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화요일 KBS <상상플러스>의 한장면이다.

이 날 방송에서 배우 예지원과 함께 게스트로 나온 이민기는 이런 말을 했다.

"2년전 부터 TV를 끊었어요. 케이블 시청료가 너무 비싸서요. (케이블을 안보면) 공중파는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안나오더라구요. (중략) 돈을 내고 그만큼 나하게 유익함이 있나하는 생각도하고, (돈을 내고 볼만큼) 득이 되는게 없다는 건 아닌데, 이걸 끊으면 (대신) 나한테 더 생기는게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이어 이민기는 TV를 보지 않기 시작하면서 그 시간에 전에는 읽지 않던 책을 읽게 되어 오히려 좋더라고 말했다. 연기자 이민기의 범상치 않은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울러 이는 시청자의 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애초에 케이블TV의 등장은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넓혀주는 기회로 예상됐다. 더 많은 채널을 보고 싶은 시청자는 거기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면 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보니 주객이 전도됐다. 케이블을 설치하지 않고는 공중파TV를 볼 수 없는 어이 없는 상황이 와버렸다. 그것도 난시청 지역하면 떠오르는 산간벽지나 멀리 떨어진 바닷가도 아닌, 평범한 지역의 가정에서 조차 공중파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이 문제로 지난해 6월에는 '케이블방송 독점규제와 난시청 해소를 위한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의 책임이냐는 질문을 할 차례다. 한치 앞을 보지 못하고 싼값에 케이블TV 시청요금을 지불해버려 거꾸로 자신들의 발목이 잡힌 시청자의 탓인가? 공중파 방송을 볼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못한 건물주의 책임일까? 난시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방송사들의 문제일까? 이를 수수방관한(?) 방송위원회가 원인일까?

조만간 디지털 방송을 시작할 것이니 현재의 아날로그 방송에 누군가 투자할리도 만무하다. 기왕지사 여기까지 왔으니 몇 년만 더 참으면 문제가 풀릴까?

요즘 시끄러운 SMATV(위성방송 공동수신설비) 문제를 보면 시청자 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딱 하나 뿐이다. 그게 설치되면 공중파 방송만 무료로 볼 권리를 누리는 영광(?)이 오냐는 거다. 귀가 솔깃할 수 밖에 없었다.

정통부가 마련한 규정을 보니 그게 아닌가 보다. 딱 한발짝 전진했다. '공동주택거주자'가 '지상파 방송', '케이블방송','위성방송'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의미였다. 즉 공동주택에 살지 못하면서 공중파 방송을 못보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먼나라 얘기다.

어렵다. 아직은 집에 안테나를 제대로 다는 법을 갈고 닦을 수 밖에 없겠다. 민기씨가 TV에 나와 안테나 잘 다는 법을 가르쳐 주면 참 좋겠지만, 결국 그것도 집에 TV잘 나오는 사람만 볼 수 있는거 아닌가? 어렵다. 민기씨에게 TV를 허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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