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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 "박근혜와 함께 야당도 가라앉고 있다"[인터뷰]‘빅데이터 분석가’ 유승찬 (상)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5.20 07:57
편집자 주: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빅데이터 분석가다. 그는 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좋은정책포럼과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실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와 한국 사회, 선 자리와 갈 길> 토론회에서 “새누리당의 경우 부적절한 처신으로 10만여건의 버즈량을 기록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6천여건에 불과했다”면서 야당의 존재감이 전혀 없었음을 지적했다. 유 대표는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정치의 역할이 없다면, 정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를 묻게 된다”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스>는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를 직접 만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우리의 정치적 대처에 대한 고민을 들어 보았다. 

미디어스(이하 ‘미’): 트위터와 블로그 등을 분석하여 이른바 ‘버즈량’(언급량)에 대한 얘기를 하시는 것으로 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버즈량에 특별한 부분이 있나.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이하 ‘유’): 키워드를 “세월호”, “여객선”, “진도 팽목항”, “안산”, “단원고”, “희생자”, “실종자” 정도로 검색했을 때 버즈량이 1주에는 평균 35만, 2주에는 25만, 3주에는 15만 정도가 나왔다. 그래서 4주차에는 평균 10만 정도 버즈량을 예측했으나 여전히 15만을 유지하더라. 심지어 5월 8~9일 유가족들의 KBS 및 청와대 앞 시위 국면에선 다시 32만으로까지 증가했다. 줄었다고 여겨지는 것도 다른 키워드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크다. 가령 “애도”라든지 이런 키워드로 말이다. 윤창중 사건 당시 버즈량은 12만건이 사나흘 지속되고 말았다. 최근 버즈량이 하루 3만이면 다음날 모든 언론에서 톱기사를 차지하는 추세다. 하지만 세월호는 이 수준으로라도 줄어들어야 일상성이 회복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정치·사회적 발언을 안 하던 이들이 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보수의 대안담론, 진보의 퇴진담론 모두 부적절해
 
: 쏟아지는 언론보도를 보며 사고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시민들도 상처를 받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 어쩌면 광주보다 상처가 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광주는 정치적 해석이라도 가능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죽은 상황에서는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아니고, 현재 외상이 진행 중이다. 정부 여당은 어떻게 반응할까. “앞으로 이러저러하게 할 것이다”라는 대안 프레임으로 옮겨가는 것이 그들의 의도다. 빨리 추상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출구전략으로 삼자는 것이다. 그런데 잘 안 먹힌다. 국민안전처 신설 같은 것이 그런 식의 잘못된 대처다. 
 
: 기름에 불이 붙었는데 물을 뿌리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 그렇다. 반면 진보들은 대통령더러 “퇴진하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이것도 먹히기가 힘들 거라고 본다. 대중의 반응을 보지 않고 자기들 먼저 증오의 수사를 내세워선 안 된다. 지금은 희생자 가족의 슬픔에 공감할 때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우선이다. 이렇게 내세울 때 정부가 대안만을 말하면 사람들의 슬픔과 애도는 점점 더 분노로 바뀌게 된다. 그 감정의 결을 따라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NYT 광고에 나온 대통령 하야요구도 공감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본다. 참사에 아연실색한 정치적 중도파가 많다.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희생자 가족의 정서적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이런 사건 본 적 있는가. 역대 최고의 사건이라 할 만하다. 반응이 빨라야 한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처럼 발언하면 바로 잘라야 한다. 해수부, 안행부, 교육부 장관은 물러나야 한다.
 
: 사실 댓글 대선개입 논란이 나왔을 때 국정원도 그런 식으로 조직 자체를 부수고 만드는 수준의 재편 및 재구성을 했어야 했다는 생각도 든다. 
 
: 그렇다. 국정원에 대한 처리에서 도덕적 해이가 왔다. 공포정치를 일삼았다. 1970년대엔 그래도 상명하복 문화가 있었으니 공포정치가 통했다. 위에서 일을 시키는 일을 안 하면 죽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대에 그렇게 운영하면 아무도 일을 하려 들지 않는다. 
 
: 상명하복이 아닌 복지부동의 상황이 온 걸까. 
 
: 그렇다. 공무원들은 오히려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면 책임을 뒤집어 쓰고 잘린다고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새누리당도 일개 정부 부처처럼 행동하지 않았나. 집권 여당이 이 정도 수준으로 무력했던 적이 없다.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때도 이 수준은 아니었다. ‘종북몰이’를 할 때야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너무 활용하다보니 지금 새누리당에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의원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 있다. 다소 멀쩡하던 이들도 엉뚱한 소리를 하곤 한다. 
 
: ‘종북놀이’는 그들에게 꽃놀이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행위에도 대가를 치루는 측면이 있다는 걸까.
 
: 그렇다. 나쁜 방식으로 지지를 추구하다 보면 당의 체질이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DJP 연합 때 김대중이 자민련에게 서울에서 다섯 지역구를 주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어찌 됐는지 아는가. 결국 한 개도 주지 못했다. 김대중이면 ‘제왕적 총재’라고 불렸다. 그런데도 그 시대에도 그랬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의 새누리당이 얼마나 한심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가 퇴임 후 정치권에서 퇴장하면 어찌 될 것인가. 박근혜는 마지막 카리스마적인 정치지도자라고 보면 된다. 그녀는 소셜미디어 시대, 수평적 리더십의 세상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이다. 
 
   
▲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야권도 수평적 리더십에 적응 못하고 있다
 
: 하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진두지휘한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야권에 비해서도 좋았다.
 
: 맞다. 의외로 박근혜는 카리스마적인 정치지도자이면서도 반응성이 좋았다. 반드시 대통령이 되겠다는 권력의지 떄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만약 지금 박근혜가 여당 대표나 야당 대표였다면 말실수한 이들을 모조리 잘라 버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보면 심지어 새누리당의 SNS 대응과 홍보전략이 민주당보다 좋았다. 시스템적으로 자신의 권력을 외부 전문가에게 살짝 이양했다. 이를테면 평소 홍보위원장을 공석으로 두어 ‘옥상옥’을 만들지 않고, 선거 때는 외부전문가를 영입해서 활동했다. 당의 홍보기능의 일부를 전문적 영역에 분양해서 성과를 냈다.
 
: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 야권은 새누리당같은 이권집단이 아니라 가치집단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가치의 중심이 사라졌다. 그들이 추구하는 게 대체로 올드한 가치였기 때문이다. 중심이 사라진 상황에서 백가쟁명이 이어진다. 486들은 대체로 소셜 미디어라는 흐름에 비판적이다. 그들이 새로운 가치의 등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486들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침묵하면서 당 전체가 가라앉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안철수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거라는 대중의 기대를 업고 등장했다. 스마트한 이미지의 기업가는 기존 야권 정치인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합당 과정에서도 실망스러웠는데, 합당 후 행보는 더욱 실망스럽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존재감이 없는 가운데 지방선거 공천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안철수가 보여주는 리더십의 문제 
 
: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광주시장 선거 전략공천으로 욕을 먹었다. 물론 전략공천할 수 있다. 안철수 사람인 강봉균이 전북지사 경선에서 그렇게 큰 차이로 미끄러지는 걸 보라. 윤장현을 전략공천하지 않으면 안철수 사람이 한 명도 안 살아남을 상황이었다. 그런데 전략공천을 그렇게 밀실에서 했으면 안 됐다. 기본적으로 설득을 해야 하는데 설득 작업이 없었다. 이용섭과 강운태가 설득이 안 될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가 직접 내려가서 소통을 했어야 했다. 당의 미래를 위해 이번에 양보해 달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 진심을 다해 대화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전략공천을 하려고 했어도 명분을 만들었어야 했을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안철수는 윤장현 전략공천의 명분도 만들지 못했고, 이용섭과 강운태를 설득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오히려 이용섭과 강운태가 화가 많이 났을 뿐더러 당대표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다. 이런 명분이 있으면 두 사람은 단일화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무소속 단일화가 이루어지면 윤장현이 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갖는 정당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 수직적 리더십의 성립 조건은 권력배분에 대한 확실한 전망이다. 지금의 안철수가 어떻게 그런 전망을 줄 수 있나. 안철수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누구든 그런 전망을 주기가 어렵다. 그러면 다른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결정하는 수평적 리더십을 만들어 가야 한다. 리더십을 형성하기가 어려운 시대다. 정보독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민들이 국회의원 술버릇도 안다. 그러면 다른 방식으로 권위를 만들어야 할 게 아닌가. 말은 수평적 리더십을 행사하겠다고 했지만 언행불일치다.
 
무엇보다 반응성이 중요하고 명분도 잘 만들어야 한다. 두 가지를 잘 절충할줄도 알아야 한다. 가령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기초선거 무공천을 명분으로 합당하지 않았나. 그런데 현장에선 그렇게 하면 선거에서 새누리당에게 궤멸적 패배를 당안하고 보지 않았나.
 
절충이 가능했다. 기초선거 공천 때문에 정당이 지역정치인들을 지배한다는 얘기는 사실 꽂아주면 무조건 당선되는 영호남에서나 성립하는 얘기다. 나머지 지역에선 공천해도 될지 안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안 된다. 그러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대체로 공천을 하되, 호남에선 공천을 안하겠다, 라고 말하면서 새누리당도 영남에선 공천하지 말라고 압박을 했으면 됐을 일이다. 이런 식의 절충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계속)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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