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본부장의 지시로 아이템 확정 하루 만에 제작이 중단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세월호’ 편 방송이 결국 연기됐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오는 31일 방송을 목표로 ‘세월호 침몰’을 다룬 방송을 준비 중이었다. 지난 8일 아이템 승인을 받아 제작에 착수했으나, 바로 다음날인 9일 장광호 제작본부장은 돌연 제작중단 지시를 내렸다. 제작진에 따르면, ‘너무 민감한 아이템이 아니냐’는 것이 제작 ‘번복’의 이유였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미 지난달 26일 ‘희망은 왜 가라앉았나-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 지난 17일 ‘유병언 왕국의 미스터리-세월호 참사와 쇳가루의 비밀’ 등 세월호 관련 아이템을 방송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달 26일 방송에서는 진도 VTS 교신 녹음파일 조작 의혹을 제기해 해경은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들에게 법적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인한 취재 중단에 내부에서는 ‘외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고,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을 비롯해 SBS PD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방송 내용은 불편부당해도 선거 앞두고 여야가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

SBS PD협회(협회장 김영우)는 19일 긴급 총회를 열어 대응에 나섰고, 같은 날 장광호 제작본부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사내에 대자보 형식으로 붙였다. 왜 하루 만에 아이템 승인 번복을 했는지, 외압이 있던 것은 아닌지 등이 포함된 내용이었다.

20일, 장광호 제작본부장은 PD협회의 공개질의서에 답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이 자리에는 PD협회 쪽에서 협회장, 부회장이 참석했고 사측에서 제작본부장, 제작총괄국장, CP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영우 협회장은 20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PD들은) 외압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혹은 제작본부장 윗선 지시가 있었는지 물었는데, (본부장은) 절대 아니라며 자신의 ‘독단적 지시’라고 했다”며 “이 사안(세월호)이 방송을 만드는 쪽에서는 불편부당하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여야 세력이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어서 번복한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 번 제작중단을 겪었기 때문에 당장 다음주(31일) 방송이 어려워 이 방송분은 내달 14일로 연기됐다. 김영우 협회장은 “그렇게 (아이템이) 왔다갔다하는(번복) 과정에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원래 내기로 한 날짜에 못 내고 더 밀리게 됐다”며 “또 방송을 하기로 한 날(31일)이 희망TV라는 SBS 연중 캠페인 주간이기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내달 7일에도 세월호 관련 소식을 다룬다. 김영우 협회장은 “제작진에 따르면 원래 세월호 아이템을 4부작으로 기획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 지난달 2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희망은 왜 가라앉았나-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편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김영우 협회장은 “개인적 판단으로 왔다갔다해서 제작자율성을 해치면 안 된다는 PD협회의 뜻을 분명히 전했다”며 “(본부장은) 갑자기 말을 바꾼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고, 앞으로 조속히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20일 사측에 공문을 보내, 편성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중단에 대한 사측의 해명을 듣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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