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전북 전주시의 버스들이 모두 멈춘 ‘사건’이 있었다. 지난 4월30일 회사에서 목을 맨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 34일이 지나서야 눈을 감은 진기승(48)씨가 참여한 첫 파업이다. 이때부터 신성여객 문제를 취재해 온 전북지역 대안언론 ‘참소리’ 문주현 기자는 지난 5일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진기승씨의 죽음은 이미 4년 전 예고됐다”며 “전주시와 일부 지역언론은 지역의 대중교통 문제를 ‘노사갈등’으로 무시했고, 진씨의 죽음은 이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전주시와 노동부, 그리고 언론이 “모든 시내버스가 멈춘 초유의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같았다. 문주현 기자는 “2010년 파업 당시 버스기사들은 합법적인 쟁의권을 얻었지만 전주시는 ‘불법파업을 엄단하겠다’고 했고, 언론은 ‘버스파업이 시민의 발을 묶는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문 기자는 “당일 버스기사 수백 명이 연행됐고 정치와 언론에 대한 ‘트라우마’가 시작됐다”며 4년 전 파업이 진압되면서 민주노조 조합원이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일부 지역언론은 ‘노동자의 권리찾기’에 훼방을 놨다. 문주현 기자는 “일부 언론은 원인을 안 찾고 ‘노사갈등’으로만 보도했다”고 전했다. 전주 5개 버스회사 중 호남고속의 대표이사 회장 김택수씨는 전북도민일보 회장이다. 김씨는 전북택시사업조합 이사장, 신진교통 대표이사, 전주상공회의소 회장까지 맡은 ‘지역유지’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4년 전부터 최근까지 전북도민일보를 “사주의 이익에 복무하는 편파언론”으로 비판하고 있다.

▲ 참소리 문주현 기자. 미디어스는 지난 5일 밤 전주 신성여객 사옥에서 문 기자를 만났다. (사진=미디어스)

문주현 기자는 이어 “싸움을 시작도 안 한 노동자들이 진압되면서 언론에 대한 불신이 시작됐고, 이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며 “진기승씨의 죽음도 여전히 ‘하나의 사건’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기자는 “최근 몇몇 언론에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지만 방송 같은 경우, 지역뉴스는 겨우 10분뿐이고 신성여객 문제는 너무 묻혀 있다”고 말했다. “전국단위 신문이나 방송에서 다루지 않아 문제가 풀리지 않는 측면이 크다”는 것.

문주현 기자는 “지난 4년 동안 전주시는 노동부 소관이라며 떠넘겼고, 노동부는 노사문제로 바라봤다”며 “그러나 전주 시내버스의 노동문제는 전주시의 공공재 문제로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이 5개 버스사업장에서 300여 건의 부당노동행위 등을 인정했다며 “부당노동행위 교섭해태 임금체불 같은 가장 악질적인 범죄다. 이게 지난 4년 동안 노동자들이 파업하면서 싸운 이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주현 기자는 이어 “버스기사들이 파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 언론과 행정, 노동부는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서기만 하면 ‘시민의 발을 묶는다’고 한다”며 “오히려 언론과 기자들이 그동안 노동자의 발을 묶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업주의 명백한 불법행위로 노동자가 피해를 보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언론도 이제는 편협하고 편파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노동인권의 관점으로 버스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전북에는 버스기사 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북고속 노동자는 ‘3100원 착복’으로 해고됐으나 지난해 법원은 해고무효소송에서 “해고는 과하다”며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이 버스기사는 실수를 인정했으나 회사는 해고했다. 당시 ‘민주노총 죽이기’라는 의혹도 나왔다. 또 최근 호남고속에서는 ‘2400원 해고, 800원 정직’ 사건이 있었다. 두 기사는 실수였다고 해명했으나 회사는 “착복”으로 보고 징계를 강행했다. 두 기사는 민주노총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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