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스

방송통신위원회가 일자리 창출과 방송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사회적 여론다양성을 훼손하는 신문방송 겸영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의 YTN지분 매각 방침과 맞물려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4일 대통령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에서 “29만개 일자리 창출과 세계화라는 흐름에 맞춰 방송 산업의 성장을 제한하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겠다는 입장”이라며 “신문의 종합편성PP, 보도전문채널 겸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문의 지상파방송 겸영에 대해 방통위는 ‘뉴미디어 분야에서 신문의 방송 겸영을 실시해보고 이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가 신문의 지상파 겸영을 일단 제외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예상되는 정치권의 공영방송 구조개편 논의과정에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업무보고에 앞서 배포된 자료에서 강조된 방송관련 규제 완화 조치는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종합편성PP, 보도전문채널 진입 완화’와 ‘케이블방송사업자간 겸영규제 완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이미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사항으로 향후 규제 완화 추진 계획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방송통신사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국제 경쟁력이 있는 세계적 수준의 미디어가 출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강조했던 세계적 수준의 미디어란 방송까지 겸영하는 신문으로 해석된다.

신방겸영 추진에 대한 방통위의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황부군 방송정책국장은 “신문방송 겸영을 보고한 이유는 (이와 관련해) 사회적 논의가 많이 일어났고 방통위도 뭔가는 진행시켜야 한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 국장은 정기국회 때 한나라당과의 공조 가능성에 대해 “같이 갈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물밑에 떠돌던 신방겸영 문제를 방통위가 수면 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상당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신방겸영 문제는 지난 6월 무산됐던 방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돼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민주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신문의 여론 독과점을 방송으로까지 확대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업무보고의 제목이 ‘방송통신 선진화를 통한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논란거리다.

업무보고의 핵심은 철저히 산업적 방송에 맞춰졌으며, 방송의 공익적 가치를 설명하는 문구는 전무했다. 이는 악화된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업무보고에 그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방통위가 추진하기로 발표한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해체와 민영 미디어렙 문제도 전적으로 경제적 층위에서만 설명됐다. 방통위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경쟁체제가 형성되면 전체 광고시장이 활성화 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방통위는 방송광고시장 성장률이 2%에서 8%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광고수익 증대로 디지털 전환촉진 및 방송콘텐츠 투자가 확대된다’는 연쇄 효과 전망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방통위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지역방송, 종교, 라디오방송 등이 직면할 어려움에 대해서는 경제적 수치로라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지역·종교방송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으로 갈음했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군소매체의 경영부실로 이어져 여론 다양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주장이 방통위에서는 설자리가 없어 보인다.

채수현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시각 자체가 방송을 문화로 보지 않고 산업으로 보고 있다”면서 “지난번 DMB 추진 당시 산출됐던 경제 효과가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는데 2012년까지 일자리 29만개를 만들고 생산액이 116조원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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