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친딸 캔디 고(27·Candy Koh·한국명 고희경)씨가 31일 오후 “서울 시민은 고 후보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고 후보는 자기 자신의 자녀 교육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교육감이 될 자격이 없다”라고 페이스북 게시물로 폭로하여 논란이 된 가운데, 고승덕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세한 해명을 하였고 문용린 후보는 맹공을 퍼부었다.

고승덕, “문용린과 박태준가 야합 의심... 공작정치에 맞서겠다”
고승덕 후보는 1일 오후 2시30분 서울 을지로 선거사무실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녀 교육 논란에 대해 상세하게 해명하고 오히려 문용린 후보가 공작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후보는 “아시다시피 저는 포스코 회장 겸 정계거물이었던 박태준회장의 둘째 사위였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92년 한국 귀국 후 자녀를 한국에서 키우기를 원하는 저와 미국시민으로 키우고자 하는 전처 사이에 계속된 갈등이 있었다”라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 서울시 교육감에 출마한 고승덕 후보가 1일 서울 을지로3가 선거사무소에서 자녀의 페이스북 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서 고승덕 후보는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불화가 이어지던 중 98년 갑자기 ‘내가 아이들을 책임지고 잘 키우겠다’고 말하면서 양육권을 달라고 한 후 일방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결별이 시작되었다. 어린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저 또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집안의 딸에게 자식의 양육권을 빼앗긴 아버지로서 많은 슬픔을 겪어야 했다”라며 오히려 자신이 포스코 회장 겸 정계거물이었던 박태준 회장 일가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고승덕 후보는 “많은 분들이 저를 고시3관왕,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신다. 하지만 박태준가에서 저는 평범한 집안의 자수성가한 아들이었고, 한국에서 자녀를 키울 것을 고집하는 답답한 촌놈이었다. 제가 박태준가에 미움을 받게 된 이유는 나이든 부모가 있는 한국에서 살기를 원해 영주권을 뿌리치고 귀국했고, 다시 미국에 나가 살기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소박한 소망이 재벌가에서는 문제가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고승덕 후보는 박태준가 때문에 정치적 활동을 방해받았던 전력을 폭로했다. 고승덕 후보는 “저는 99년에 한나라당 보궐선거로 공천을 받았지만 반납한 사실이 있다. 당시 저의 장인이자 집권여당 자민련의 총재였던 박태준 포스코 회장 측의 회유와 압력을 받고 납치되다시피해서 기자회견장에 끌려갔다. 처가가 사위에게 신변위협을 하는 일이 드라마가 아닌 실제로 일어났고, 당시 저는 공천반납으로 가슴에 큰 상처를 입었다”라고 폭로했다. 고승덕 후보는 “(딸의 폭로 이후) 페이스북에서는 아이들 이모, 사촌 등 전처가족들이 딸의 글에 격려를 보냈다. 이 상황은 저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고승덕 후보는 박태준가와 문용린 후보의 관계도 폭로했다. 고승덕 후보는 박태준가의 장남이며 캔디 고씨의 큰외삼촌이 되는 박성빈씨가 문용린에게 전화해 격려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지적하면서, “저는 박성빈씨가 문용린 후보에게 전화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 후보는 “문용린 후보와 박태준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같은 시기에 교육부장관과 총리로 재임하였고, 박태준 회장 사망 시 문용린 후보가 장례위원을 맡기도 했다. 또 박성빈씨와 문용린 후보는 2012년 2월부터 1년간 함께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로 함께 재직했다. 둘은 2대째 내려오는 끈끈한 관계가 있고, 고승덕을 적으로 생각한다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라고 폭로했다.
고승덕 후보는 “저는 딸의 글이 고 박태준 회장의 아들과 문후보의 야합에 기인한 것이 아닌지 정황을 의심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고승덕 후보는 “저의 딸이 어떠한 마음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지는 소상히 알아보겠다. 그 아이가 가졌을 저에 대한 미움에 대해서도 저의 잘못임을 인정하겠다. 딸에게는 미안한 마음 뿐이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저의 자녀를 이용해 저를 후보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공작정치에는 맞서겠다”라고 주장했다. 고후보는 “한때 재벌가의 사위였던 대가를 이렇게 혹독하게 치르면서, 저는 재벌가 집안과의 결혼이 낳을 결과에 대해 부주의했던 저의 젊은 날을 반성한다”라고 까지 말했다.
고승덕 후보는 “문용린 후보가 관권선거 뿐 아니라 공작정치에도 능하다는 것을 안 이상, 더더욱 이런 후보에게 서울의 교육을 맡길 수 없다”면서, “더 이상 저의 아픈 가족사를 선거에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문용린, “고승덕,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 떠올리게 해”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 합동 TV 토론회에서 문용린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문용린 후보는 캔디 고씨의 폭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고승덕 후보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용린 후보는 1일 서울 서대문구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오후 4시경 고 박태준 회장의 아드님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인터넷 상에 고승덕 후보 친딸이 올린 한 통의 편지에 대해 ‘조카의 뜻과 가족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 잘 싸워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문용린 후보는 “고승덕 후보의 친딸 분이 올린 글에 무척 가슴이 아팠다”고 캔디 고씨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언급했다. 그는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에 봉착했는지 해법을 찾아야겠다”며 “세울호 선장 이준석 씨가 팬티바람으로 도망가던 장면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문용린 후보는 “세월호 선장과 고승덕 후보가 보여준 책임감 없는 모습은 서울 교육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분명한 방향을 보여준다”고 고승덕 후보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한 문용린 후보는 “이번 선거를 대한민국 학교 교육이 지식교육만이 아니라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만들어야겠다”며 “‘문용린의 서울 인성교육 종합대책안’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검증할 수 없는 폭로전, 진보는 정책 이슈 던져야
고승덕 후보와 문용린 후보의 싸움은 이제 상호 폭로전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상호 비방은 검증하기가 매우 어렵고, 검증하기 위해선 너무 내밀한 사생활 정보를 필요로 한다.
고승덕 후보의 주장대로 그는 재벌가에 자녀를 빼앗기고 정치적 활동을 제약받은 피해자일 수 있다. 문용린 후보는 박태준가와의 인연을 선거에 활용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반면 고승덕 후보가 재벌가의 사위로 피해를 받은 것과 별개로 그가 자녀에게 대단히 무정한 아버지였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이제 더 이상 공세를 펼쳐 진실을 가릴 수 있는 일은 아니며, 유권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종류의 사안이다.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 합동 TV 토론회에서 조희연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승덕 후보의 해명은 박태준과 문용린을 김대중 정부 시절 관료의 인연으로 묶고 박태준가로부터 한나라당 공천을 받는데 탄압을 받았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진정한 보수 후보는 자신이라고 선전하는 효과가 있다. 사과할 문제는 사과하면서도 유권자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현명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무리하게 고승덕 후보를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 중 한 명과 엮으려는 문용린 후보의 모습은 매우 궁색해 보인다. 문용린 후보는 사람들이 고승덕 후보를 지탄하기도 전에 스스로 나서서 가장 비도덕적인 사람과 그를 엮으려고 했다. 이는 오히려 문용린 후보가 얼마나 다급한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광고하는 일일 수도 있다.
문제는 두 후보의 공방 속에서 진보진영 교육감 단일 후보 조희연의 존재감이 지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참에 조희연 후보는 유권자들이 보수후보의 가족사나 인맥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도록 진보적 교육정책 의제들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고승덕 친딸의 폭로’나 ‘문용린과 박태준가의 관계’가 아닌 조희연이 던진 ‘혁신교육 시즌2’의 여러 내용들이 이슈가 되고 보수후보들이 이에 반박해야 유권자들에게 서울시 교육감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들이 제공될 수 있다.
진보든 보수든 유권자들은 두 보수교육감의 ‘흙탕물 싸움’보다 ‘마을만들기’와 결합된 ‘공동체마을교육’, 교사들의 수업전문성 강화 및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 공교육 강화 및 개혁 등 조희연 선본이 던진 정책과제에 대한 보수교육감들의 반박과 대안을 경청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선거전을 만들어낼 책임은 조희연 선본에게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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