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관심병사’가 문제일까. 당장 언론들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그렇게 쓰고 있다. 물론 한때 ‘A급 관심병사’였던 이가 ‘B급 관심병사’가 되어 GOP로 들어간 상황에서 후속관리가 불충분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이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지적이 ‘관심병사’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애초에 ‘관심병사’란 것이 제대로 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지나치게 숫자가 많다. 군에서 “관심병사 모두 배제하면 GOP엔 누가 들어가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좀더 근원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서는 그 근원적인 해법으로 ‘징병제 폐지, 모병제 실시’를 외치는 관성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시민사회에서 군대 문제에 개입하는 계기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나 의문사 문제 정도였다. 나머지 문제는 징병제가 만악의 근원이므로 모병제가 실시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식이었다.
▲ 23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정부 당국의 국방개혁 방안 역시 속도는 느릴지라도 방향은 그랬다. 청년층 인구감소로 인한 병역자원 고갈에 대비하여 전체 군인 중 간부 비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여군 간부 모집에도 적극적이다. 사병월급 역시 2천년대에 크게 인상되었다.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임종인 전 의원의 발의가 큰 역할을 했다. 군복무 기간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줄어드는 중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방개혁의 추진으로 모병제로의 전환은 가능한 것일까. 현행 징병제 군대의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을까. 찬찬히 따져보면 그렇지가 않다. 모병제로의 전환이 가능하려면 현재의 군대를 직장으로 삼을 의사가 있는 젊은이를 수십만 명은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군대의 시설과 인권상황 속에서 이를 달성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설령 근시일 내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는 현재 징병제 군대의 낙후한 시설과 열악한 인권을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징병제 군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계층적으로 분절하는 셈이다.
결국 모병제만이 군대 문제의 해결책이냐는 질문을 떠나서, 모병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라도 징병제 군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시민사회의 전방위적인 관심과 압력이 필요함에도 그간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군대 경험이 있는 예비역 남성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고, 그 결과 예비역 남성들이 여성이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박탈감을 부적절하게 표출하는 현상을 방치했다.
▲ 23일자 한겨레 1면 기사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제 군대문제도 사회문제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중단된 사병월급 인상안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병사의 노동력은 공짜가 아니다. 전체 국방비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야 향후 모병제로의 전환도 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군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혁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군내 인권 문제를 색출, 조사, 처벌하는 시스템을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바 현행 체제는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은폐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군 인권 문제 중에서 특히 성폭력 문제는 별도로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는 병역 자원 감소를 대비하여 여성에게도 군대 취업의 기회를 허용하는 현실 속에서 절실한 일이다.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지만 제대로 된 대처가 안 되는 현재의 실상을 오롯이 드러내고 해결을 위한 제도개혁 및 시설보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 모든 대처는 시민사회의 군대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압박 속에서만 가능하다. 그간 한국의 진보진영은 징병제 군대가 사회에 끼치는 해악에 주목하여 당위적으로 모병제를 주문하였을 뿐 그것 자체를 사회문제로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는 취약했다. 군대문제가 국가의 철저한 관리 속에 있고 외부에 알려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라도, 이제는 진보진영이 군대문제에 관한 정책을 계발하고 제시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군대문제가 사회문제로 등장한 시점에, ‘관심병사’에 대한 언급보다 더 필요한 것은 군대문제에 대한 시민 사회의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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