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큰일 났다. ‘권위 중의 권위’를 상징하는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없다. 잘났던 못났던 ‘나랏님’이 아닌가? 경향신문의 사회에디터(우리말로 직역하면 사회부장)인 손동우 기자는 27일자 칼럼(염동균과 왕기춘)에서 국가최고통치자인 대통령을 ‘현인신(現人神)’으로 불렀다. 실제 대통령의 영향력과 권위는 신(神)에 비유되기도 한다. 가뭄이나 대형 사건과 사고가 나면 먼 원인(遠因)을 대통령의 부덕(不德)에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이런 인식과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모른다.

최근 집에서 작은 충격이 있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녀석이 이명박 대통령의 띠가 쥐띠라고 말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은 적이 있다. 그런데 곧이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과 14범이다”라고 운율까지 맞춰가며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평소에 집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집에서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았던 터라 아들 녀석의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기자가 구세대라 가부장적인 습관을 어쩌지 못해 꾸짖듯 물었다. “야, 너 왜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는데?” “거짓말을 자꾸 하잖아요!” “네가 이명박 대통령이 거짓말하는 것 봤어?” “….”

▲ 이명박 대통령은 왕비호(왕비호감)에 도전하지 말라는 피켓. ⓒ송선영

이 정도 되면 상황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약칭 집시법) 혹은 관련 법률을 고쳐 국가원수모독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마침 이명박 대통령께서 최근 법치주의를 강조한 바도 있지 않은가? 그것이 지금 이명박 정권이 벌이고 있는 ‘공안정국, 공안탄압’ 정책과도 부합하는 일이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집시법에 국가원수모독죄가 있었다. 12대 국회로 기억된다. 변호사인 장기욱 당시 신민당 의원은 국회가 열리면 상임위원회 등에서 국가원수모독죄를 없애라고 끊임없이 주장했다. 대통령이 자신이 모독을 당했다며 국민을 고발할 리가 없는 상태에서 국가원수모독죄를 집시법에 규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장기욱 전 의원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정권은 87년 민중항쟁을 통해 간신히 확보한 정치적 민주화와 언론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행정부와 입법부 장악에 이어 사법부의 일부 판사들마저 정권의 눈치를 보는 듯한 상황에서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국가원수모독죄를 부활하여 대통령의 권위를 세워라! 촛불시위의 배후라며 초등학생, 중학생도 연행한 마당인데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이명박 정권이 두려워 할 것이 뭐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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