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이 나흘 남은 상황에서 지상파가 유료방송사업자를 흔드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중순 SBS를 시작으로 지상파 3사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제공사업자(IPTV사업자)에 브라질월드컵 중계 프로그램 재전송료를 별도로 협의하자고 요청한 뒤 협상을 진행 중이다. 케이블SO는 여전히 ‘불가’ 방침이다. 반면 IPTV사업자들은 “금액 조정 중”이다.

▲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2014 SBS 브라질 월드컵 기자 간담회’ 모습. SBS 누리집에서 갈무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디지털타임스 9일자 기사 <지상파-SO ‘월드컵 재전송료’ 놓고 팽팽>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SO는 2주 전부터 최근까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상파들은 가입자 규모 등에 따라 구체적인 재전송 비용을 제시했다. SO들은 이 자리에서 돈을 줄 수 없다는 입장만 재확인했다. 지상파는 케이블과 IPTV에 각각 100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차원에서 공동대응 방침을 마련한 케이블SO와 달리 IPTV사업자들은 개별 협상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IPTV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 봐선 안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상파에 비용을) 주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폭을 좁히는 중”이라고 말했다. SBS 기획실 관계자는 “케이블 쪽만 배 째라는 식”이라며 “IPTV와 위성은 아예 안 주겠다는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케이블협회 관계자는 9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KBS에 수신료를 주고, 지상파에 가입자당 재전송료(CPS)를 주는 상황에서 지상파 요구는 이중, 삼중부담”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지상파에 가입자당 280원을 콘텐츠 대가로 주고 있다. 한 케이블SO 관계자는 “지상파가 기자들을 동원하는 분위기”라면서 “그래도 SO들은 ‘이번엔 끝까지 가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케이블SO 관계자는 “시청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지상파의 요구는 황당하다”면서 “지상파는 월드컵이 국민적 관심사라며 시청료를 추가로 달라고 하는데 이 논리대로 라면 지방선거 개표방송도 돈을 더 내고 시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SBS 기획실 관계자는 “재전송료 계약서를 쓸 때 ‘별도 협의하자’고 했는데 이제 와서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건 케이블 쪽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최악의 경우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와 IPTV 가입자만 TV로 월드컵 중계를 시청하는 상황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상파는 유료방송으로 시청률을 확보해야 광고비를 제값으로 받을 수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들도 ‘블랙아웃’은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케이블SO 관계자는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에 협상을 마무리할 가능성은 적다”며 ‘월드컵 후 협상’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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