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순 KBS 사장ⓒKBS
부사장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KBS 이사회가 다음달 1일로 연기되면서, 이병순 신임 KBS 사장이 취임 첫 업무인 임원 인사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사장은 애초 29일 KBS 이사회에 이사회 개최를 요청했으며, 이원군 부사장과 본부장 8명 등 모든 임원이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이번 이사회 연기는 ‘최소 48시간 전 임명동의를 구할 부사장 명단을 이사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이사회 운영규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사회의 공식 입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게 KBS 내부의 중론이다.

이미 정연주 전 사장 해임제청과 후임사장 임명제청 과정에서 숱하게 운영규칙을 어겨온 이사회가 사소한 규정을 들어 회의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새삼스러운 데다, 이원군 부사장을 대신할 신임 부사장은 물론 신임 본부장 후보가 쉽게 떠오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이병순 사장이 신임 부사장 자리를 놓고 4명의 후보를 접촉했지만 모두가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이병순 사장이 인사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국가기간방송법과 관련한 임기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이 사장의 임기는 정연주 전 사장의 임기인 2009년 11월까지이다. 이번에 선임될 부사장과 본부장의 임기도 마찬가지가 된다. 원래 사장의 3년 임기와 같이 하는 임원 임기가 이번 이병순 사장 때에선 1년3개월로 줄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올 9월 정기국회에서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국가기간방송법이 제정되면 새 임원진의 반쪽짜리 임기마저 다시 반토막 날 수 있다. 국가기간방송법은 현행 한국방송공사법을 대체하는 것으로, 이 법이 제정·공포되면 KBS가 새롭게 재편되고, 이에 따라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도 새로 뽑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의석수를 감안하면 내년 2월께면 국가기간방송법이 시행될 것으로 방송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병순 사장의 진짜 임기는 1년3개월이 아니라 6개월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실정이며, 부사장, 본부장 인사도 임원 출신과 KBS 퇴직자 중심으로 돌려막기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병순 사장이 KBS 내부에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것도 각종 인사에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사 출신인 정연주 전 사장도 인사 문제에 상당한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순 사장이 KBS출신이라고 하지만, 그가 사장 후보로 부각될 때부터 “이병순씨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돌았다. 친분관계와 인사 문제는 엄연히 다른 사안이지만, KBS 구성원의 평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사장 취임식 발언은 불난 데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병순 사장의 취임사는 KBS 출신 사장의 평가라기보다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조중동이 KBS를 비판했던 것을 그대로 옮겨온 것뿐이라는 비판이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한 KBS 직원은 “이 사장이 방만 경영이라고 했는데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취임사라기보다는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포고문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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