서울 삼성전자 본관 노숙농성이 36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이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서비스 노사 교섭 중재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우원식)의 경고성 방문에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등에 사과하고 해결의지를 표한 것. 최근 교착 상태에 빠진 노사 교섭이 풀릴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사장 박상범)의 간접고용노동자(하도급업체 소속) 700여 명은 ‘원청’ 삼성에 △현행 기본급 없는 건당·분급 수수료 체계인 급여체계를 개선해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노동조합을 인정, 조합 활동을 보장하고 △지난달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경남 양산센터 AS기사 염호석씨 시신 탈취와 관련 삼성 측이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23일 오후 6시께 열린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 (사진=미디어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700여 명은 지난달 19일 파업에 돌입,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삼성은 지회에 교섭을 재개하자면서 을지로위원회에 중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삼성은 비공개 일대일 교섭을 요구했고, 최근 삼성이 최초 제시안보다 후퇴한 안을 제시하며 교섭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오후 을지로위원회 소속 우원식 은수미 장하나 김기식 이학영 박홍근 의원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을 방문, 삼성전자 이인용 사장과 미래전략실 이수형 부사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을지로위원회는 △임금 및 근로조건, 고용승계 문제에 대한 전향적 입장 △고 염호석씨 시신탈취 관련 삼성의 직접 사과 △을지로위 등을 통한 공개교섭 전환 등을 요구했다.

의원들은 삼성 방문 직후 농성장을 찾아 삼성과 대화 내용을 전했다. 을지로위에 따르면, 삼성 이인용 사장은 “모든 안에 대해 답변을 할 권한은 없다”며 “회사와 조속히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원식 의원은 자신이 삼성에 “요구안을 조속히 수용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 사장 위에 있는 사람(이재용 부회장)을 국회로 불러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23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 본관을 방문, 이인용 사장 등을 만났다. 의원들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교섭과 관련 삼성에 전향적으로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의원들은 삼성 방문 뒤 사옥 앞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농성장을 찾았다. 우원식 의원(가운데)이 금속노조 전규석 위원장 등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은수미 의원은 ‘삼성의 해결의지’에 대해 “기업 이미지도 있고, 다른 기업이 삼성을 주시하는 상황인 만큼 삼성이 (을지로위 요구에) 손사래 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은 이인용 사장이 “삼성이 직접 고용한 직원은 아니지만 삼성과 관련이 있는 일로 사회적 물의와 국회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삼성이 처음으로 사과를 한 셈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전규석 위원장은 “지회가 제시한 수정안과 삼성 안에는 크게 쟁점이 되는 것이 없는데도 삼성이 확답을 주지 않는 것은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교섭 전술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을지로위원회에 더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다. 그는 “삼성이 조속히 문제가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건희 회장 장례에 참석해서라도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곽형수 부지회장은 “이 싸움을 하고, 호석이 시신을 탈취당하면서 (이 사회와 삼성에) 노동3권과 근로기준법이 전혀 없다는 걸 느꼈다”며 “(조합원들은) 이전에 살았던 세상이 너무 잘못된 걸 알았기 때문에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 삼성의 힘이 세더라도 끝까지 한발 한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을지로위 의원들은 간담회 직후 열린 조합원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우원식 의원은 “열 달 전 처음 만났을 때 그토록 얘기하다 우는 아버지들을 처음 봤다”며 “을지로위가 억울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언덕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회 노력에도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원청 삼성전자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 (좌측부터) 장하나 우원식 은수미 박홍근 의원은 23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농성장에 열린 결의대회에 참석해 삼성전자 이인용 사장 등과 면담 결과를 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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