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와 KBS 노동조합(‘1노조’)의 3천9백여 조합원이 29일 새벽 5시부로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일부 KBS 파업 참여자들이 오후 2시 30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기자회견문은 이번 파업에 대해 “지난 2009년 말 노동조합이 갈라선 뒤 처음으로 이뤄진 공동파업”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하면서, “앞서 기자협회의 제작거부를 시작으로 300여 명의 간부들의 보직 사퇴, KBS 내 16개 직종 협회의 입장 발표에 이어 노동조합과 직종 간의 이해를 뛰어넘어 길환영 사장 퇴진과 공정 방송 회복을 위한 역사적인 공동 투쟁이 시작된 것”이라 규정했다.
▲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모인 KBS 파업 참가자들이 '길환영 퇴진'이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미디어스
근 며칠이 그랬듯 오후 2시 언저리 세종문화회관 근처는 쨍쨍한 햇볕 탓에 여름 날씨와도 같았다. 2시가 지나자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KBS 파업 참여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사복 차림으로 일부 참여자들은 선글라스를 착용하여 나들이 나온 시민들과 잘 구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되어 계단으로 이동하자 참여자들은 주로 프로그램 이름을 적은 하얀 깃발을 들고 결집했다. 일부 참여자들이 계단에 앉자 주최 측은 “계단에 앉으면 시위가 된다. 우리는 기자회견이니까 서 있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일부에선 “건방져 보일 수 있으니 선글라스를 벗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모인 KBS 파업 참가자들이 '박근혜 사과'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미디어스
참여자들이 “길환영은 사퇴하고 박근혜는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일사불란하게 외치자 흔히 그렇듯 종로경찰서 측은 “구호를 외치면 기자회견이 아니라 집회”라며 “해산 절차를 진행하겠다”라며 엄포를 놓았다. 이에 주최 측은 “알겠다.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라며 눙친 후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아나운서 등의 발언을 들었다.
▲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모인 KBS 파업 참가자들을 언론사 사진 기자들이 찍고 있다. ⓒ미디어스
기자회견의 압권은 참여자들 모두가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 “길환영은 퇴진하라”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머리 위로 펼친 순간이었다. 찜통 더위 속에서 한 시간 가까이 벌어진 기자회견에 대해 지나가던 시민들도 관심을 보였다. 젊은 여성 몇이 지나가면서 “KBS 잘하네. 응원해줘야 하는 거 아냐?”라고 중얼거리기도 했고 남고생 몇이 지나가면서 “뭔지 모르지만 더운데 고생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KBS 파업 참여자들이 '길환영 퇴진'이라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머리 위로 펼쳤다. ⓒ미디어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와 그렇듯 기자회견이나 시위에서 ‘박근혜 대통령 비판’이 나오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지나가던 한 중년 여성은 “박근혜는 사과하라!”는 구호에 반응하여 “뭐라는 거야. 지들이나 잘하지. 시청료(수신료) 내기 싫다”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마침 근처에서 회장 취임식 행사를 하고 나온 전직 경찰들의 모임인 ‘대한민국 재향경우회’ 간부들도 정장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오면서 기자회견에 짜증을 냈고 일부는 유인물 접수를 거부하였다.
기자회견문은 “길환영 사장의 퇴진은 우리 싸움의 목적지가 아니라 정권의 방송 KBS를 국민의 방송 KBS로 되돌려 놓는 싸움의 출발점에 불과하다”라면서, “우리의 이번 싸움, 많이 늦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감히 국민 여러분의 응원을 바라지는 않겠지만 외면만은 말아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이 명령한 이번 싸움, 반드시 승리해 국민의 방송 KBS로 되돌아가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측에서 나눠주는 유인물 앞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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