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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 겸영이 세계적 추세라고?[양문석] 고흥길 문광위원장 주장을 반박함
양문석 | 승인 2008.09.02 15:02

진심으로 바라건대, 합리적인 논쟁을 통해서 미디어정책이 확정되는 민주주의의 절차와 내용이 최소한 숨을 쉬는 한국의 국회였으면 한다. 그래서 18대 국회의 최대 격전지이자 메머드급 상임위로 떠오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광위) 고흥길 위원장(한나라당)이 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을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조근조근 반박하면서 보다 나은 합의의 공간으로 이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곁들여 본다.

주요 발언을 정리해 반박해보자.

“신문·방송 겸영이 (조·중·동 등) 어떤 특정언론을 생각하는 차원이라면 국민들이 묵인하지 않을 것”, “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세계적 추세이고,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 방송시장도 완전히 개방된다”.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이 대기업의 언론진출과 거대 미디어그룹 탄생으로 여론 독과점 현상을 부추길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우려 때문에 건전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단편적인 생각이라고 본다. 겸영을 허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방송시장만 육성해서 신문이 위축되어 여론의 다양성이나 균형을 잃을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조중동’에 정치적 보은?

맞다. 특정언론을 생각하는 차원이라면 국민들이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100만의 촛불’에 대해서도 가소롭게 생각하는 정부 여당의 그간 태도로 보아 도대체 그 국민들은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80%가량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고, 그 중 대부분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KBS와 MBC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요, 조중동에 대한 정치적 보은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런 식의 논법을 구사하는 것 자체가 못마땅하다.

그리고 ‘신문이 위축되어 여론의 다양성이나 균형을 잃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솔직히 ‘정치적 보은’의 대상 조중동만 신문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다. 현실적으로 지상파를 소유하고 경영할 수 있는 자본이 그나마 있는 곳은 솔직히 조중동 밖에 없다. 다른 신문사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조건과 처지에 빠져 있다는 것을 고 위원장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모든 신문’의 이익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불량하다.

   
  ▲ 경향신문 1일자 8면  
신방겸영의 원천적 금지?

아니다. 이미 오랜 전부터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등은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를 향해 끊임없이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이미 이들 신문사들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시장에서 전문채널을 몇 개씩 소유 및 경영하고 있다. 그런데 고 위원장은 단지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 또는 지상파를 소유하지 못하게 해서 신문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펼친다. 아무래도 무리한 논설로 논술시험 탈락감이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현재 중앙일보나 조선일보가 전문채널 여러 개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처럼 유료방송시장인 케이블TV나 스카이라이프 IPTV 등에 전문채널을 소유하고 경영하는 것을 말할 때는 맞다. 한국도 그런 의미에서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허용된 나라다. 하지만 여론의 독과점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은 상당히 많은 규제를 두고 있고, 완전허용은 OECD 국가 중 일본이 유일하다.

YTN과 같은 보도전문채널이나 KBS2 MBC SBS와 같은 종합편성채널은 거대신문과 거대기업에 의해서 여론의 다양성을 해치고 여론을 일상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여론독과점 폐해 때문에 헌법재판소마저 ‘신문과 방송의 겸영 금지는 합헌’이라고 동의한 것이다.

그런데 마치 한국이 전혀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방적인 신문배제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처럼 오도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세계적 추세?

아니다. 이 시점에서 고 위원장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하는 것은 아마도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까지 신문사가 소유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하고, 심지어 지상파마저 신문사가 소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근거로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그 근거가 뭔지 지독히 궁금하다. 혹시 또 다시 미국의 사례를 들고 싶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지만, 적어도 미국은 아니라는 답을 해 줄 수밖에  없다. 사실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위원장이 미국도 겸영을 허용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조중동이 FCC의 결정사항을 대서특필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상원이 이를 불승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5년 이후 지난 32년 동안 동일한 지역에서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금지해왔다. 이 때 미국의 방송이란 지상파를 의미하고, 지상파는 종합편성채널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미국의 신문이 미국의 지상파를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여론 다양성과 미디어 집중 방지를 위해서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이 교차소유 금지를 완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2003년에도 FCC는 이런 결정을 내렸다가 미국 상원에서 거부당한 적이 있는데, 지난해 또 다시 신문과 지상파방송 겸영 허용을 시도한 것이다.

결정 내용을 보면, 상위 20개 지역에 한해서 신문과 지상파의 동시 소유 및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는 엄격한 조건을 달아 완화했다고 FCC는 설명하지만, 미국의 미디어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전면 완화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해 왔다. 예를 들어, FCC는 상위 20개 지역으로 한정한다고 하지만, 상위 20개 지역은 미국 가구의 43% 이상을 포함하고 있고, 인구수로는 1억2천만 명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FCC의 결정에 대해 올해 5월16일 미국 상원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불승인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조중동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고, 고 위원장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 추세라고 이야기했지, 미국이라고 이야기했느냐고 반론할 수 있다. 하지만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아무런 규제 없이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앞서 언급한 바, OECD국가 중에는 일본이 유일하다. 거대 신문이 지상파 방송을 소유한 나라가 단지 일본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고 위원장의 ‘교과서’격인 조중동은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 위원장이 조중동의 주장대로 앵무새처럼 ‘세계적인 추세’를 운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FTA로 한국방송시장 완전 개방?

결코 아니다. 한미FTA로 한국방송시장이 완전개방된다는 주장도 잘못된 것이다. 특히 한미FTA가 발효되면 우리 방송시장도 완전히 개방된다는 주장은 무지의 소치다. 방송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는 ‘발효 직후부터 5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 제발 공부 좀 하시고 발언하면 좋으련만…. 그리고 ‘완전개방’이라는 이런 무시무시한 발언을 할 때는 제발 자료를 좀 참고해서 사전에 검토하는 성의는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닐지. 절대 다수당의 미디어정책 수장쯤 되면….

지난해 4월 노무현과 부시가 합의한 체결안을 보면, 핵심 내용이 PP개방인데, 이것도 아주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PP 자체를 미국이 직접 운영하는 것도 아니다. 현행 방송법에는 외국자본이 PP에 50% 초과해서 투자할 수 없다. 그런데 한미FTA 체결 내용은, 미국이 우리나라에 법인을 세우면 그 법인에 간접적으로 지분을 투자하는데 50% 초과 금지 제한을 해제한 수준이다. 이것도 한국방송시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고 위원장이 주장하는 ‘완전개방’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한미FTA 방송시장 개방’과 관련해서 고 위원장이 거의 공부하지 않았거나 거짓말하거나 둘 중 하나임이 드러난 발언이다.

그리고 개방된 것은 외국에서 수입해 온 방송물 방영 총시간 중 특정국가로부터 수입한 프로그램이 현행 방송법에는 60%를 넘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80%까지 완화한 것 정도가 한미FAT 방송시장 개방의 핵심이다. 이는 다양한 국가로부터, 특히 제3세계 사람들의 삶을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국가별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 자체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집중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완전개방과는 전혀 맥락이 닿지 않는 영역이다.

KBS2와 MBC 사영화, 공공성 훼손할 우려?

그렇다. 그러면 안하면 된다. 그런데 고 위원장은 MBC와 KBS2 TV 민영화 논란과 관련해 “16대 국회에서부터 논의가 있어 왔지만 하루아침에 전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상업방송을 하게 되면 시청률 경쟁으로 이어져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지만, 민영화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공공성을 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의한다. 문제는 ‘곧바로 공공성을 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추진한다는 주장은 말장난이다. 결국은 공공성을 망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고 위원장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2와 MBC 사영화를 진행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신문과 지상파의 교차소유 및 경영 허용의 실질적인 노림수가 조중동에게 정치적으로 보은하려는 의도에 있기 때문이다. 논리가 달릴 수밖에 없는 정쟁적 판단에 고 위원장도 답답할 터이다. 

YTN, 특정기업이나 신문에 안 넘겨?

글쎄? 그럼 누가 가져갈까? 기업도 아니고 신문도 아니면, 국민주로 할 건가? 국민주로 하면 YTN구성원이 경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인지부터 묻고 싶다.

고 위원장은 YTN 공기업 지분의 민간 매각에 대해서는 “정부가 (YTN) 지분을 가지고 있을 이유는 없지만 어느 수준으로 어느 시기에 매각할지는 검토해 봐야 한다. 그 지분을 특정 기업이나 특정 신문에 넘기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YTN 구본홍 사장을 억지로 정권 차원에서 투입하면서 YTN구성원들을 협박했던 논리였는데, 아직까지 YTN사태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협박용’이었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는 고 위원장의 논리로, 궁핍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 어쩔 수 없이 솔직히 고백 못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뿐이다. 

양문석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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