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에서 부천은 순위표와 무관하게 뜨거운 팀입니다. 최근 성적만 놓고 보면 대전에 이어 가장 좋은 흐름, 3연승을 기록 중이죠. 최하위 충주와의 경기도 있었지만 고양과 대구를 잡으며 기록한 승리, 다가오는 광주전까지 연승을 끌어갈 수 있다면 중위권 도약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른 이유에서 부천은 뜨겁습니다. 전임 감독의 선수선발 비리와 코치의 선수폭행 논란, 최근에는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베팅까지. 말 그대로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을 보내는 팀이 바로 "부천"입니다.

▲ 냉탕과 온탕을 오고가는 듯 너무나 급변하는 상황에 놓인 팀, 부천
여러모로 주목받아야 할 팀 "부천FC". 그런데 우리는 좀 더 깊이 이 팀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식 명칭은 "부천FC 1995", 이름에서 드러나듯 K리그 챌린지 구단 가운데 독특한 역사성을 띄고 있는 팀인데요.

2006년 부천 연고의 "부천SK"가 제주로 연고지 이전을 하자 생긴 시민들의 구단, 아마추어 리그인 K3부터 시작해 K리그 챌린지까지 이른 그들의 역사는 우리 축구에서 중요한 흔적입니다.

구단명에도 들어간 1995는 부천SK의 전신 "유공 코끼리"를 응원하던 팬클럽의 창단을 기념하는 기록, 똑같이 연고지 이전에 반대하던 잉글랜드의 "AFC윔블던"과 같은 팀과 자매결연 관계에 있기도 하죠.

▲ 당시 부천의 연고 이전은 K리그 전체와 축구팬들 모두에게 뜨거운 이슈였죠.
붉은악마도 이 사태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친선경기에서 "검은악마" 퍼포먼스를 보일 정도였습니다. 우리 K리그에 있어 이만큼 "뜨겁고" "대단한" 역사를 가진 팀도 참 드물다 여겨질 정도, "부천"이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가진 서포터가 있고 그들이 지닌 역사가 있는 클럽이자 연고지라는 거죠.

그 부천이 도전하는 4연승은 여러 어려움 사이에서 꿋꿋이 이어지는 "축구"의 가치라고도 여겨지는데요. 우여곡절을 겪어온 팀답게, 지금의 상황도 참 미묘하고도 복잡하게 이어지는 듯한 부천의 2014시즌. 선수단과 구단 운영진 그리고 많은 팬들도 이들의 이런 역사성에 대해, 또 그 아픔과 깊이에 대해 한번쯤 더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소중함을 지키려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K리그에 필요한 여러 가치 가운데 하나인 "역사"를 지닌 팀 그리고 그 팬들, 부천의 가치는 여기 있지 않을까요? 리그에 대한 진지함과 팬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 선수들의 노력과 경각심이 필요한 "부천"의 11라운드. 몇몇 선수들과 코치들의 잘못을 딛고 좋은 결과를 그라운드에 펼쳐 보이길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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