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연출상을 받은 왕용범 연출가는 이번 <두 도시 이야기>에서 주목할 만한 배우로 바사드를 연기하는 서영주를 꼽았다. 극 중 바사드는 사기꾼이다. 왕용범 연출가는 왜 사기꾼을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에 주목해달라고 했을까. 바로 서영주의 다재다능한 연기 때문이다.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키호테를 연기하는 조승우에게 호통을 치는 카리스마와, 상냥하기 이를 데 없는 여관 주인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서영주의 연기가 왕용범 연출가로 하여금 바사드라는 캐릭터에 다른 연기 숨결을 부어넣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다.

- 바사드는 주인공인 시드니 칼튼의 숭고함에 기여한다.

▲ 배우 서영주 Ⓒ 비오엠코리아
“언뜻 보면 두 사람은 톰과 제리처럼 보이기 쉬운 관계다. 바사드는 스파이 노릇을 하거나 사기를 치던 사람으로 시드니 칼튼을 만난다. 시드니 칼튼은 사랑하는 사람의 남편을 살리기 위해 바사드를 필요로 한다. 바사드는 시드니 칼튼을 감옥에 데려다주고는 감옥에 있는 시드니에게 ‘마지막 기회야, 정말로 죽을 거야?’하고 묻는다.

시드니 칼튼은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시드니 칼튼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고 한다. 바사드는 기꺼이 죽으려고 하는 시드니 칼튼이 미쳤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시드니 칼튼을 정말로 구하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데리고 나갔을 거다.

바사드는 시드니 칼튼을 술집에서 처음 보았을 때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드니 칼튼은 변호사였다. 바사드 입장에서는 살짝 쇼크를 받았을 것이다. 감옥을 나가지 않는 시드니 칼튼을 보며 ‘여기에서 정말로 죽으려는 건가? 여기에서 (시드니 칼튼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었을 것 같다.”

- 작년 <스팸어랏>도 그렇고 요즘에는 바사드처럼 코믹한 배역의 연기를 많이 연기한다.

“원래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처럼 멜로가 전문이었다. <명성황후>에서 고종을 연기하다가 에이콤에서 만든 <아기공룡 둘리>에서 고길동을 맡으면서 캐릭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길동 같은 캐릭터는 처음이라 고민이 많았다. 한데 반응이 의외였다.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 가운데서 최고의 배역이었다’는 반응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 바사드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바사드는 기회주의자이면서 사기꾼이다. 사기를 당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사기를 당하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건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자신이 절대로 사기를 당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속인다는 점도 모른다. 이런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바사드를 연기하려고 한다.

겉으로 볼 때 사기 칠 거 같은 뉘앙스의 바사드가 아니라, 사기의 ‘사’ 자도 모르는 젠틀한 바사드를 보여주고 싶다. 그래야 사기꾼 같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연출을 맡은 왕용범 연출가도 이번에는 바사드가 가볍게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바사드가 등장할 때부터 사기꾼이라는 걸 모르게 연기하고 싶다.”

- 서영주 배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명성황후>다.

“연기 인생의 반 이상을 <명성황후>에 올인했다. 뮤지컬 데뷔를 <명성황후>로 한 건 아니지만 본격적인 뮤지컬 활동을 시작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초연부터 시작했다. 내년이면 <명성황후> 20주년이 된다. 젊은 시절이 모두 녹아있는 작품이다.

열정으로 똘똘 뭉쳐 시작한 작품으로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만감이 교차한다. 고종이 하는 대사는 지금 이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다. 오래했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 역시 즉석에서 대사를 할 수 있을 정도다. 자기 배역만 아니라 다른 배역의 대사까지 모두 외울 정도다.”

- 만일 뮤지컬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을까.(참고로 서영주는 강의도 하고 있다)

“그건 아니다. 뮤지컬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무얼 하고 있었을까 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버지를 따라 금융업으로 진출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를 따라 대학교도 당연히 경영학과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력고사에서 경영학과에 지원했지만 운이 없었다. 재수를 하면서 앞으로 무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 슬하에서 남들 가는 대학에 가는 식으로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스스로 무얼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 살면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보았다. 해답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앨범을 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사진을 찍은 걸 보다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예전에 사진을 찍을 때 경직되게 찍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사진 속 저는 경직되게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바이올린이나 수영과 같은 예체능 교육을 많이 받았다. 예체능이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사진도 아역배우 수준으로 표정이 잘 살아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성격이었구나’ 하는 걸 앨범 속 사진을 보고 깨달으면서 배우에 대한 눈을 뜰 수 있었다. 서울예전 영화과를 목표로 진학해서 배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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