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드라마 경쟁에서 독주를 지키고 있는 작품은 SBS <닥터 이방인>이다. 어제 20일 방송에서 12.7%의 시청률로 지난 회에 비해 1.3% 하락한 수치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중이다. 그 뒤를 이어 KBS2 <빅맨>, MBC <트라이앵글> 순으로 월화드라마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빅맨>의 추격이 점점 무서워졌다. 7회 8.1%, 8회 9.0%로 시청률이 조금씩 오르는 양상을 띠고 있다. 1위인 <닥터 이방인>과 격차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반면 <트라이앵글>은 6.8%를 기록하며 전보다 낮은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극 초반에는 <빅맨>보다 <트라이앵글>에 더 기대가 됐었다. 강지환보다는 이범수가, 최다니엘보다는 김재중이 연기력이나 인기 면에서 앞서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맨>은 예상치 못한 매력들로 단순한 비교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다소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현실감 있는 연기와 그럴듯한 설정으로 교묘하게 살려내고, 확실한 주제의식을 끝까지 쥐고 있으면서 긴장과 스릴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세련된 기법으로 차근차근 그려내고 있다. 이대로라면 <트라이앵글>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닥터 이방인>의 자리를 넘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강지환은 이미지도 좋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장점은 없는, 준수하긴 하지만 독보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애매한 그레이드에서 방황하고 있는 배우라고 여겨졌다. <빅맨>의 주연으로 나선 그에게 거는 기대는 그리 높지도 그렇다고 아예 없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눈빛이 예전보다 강렬해졌고, 감정선이 그 전보다 섬세해졌다. 다소 오버하는 듯한 표정과 모션 등이 포착되긴 하지만, 이는 강지혁에서 김지혁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캐릭터에게 필요한 것들로 이해가 된다. 때때로 이것은 주인공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내기도 한다.

어제 방송된 <빅맨> 8회에서 김지혁은 강동석(최다니엘 분)의 지시를 받은 이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결국 강물에 던져져 죽음의 위기를 맞는다.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철저하게 수모를 겪으며 철저하게 버림을 당하고 만 것이다. 앞으로의 이야기에 더욱 흥미를 갖게 한 장면이었다. 8회 만에 주인공의 죽음이라니. 어떻게 그가 살아나며 또 어떻게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될 지 그 궁금증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빅맨>에 흥미를 더욱 돋우는 촉매제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최다니엘이 연기하는 악역 강동석이다. <빅맨>의 악역은 다른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보다 그 수위가 높고 차별화가 되어 있다. 주인공이 남다르면 작품이 돋보이기 마련이다. 또한 악역이 남달라도 시청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이 된다. <빅맨>이 그렇다.

강동석은 야비하고 잔인하다. 사람들 앞에서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가 숨긴 뒷모습은 탐욕과 분노, 시기와 질투로 가득하다. 약혼녀 소미라(이다희 분)의 마음이 김지혁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되자, 그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김지혁을 궁지에 몰아넣기로 작정한다. 감방에 쳐 넣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목숨까지 끊어 놓을 요량이다.

그리고는 소미라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는 포근한 인상으로 봄바람과도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속으로는 김지혁의 사망 소식을 기다리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의 거짓된 위선과 지독한 악행은 겉으로 보이는 미소 때문에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이 장면에서만큼은 강동석에게서 악역의 기운을 감지할 수 없다. 시청자를 감쪽같이 속일 만큼 이제 최다니엘의 연기는 여유로워졌다.

주인공만큼이나 악역의 감정선도 절박하다. 강동석 일가가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된 김지혁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칼로 강동석을 헤치려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강동석은 눈 하나 꿈쩍 하지 않고 되려 김지혁에게 심장을 찌르라고 소리친다. 그의 악행 역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가겠다는 선언이자 다짐인 것이다.

이렇게 무섭고 끔찍한 냉혈적인 인간을 최다니엘이 연기하고 있다. 그의 필르모그래피에 악역은 거의 없었다. 그의 이미지나 그 동안 그가 연기해 온 스타일로 봐서는 감당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연기 변신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언뜻 생각해서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역할이었음은 분명하다.

최다니엘은 이러한 짐작을 기우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강동석을 매우 잔인하고 비열하며 교활하게 그려내는 데 온 힘을 쏟았고 또한 그것을 성공적인 변신으로 이끌고 있다. 그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생각을 바꿔버렸다. ‘순수하고 맑으며 선한 미소만을 짓는 캐릭터만 어울릴 줄 알았던 최다니엘에게 이런 이중적인 면모가 있을 줄이야’하며 감탄을 터트릴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최다니엘은 악역은 악역에 어울릴 만한 배우가 해야 제격이라는 고정관념을 부숴버리고, 악역 캐릭터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운 듯하다. <빅맨>에서의 강지환 연기는 눈이 부실 정도로 훌륭하다. 그러나 최다니엘의 연기 변신에 더욱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최다니엘이야말로 충격에 가까운 비주얼의 주인공이라 말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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