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태, 이제 시민이 판단하고 결정한다. 짧게, 말을 딱딱 끊어 적어 보자. 행동의 방향, 실천의 내용을 또박또박 부기토록 하자. 현재의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도, 이에 대해 나의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그에 따라 행동을 펼쳐가야 한다는 각오다. 지난 기자회견 때 내걸었던 플래카드처럼, 공영방송 KBS, 이제 사회가 규제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권력이 채널을 국영화하는 방식으로 규제=통제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른바 ‘지배구조개선’이라는 제도·형식의 관념적 규제론으로 추상화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내부 구성원들에게 지금처럼 맡기고 지켜보며 연대·지지하는 관습적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주체적 사유, 역능적 실력 발휘가 필요하다.

공영방송, 주권자 시민이 접수해야 한다. KBS가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좌초된 지 한참이 지났다. 자체 구조가 불가능하다. 이 시점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사장이 세월호 보도는 물론이고 저널리즘 통제에 직접 개입하고, 정치권력이 그 배후에서 인사로 또 관여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리고 내부에서 이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뒤늦게 사장 퇴진을 내걸고 파업을 선언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KBS의 문제 현실을 그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고 주체적으로 해결코자 하는 정치적 선택이 중요하다. 세월호 상황에서 정치권력의 책임을 묻는 것과 더불어 KBS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분노하는 시민들이 지체 없이 선택해야 할 정치적 행동의 핵심 내용이다.

미래의 지배구조개선 논의가 아닌, 당장의 KBS 지배가 관건이다. 불능상태의 방송국인 KBS, 부정이 드러난 공영방송체제를 시민이 주권의 힘으로 탈취해 내야 한다.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합법적이고 정당한 시민 역능의 사회적 규제 프로그램을, 오작동 중인 KBS와 카오스 상태인 KBS를 상대로, 바로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KBS의 문제, KBS 실패의 문제, KBS 실패의 책임자 문제, KBS 실패 책임자 징계의 문제 등을 분명하고 꼼꼼하게 제기하면서, 우리가 문제적 현장을 책임 있게 접수해야 한다. 그 해결의 방향을, 해결의 요구조건들을, 해결의 순서를 민주정치/민주시민의 이름으로, 그 어느 대의적 채널을 통하지 않는 직접적인 현출의 형식을 통해, 현장에서 내놓아야 한다.

길환영, 자격 없는 사장직에서 이미 소환되었다. 당신의 얼굴은 우리에게 굴종과 비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신의 이름은 우리에게 수치와 환멸을 상기시킨다. 분노를 치솟게 한다. 그런 점에서 정확하게 공분의 대상이며, 공분이라는 사회적 판단에 다름 아니다. 그러하니 여론에 승복하는 것 외에 살 길은 없다. 상부의 지시를 대기하는 것, 정치권력의 의중을 살펴보려는 처신이 통할 길은 없다. 그렇게 행실한 자의 비극적 종말은 자신의 보수적 향토에서조차 처절하게 응징된 MBC 김재철 사장의 사례에서 이미 나타나지 않았던가? 오직 사태의 악화와 조직의 추가 붕괴, 타자의 동반 살해만을 위해 버티는 자에게 이사회가 마지막 생줄이 될 수 있을까? 그 최악의 상황은 KBS 종말을 뜻할 따름인데도?

이사회에게는 해임의 선택지 외에 남은 것은 없다. 사실 공분의 상식은 길사장만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 총제적 비리의 KBS를 겨냥하고 있으며, 비양심의 KBS 구성원 전원의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대의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정치/진보를 방해하며 오히려 민주/여론을 조작하는 부정한 공영방송 KBS 자체를 바닥에서부터 뜯어내야 한다는 결기다. 환멸의 KBS에 대한 냉소와 회의의 정서에서 벗어나, 바로 지금 우리의 주권행사를 통해 사회 구제적 희망의 플랫폼, 정치중계의 전망 있는 채널로 바꿔놓겠다는 집단의사다. 그 사회의 명령에 투항하는 것 외에, 남아있는 도피처 없다. KBS의 이사들이 특히나 새겨들을 말이다. 해임 제청 안을 처리하라. 당신들을 대신해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미 결정이 내려졌다.

해임 결정 후 KBS 이사 전원은 정치적 평가를 받으라. 책임은 그렇게 KBS 내에서 계속해 확장된다. 아무도 주권자의 지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길 사장 일인의 KBS 지배체제는 붕괴되었다. 길 사장은 과거지사이지 현실조건도 아니고 미래환경도 아니다. 만약에 이 실상을 인정해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것이 사장 자신이건 아니면 이사회이건 혹은 외부의 정치/권력이건, 그 수상쩍은 거동과 음모에 대한 시중의 판단이 바로 내려질 것이다. 포위되었으니 이제 그냥 가만히 있으라. 어떤 음모도 도모하려 하지 말 것이며, 모든 술수를 내려놓을 것이다. 여론 대중의 정치적 판단은 무섭게 내려졌으며, 그 위반의 독재가 통할 사회적 분위기가 아님을 당신들이 더 잘 알 것이다.

▲ (사진=미디어스)

부정하고 부패한 ‘외부세력’들은 가만히 있으라. 사장을 꼬리 자르기 식으로 내쫒아 여론의 반전을 꾀하며 사태를 대충 수습할 것인가. 그래서 정권의 부담을 어느 정도 털어낼 것인가. 아니면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인가. 혹은 노동조합을 비롯한 내부 요소 척결의 물귀신 카드로, 더욱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그래서 MBC에서와 같은 구조적 장악의 결말을 끌어낼 것인가. 온갖 비상한 논의들이 오가고 있을 터인데, 문제는 여러 번 당해보았고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능적인 상대편에게 어느 것도 그리 쉽게 통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론의 동향은, 세월호는 물론이고 여론의 왜곡과 언론의 부실, KBS의 실패에 대한 주권자의 판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KBS의 공적지배를 위한 사회/정치적 테이블을 즉각 구성하라. KBS 구조·재편의 사회적 합의가 내려졌다. KBS의 문제는 길 사장 일인의 문제로 결코 환원되지 않는다. KBS 내부의 지배 권력은 최근의 여러 보직사퇴나 반대의사 등에도 불구하고 강고하다. 지배 블록은 빠르게 이합집산하고 있을 뿐이고, 정황에 맞춰 처신하고 있을 따름이며, 냉정하게 말해서 재생(산)의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길환영 없는 미래가 KBS 저널리즘의 복구, KBS 공영방송의 부활, KBS 시스템의 정상적 이행을 보장한다는 이야기는 환상에 불과하다. 길사장의 해임이 내부혁신, 외부배제, 사회지배로 즉각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사회적 규제가 유일한 해법인 까닭이다. 이를 위한 응답의 책무가 제도정치권에 남는다.

KBS 저널리즘의 복구, 파업(선언) 이후의 핵심적 과제다. 내부의 움직임은 파업(선언)을 넘어서야 한다. 파업(선언)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KBS 내부 집단이 내놓는 ‘성찰’의 언어와 ‘반성’의 눈물을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 신뢰는 오직 책임 있는 실천을 통해서 획득될 수 있는 과정적 산물이며, 그렇기 때문에 KBS 신뢰 회복의 과제는 현재 상태로서 미완의 프로젝트로 남는다. 파업(선언)은 사태 진정의 조건으로서 여전히 미달이다. KBS에 대한 사회적 규제의 목소리에 맞춰, 어떻게 현행의 모순을 혁파하고 쇄신의 체계를 마련하며 무엇보다 저널리즘 실행의 모습을 내놓을 것인가? 그럼으로써 신의를 다시 득할 것인가? 진정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파업(선언)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KBS의 비상사태, 래디컬한 개입을 요구한다. 모두가 감수해야 할 사회적 의무다. KBS의 인수. 공동체적 책임이다. 위로부터의 권력 지배 상황을 옆으로부터의 사회 규제 상태로 대치하는 사업. 정치적이고 윤리적이며 사법적인 책임성에 비춰 이미 존속의 위상을 상실한 길환영 사장을 밀어내는 일. 기회를 엿보는 내부의 부조리한 요소들을 해산하고 저널리즘을 진압해온 지배블록을 해체시키는 프로그램. 무력하게 체제에 영합해오다 파국에 이르러서야 ‘반성’이라는 이름으로 나선 현장 주체들에게 더욱 단호하게 책임을 따지는 활동. 아울러 공영방송의 지배주주로서 그 주권자적 권리와 의무를 방기한 바로 나/우리의 책임을 따지는 실천. KBS 비상사태는 비상한 행동의 궐기를 요구하고 있다. 끝없이, 지금부터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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