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정수장학회 이사직 사퇴 시점을 3개월 잘못 쓴 언론사와의 '송사' 끝에 기어이 일부 '승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향신문>과 해당 기자를 상대로 낸 정수장학회 보도관련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2012가합21387)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제15민사부(부장판사 김홍준)는 15일 “기사의 일부 내용은 허위”라며 “500만원을 지급하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시했다. 이 1심 판결문에서 원고는 ‘박근혜’로, 피고는 ‘주식회사 경향신문사’와 해당 기자로 되어 있다.

<경향신문>은 18대 대선 당시인 2012년 8월 28일 <[새누리 후보 박근혜 뒤집어보기] (2) 도덕성과 과거를 묻는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경향신문>은 이 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장학금의 10%를 보수로 받았으며,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 진실 규명을 위한 발전위원회'의 결정이 나오자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는 내용 등을 보도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과거사 위원회가 결론을 내린 시기는 2005년 5월이고 박 대통령은 그 이전인 2월에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는데 마치 위원회가 '공권력에 의한 헌납'이라는 결론을 내리자 이사장직을 사퇴한 것처럼 보도했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1억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청구소송을 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학술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학술원 개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대통령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 시기가 <경향신문>이 보도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므로, 이는 허위 사실에 해당해 명예훼손이 인정된다"며 "<경향신문> 측이 쉽게 사퇴 시기를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를 확인하지 않고 경솔하게 보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애초 박근혜 대통령 측은 재판에서 <경향신문>의 해당 기사 내용 중 일곱 개 부분이 사실과 다르며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대통령 측이 제시한 일곱 개 부분 중 ‘원고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 시기’와 ‘원고의 육영재단 퇴임시기’ 두 개만 허위라고 밝혔다. 나머지 다섯 개 부분 중 네 개는 허위임을 입증할 증거가 없고 한 개는 순수한 의견표명이라고 밝혔다.
또 두 개의 허위 중에서도 ‘원고의 육영재단 취임 시기’ 문제는 “정정보도의 이익이 없고,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문제가 된 것은 “박 후보는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 진실 규명을 위한 발전위원회’가 “공권력에 의한 헌납”이라고 결론을 내리자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라는 부분 뿐으로, 과거사위 결론 전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사퇴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만 명예훼손을 인정하고 총 1억원 청구 중 500만원만을 인정했다.
<경향신문> 측은 해당 사안의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기’ 형식으로 이를 수정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원고 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정정보도 및 명예훼손 청구 소송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재판과정에서 재판부가 <경향신문> 측이 정정보도를 내고 원고 측이 명예훼손 소 취하를 하는 화해를 권고하였으나 역시 불성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재판은 원고는 ‘박근혜’라고 되어 있으나 사실상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진행하는 것으로 추측되어 있다. 그간 법무비서관도 교체되었고, 해당 재판의 변호사도 교체되는 일이 있었기에 법조기자들로부터 “원고의 정확한 의중을 모르겠다. 원고가 이 재판에서 얻으려고 하는 바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향신문의 한 기자는 “<경향신문>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전 보도로 소송 중인 언론사가 두 세군데 더 있는 것으로 안다”라면서 “선거 과정 보도 문제는 선거가 끝나면 취하해 주는 것이 보통인데 심한 구석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 기자는 “최근 청와대 비서실이 ‘박근혜 대통령 조문 연출 논란’을 보도한 <노컷뉴스>에 정정보도 요청과 8천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의 언론 위축 시도가 아니겠느냐”면서 “일선 기자들에게선 ‘박 대통령이 소송이 계속 진행 중인지 알기나 하는지는 모르겠다’는 푸념도 나온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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