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자사 보도를 비판한 글을 커뮤니티사이트에 올렸던 MBC 권성민 PD가 ‘정직 6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MBC노조는 “사실상 해고에 준하는 징계”라며 반발했다.

MBC는 10일 권성민 PD가 <오늘의 유머>에 ‘엠병신 PD입니다’라는 제목의 글(5월 17일)을 올린 것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취업규칙 중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6개월’ 징계를 결정해 이를 공고했다. 권 PD에게는 특히 2010년 제정된 <소셜미디어가이드라인> “개인의 온라인 활동을 할 때에도 정치적 의사 표현에 대해서는 주의해야한다”는 조항 위반도 적용됐다. 권 PD의 징계는 9일 인사위원회에서 결정됐으며 안광한 사장의 결재를 통해 확정됐다.

▲ MBC 권성민 PD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린 '엠병신 PD입니다' 게시글 캡처
권성민 PD의 징계 사유가 된 ‘엠병신 PD입니다’ 글에서, 권 PD는 “세월호 참사의 MBC 보도는 보도 그 자체가 참사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그 같은 뉴스가 나올 수밖에 없게 된 현 MBC 상황을 알렸다.

권성민 PD는 2012년 170일 간의 MBC 파업에 대해 “마봉춘은 엠병신과 꽤 열심히 싸웠다”며 “하지만 파업은 졌다. 방문진에 의해 좌우되는 사장인사의 문제는 정치 역학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는 (파업 이후로)대체인력을 대거 뽑았고, 눈에 거슬리는 이들은 차례차례 해고해 나갔다. ‘공정보도를 위한 파업은 합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도, 오히려 회사는 보란 듯이 <PD수첩> 제작진에게 또 다시 징계를 내렸다”고 토로했다.

MBC노조, “MBC 실수시킨 장본인은 권성민 PD가 아니다”

권성민 PD의 징계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성주 본부장은 ‘권성민 PD의 회사 명예실추 결정’에 대해 “본말이 전도됐다. 제대로 된 뉴스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은 MBC”라며 “이를 문제 삼고 시청자들에게 사과의 마음과 MBC를 따뜻한 시선으로 봐달라고 한 표현을 두고 징계를 내린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MBC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장본인은 권 PD가 아닌 회사 간부들”이라고 말했다. 이성주 본부장은 또한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를 인용해 “MBC는 양심의 목소리를 낸 아이에게 징계의 칼날을 들이댄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곧바로 성명을 내어 “사측은 권성민 PD의 충정과 진정성은 무시하고 일부 표현을 문제 삼아 중징계를 내렸다”고 개탄했다. 또한 앞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은 신지영 기자에 대해서도 “몇 시간 뒤 방송될 기사 초고를 입사 동기들에게 공유한 것이 외부 유출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편, MBC PD협회는 권성민 PD의 징계가 확정되자 오후 5시 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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