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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포매니악’, 바닷물 마실수록 목이 마른 것과 같은 색정광의 비애[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4.06.19 12:46

성기 노출과 실제 정사로 화제를 낳고 있는 <님포매니악>의 서사가 만에 하나 빈약했다면 여배우의 살색만으로 꽉 채운 통상적인 에로 영화, 혹은 그저 그런 포르노급 영화로 치부할 수 있었겠지만, 막상 뚜껑을 연 <님포매니악>은 인간이 빠져들 수 있는 중독, 그 가운데서도 성에 중독된 여자 색정광의 정신적인 공허함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미드 <X파일>로 유명한 데이비드 듀코브니를 곤경에 빠뜨리게 만든 건 연기 슬럼프가 아니라 섹스 중독이었다. 다양한 중독 가운데서 인간의 리비도를 극한으로 자극하는 섹스 중독에 너무나도 일찍 눈을 뜬 한 여자의 회고를 토대로 <님포매니악>의 서사는 진행된다. 보통 사람이 성에 눈을 뜨는 시기가 사춘기라면, 조(스테이시 마틴 분)는 사춘기보다 이른 나이에 자신의 성기에 자극을 주는 법을 깨닫는다.

   
 
만일 조가 성에 빨리 눈 뜬 만큼 성에 대한 자극과 호기심을 탐닉하는 걸 일찍 그만두었다면 색정광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는 않았을 테지만, 조는 아가씨가 되어서 하룻밤 상대의 남자를 사냥하고 또 사냥한다. 하룻밤에 여덟 명의 남자를 상대하거나, 기차에서 누가 누가 남자와 많이 정을 나누는가를 내기하는 영화 속 풍경은 카사노바를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님포매니악>에서 서사 진행에 숨결을 불어넣는 이는 스웨덴의 국민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연기하는 샐리그먼이다. 눈길에 쓰러진 조를 발견하고 조의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서, 샐리그먼은 조의 이야기를 듣는 경청자이면서 동시에 조의 이야기에 해석을 가하는 해설자로 이야기의 진행을 풍성하게 만든다.

만일 샐리그먼이 없었다면 피보나치 수열이나 바흐의 음악 이야기는 거세된 채 조의 고백만 덩그러니 남았을지도 모른다. 밀가루가 빵이 되려면 이스트가 필요한 것처럼, 조의 이야기에 빵의 이스트처럼 숨결을 불어넣는 이가 샐리그먼이다.

   
 
<님포매니악>에서 중요한 건 수많은 남자와 관계를 맺는 조의 젊은 모습 가운데서 처연함, 외로움이 보인다는 점이다. 많은 남성과 정을 맺음으로 외로움이 낄 여지가 없어 보이지만, 조가 많은 남자들 가운데서 외로움을 탔다는 대목에서는 사랑이 배제된 육체관계가 인간에게 있어서는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은 공허함을 남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서적인 교감이 배제된 육체적인 관계 속에서 외로움을 느꼈다는 조의 고백은, 육체의 관계가 정신적인 충족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과 일맥상통함과 동시에 플라톤의 영육이원론을 환기하도록 만들어준다. 즉, 정신과 육체가 바라는 영역이 상이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군중 속의 외로움이라는 표현처럼, <님포매니악>은 많은 육체적인 관계가 정신적인 공허함을 채워주는 통로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영육이원론적 디스토피아, 혹은 바닷물을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는 것과 같은 정서적 비애를 설파하고 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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