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IPTV를 개통하고 AS하는 ‘행복센터’가 최근 기사들의 4대 보험을 해지·변경하는 등 ‘사용자성 지우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SK가 행복센터 평가에서 ‘적정인력 보유율’ 항목을 삭제한 데 이은 이번 조치는 1차 하도급 행복센터도 재하도급 업체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성 증거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반은 노동자, 반은 사업자 지위인 기사들을 ‘진짜 사장님’이나 ‘합법 도급 노동자’로 만들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12일 희망연대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 행복센터는 지난달 30일 재하도급 업체에 공문을 보내 그 동안 센터가 대신한 4대 보험 가입과 장비관리, 사무실 출입관리 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해 달라고 고지했다. 다단계 하도급 기사들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다만, 이 센터는 “당사도 평가에 따라 수수료, 재계약 문제가 발생”한다며 재하도급업체에 실적 개선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 같은 조치는 원청 SK브로드밴드가 ‘행복센터 유지보수 평가 항목’에서 사용자 증거가 될 수 있는 원청 실시 교육이수율, 적정인력 보유율 등을 삭제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SK는 그동안 센터별 적정인력을 정하고 실질적으로 인력규모를 관리했다. 희망연대노조는 노동조합 결성 뒤 사용자성이 문제되자 SK는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해 평가지표를 바꿨고, 이 같은 원청 방침에 따라 협력업체도 유사한 행태를 벌이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 SK브로드밴드 광고영상 갈무리.

SK브로드밴드 간접고용노동자 대부분은 기본급 100여만 원에 사업소득을 받아왔다. 12일 노조가 공개한 ‘다단계 하도급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행복센터에는 직접고용한 인원보다 재하도급 등 간접고용한 노동자가 많은 곳도 여럿 있었다. 센터는 ‘소사장’과 계약했다지만, 소속 노동자들에게 4대 보험 포함 기본급을 줬다는 것은 불법파견 증거가 된다. 은수미 의원실은 “4대 보험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사용자성을 은폐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의 재하도급 현황은 심각하다. 희망연대노조가 34개 센터의 재하도급 현황을 조사한 결과, 단 10곳만 재하도급을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이 불가능한 6곳을 제외하더라도 53%인 18곳에서 재하도급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양천센터를 운영하는 하도급 업체는 총 6개 회사인데, 센터에서 일하는 총 50명 중 32명이 재하도급 소속이다. 구리센터 노동자 68명 중 46명은 4개 하도급 업체 소속이다. 평택센터에는 6개의 재하도급 업체가 있다.

1차 하도급인 행복센터들은 지난 3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뒤 센터 출입과 조회 참석을 금지하고, 근태관리 강도를 낮추는 등 사용자 책임을 피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 구리센터는 지난달 노동자들에게 센터로 출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서울 강북센터는 4월 센터에서 하던 아침조회 대신 2차 하도급업체별 조회가 생겼다. 경기 군포센터는 5월1일자로 조회를 없앴다. 인천 계양센터는 센터가 만든 카카오톡 채팅방을 없앴다.

물론, 이 같은 ‘증거 지우기’에도 SK브로드밴드와 1차 하도급 업체의 사용자 책임을 입증하는 근거는 남아 있다. 원청 SK브로드밴드가 시행하는 교육과 평가에 따라 기사등급과 수당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1차 하도급인 행복센터가 재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의 월급을 직접 지급한 내역 역시 남아 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은 “삼성전자서비스보다 더욱 강력하게 위장도급 내지 불법파견을 한 것이 의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SK브로드밴드는 전국 92개 행복센터를 통해 IPTV ‘Btv’를 개통, 유지보수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2000년대 일부 지역 센터를 직접운용하다가 이를 전면외주화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서비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뒤 브로드밴드는 협력사에 공문을 내려 보내 하도급업체 이름이 없고 SK브로드밴드만 적혀 있던 명함을 변경할 것을 지시했다. SK는 위장도급, 불법파견 논란에 대해 “협력업체 노사관계”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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