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5회째를 맞은 방송의 날(9월 3일). 이날 가장 즐거웠던 이들은 누구였을까?
속전속결로 새 사장을 받아들인 KBS? 아니면 로비 1층에 '공영방송 사수대'를 결성해 24시간 가동하고 있는 MBC? 그도 아니면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 중인 YTN?
#1. KBS
이들은 이날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감사원과 검찰의 KBS에 대한 압박, 경찰력을 동원한 KBS 이사회의 취임 등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슴 한 구석에 응어리가 졌다"며 "더 늦기 전에 공영방송 기자로서 양심의 소리에 따라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이병순 선배는 18년 만에 KBS에 경찰력을 동원해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고 절차와 상식을 무시하며 폭거를 자행한 KBS 이사회가 사장으로 선출한 인물"이라며 "이 선배가 진심으로 KBS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공영방송 기자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 KBS 구성원 대부분이 인정하지 않는, 수치스러워하는 현 이사회의 공모 절차에 응모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2. MBC
MBC본부는 지난달 27일 발행한 비상대책위 특보에서 "정치 검찰의 언론탄압에 대한 오기가 꺾이지 않는 한 공영방송 사수대는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언론·출판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다. 어떠한 권력도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MBC본부의 '공영방송 사수대' 가동은 <PD수첩>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임수빈 형사2부장)이 <PD수첩> 제작진을 강제구인 하는 방안과 원본 테이프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각의 관측과 무관하지 않다.
#3. YTN
4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총 400명의 노조원 중 364명이 파업 찬반투표에 참여했으며, 지국 투표가 마감되는 5일, 사실상 90%가 넘는 투표율을 보일 것으로 YTN지부는 예상하고 있다.
"방송독립 쟁취! 투쟁!"이란 구호를 밥 먹듯이 외쳐야 하는, 위에 언급된 방송사 노조원들과는 달리, 유쾌하고 즐겁게 '9월 3일'을 보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소개한다.
#4. 한국방송협회의 '방송의 날 축하 기념식'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 기념식에서 MBC 엄기영 사장, KBS 이병순 사장, SBS 하금열 사장, CBS 이정식 사장은 일렬로 서서 '귀빈'들을 영접했다.
이들이 영접한 '귀빈'은 이중에서도 '최고봉'에 속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최시중 방통위원장, 신재민 문화부 차관, 고흥길 문광위원장,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 등 '방송장악 주범'이라고 언론계 안팎에서 비판받고 있는 인물들 이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방송은 문화 창달의 중심에 서야 할 뿐만 아니라, 신성장동력으로서 경제의 중심에도 서야 한다"며 "새로운 미래, 대한민국의 꿈인 선진일류국가 건설에 방송인 여러분께서 크게 공헌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방송이 시청자의 요청에 귀 기울이고, 시대적 사명에 부응한 것에 감사한다"며 "방송발전을 위한 건배"라고 외쳤다.
9월 3일, 가장 즐거웠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정작, '방송의 날 축하 기념식'에 참여한 '귀빈들'만이 샴페인을 터뜨렸으며, '핑크빛 환상'에 가까운 미래의 방송 환경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문득 내년 9월 3일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 밝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