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휴대전화 불법 보조금을 엄단할 목적으로 ‘징벌적 요금할인제’를 추진한다. 기존 ‘영업정지+과징금’ 제재 방식을 ‘긴급중지명령+요금할인’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사업자들은 “이중제재”라며 반발하지만 이 제재방식이 오히려 사업자에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선 보조금을 얼리면서 제재를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에 대한 제재의 핵심은 이른바 ‘보조금’으로 불리는 마케팅 비용 제재에 있다. 정부는 27만 원을 불법 기준으로 정하고, 시장조사를 통해 이를 넘는 사업자를 확인하고, 불법을 확인한 뒤 영업정지를 처분하고 과징금을 매겨왔다. 올해 초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과징금 부과 상한을 매출액의 1%에서 2%로 올렸다.

▲ 전국 휴대전화 판매망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보조금 과열경쟁 주도 통신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영업정지 처분에 항의하며 '영업정지 철폐 위한 30만 종사자 총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통사는 거칠게 반응했다. 이통사들은 보조금 책임주체에 제조사를 포함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밀어붙였다. 삼성의 반대에도 이 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통사 민원대로 보조금 불법 기준을 30만 원대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통사들이 자율 실시하겠다는 서킷브레이커(거래일시정)의 목적은 결국, ‘보조금 얼리기’다.

이통사들은 “보조금은 필요악”이라고 설명한다. 가입자를 유지하고 늘리기 위해 필요하긴 하지만 출혈경쟁이 싫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단말기유통법과 서킷브레이커는 사업자에 유리하다. 여기에 보조금 불법 기준까지 올리면 제재 가능성은 더 줄어든다. 과징금 상한을 매출액의 2%로 올렸지만 빠져나갈 구멍은 더 커졌다.

이용자 시각으로 보자. 2~3년 약정 이용자에게 보조금은 사실상의 요금 할인이다. 이통사들은 잇따라 ‘LTE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고, 제조사들은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출고가를 낮추고 있지만 2G나 3G 이용자들이 LTE로 갈아타면 통신요금은 어떻게든 올라간다. 당장 보조금을 줄이면 지금보다 통신요금은 더 비싸진다.

이통사와 정부는 이미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단말기유통법에 따라 긴급중지명령을 내린 뒤 그 뒤에도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요금을 할인해주겠다는 게 정부 입장인데 보조금 불법 기준을 올려놓고 서킷브레이커까지 자율 실시하겠다는 상황에서 보면 정부 대책은 ‘도입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페이크 규제’가 될 수 있단 이야기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이사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요금을 할인하겠다는 사업자를 정부가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징벌적 요금인하제라고 하지만 통신요금 인하와 전혀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징벌적 요금인하제는 사업자들이 폭리를 취하는 구조를 손보는 제도가 아니고 오히려 사업자에게 유리한 규제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통신요금은 기기가 노후할수록 내려가야 정상이다. 요금 인하는 사업자들이 통신요금에 대한 원가 자료를 공개해야 출발할 수 있다. 그런데 규제기관인 방통위 등은 오히려 이통사에 유리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 사업자들은 보조금 기준을 높여 과징금을 피하면서 보조금도 얼릴 수 있는 준비를 끝냈다. 정부는 뒷처리에만 바쁘다. 통신요금은 절대 할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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