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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지탄광 건설이 황창규식 KT 혁신이냐”구조조정 직원 퇴출 아니라는 KT, 노동자들 “그럼 직장 내 괴롭힘이냐”
권순택 기자 | 승인 2014.05.15 17:06

KT의 8304명이라는 대규모 구조조정 후폭풍이 거세다. KT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잔류자들 중 291명에 대해 CFT로의 인사를 발령했다. 하지만 CFT(Cross Functional Team) 그 자체가 강제해고를 위한 수순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벌써부터 ‘KT판 아오지탄광(강제수용소)’라는 꼬리표까지 붙은 상황이다. 이를 규탄하기 위해 15일 KT광화문 사옥 앞에서는 CFT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상경 투쟁을 예고한 상황이었다. 기자회견 장소에는 이미 KT노동자 150여명이 모여 있었다.

기자회견이 시작될 무렵, KT 홍보실로부터 메일이 왔다. KT는 <업무지원 CFT 관련 KT입장>이라는 제목으로 “CFT는 현장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신설된 정규조직이며 직원 퇴출을 위한 부서라는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며 “희망근무지역 조사를 위한 기본면담을 실시한 후 본인 희망 지역을 최대한 고려해 배치 중”이라고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이 같은 KT의 해명을 믿지 않았다. KT는 그동안 여러 번의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그를 거부한 잔류자들에 대해 CP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업무전환배치’와 모욕감 등 반인권적인 행위로 스스로 그만두도록 만들어왔고 이번 역시 그럴 것이라는 의구심이 높았다.

   
▲ 5월 15일 KT광화문 사옥 앞에 CFT 철폐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및 집회가 열렸다ⓒ미디어스

“회사가 무섭다…나이 들었으나 나가라는 것”

CFT에 배치된 박철우 씨는 KT측의 해명에 대해 “아니라고는 하지만 회사는 명예퇴진을 거부한 잔류자들에 대해 뒤로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고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박철우 씨는 회사로부터 CFT가 왜 만들어졌으며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들은 바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는데 회사는 ‘우리는 모른다. 경영상의 이유라는 것 이외에는 들은 바 없다’고 답하더라. 또,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지만 ‘조정중’이라고 했다”며 “그리고 업무전환에 따른 교육을 받는데 준비가 안 돼 있으니 자율학습을 하라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박철우 씨는 “8300여명이 나간 빈자리에서 고생하는 현장의 노동자들도 있다”며 “평소 4~5명이 하던 일을 지금 혼자 책임지고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 씨에 따르면, 한 노동자는 일하다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 일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날 상경투쟁에는 특히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노동자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역시 명예퇴직을 거부해 CFT로 배치됐다. 김태호 씨의 정년은 2014년 12월, 정확히 7개월 남았다. 사실 그에게 몇 개월 더 일한다고 해서 얻는 것은 없다. 오히려 회사의 요구대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더라면 KT 계열사에 비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김태호 씨는 “저의 정년은 오는 12월이다”라면서 “그런데 회사는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강제 명퇴를 막고자 하는 행위가 밉게 보였나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태호 씨는 “KT에서 37년을 설비 쪽 일하다 CFT로 옮겼는데 처음 받은 직무교육이 ‘이것이 맨홀이다’, ‘이것이 전주라고 한다’는 등이었다”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 37년을 근무한 회사에서 버림받았다는 것 자체가 치욕 같기도 했다”고 당시의 감정을 쏟아냈다. 김 씨는 KT에서 30여년을 전주에 올라가고 메놀에 들어가 설비를 설치하는 작업을 해왔던 상황이었다.

   
▲ 5월 15일 KT광화문 사옥 앞에 CFT 철폐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및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황창규 회장을 부르며 "삼성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를 외쳤다ⓒ미디어스

이 자리에는 2015년 12월이 정년인 A씨도 참석했다. 그는 “KT는 명예퇴직이라고 하는데 이게 어떻게 명예퇴직이냐. 나이들었으니 나가라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버틸 것이다. 제가 여기에서 무너지면 그 피해는 우리 후배들이 보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CFT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반발은 컸다. B씨는 “회사가 무섭다. 특히, 2012년 새노조에 가입한 이후부터 회사는 저를 탄압하고 감시하고 통제하고 차별했다”며 “그래서 작년 6월 병원에 입원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데, 우울증과 간헐적폭발성장애(분노조절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C씨는 “20년 이상 일한 노동자들을 인간 취급도 안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인간존중”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KT새노조 이해관 전 위원장은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며 “여기 계시는 CFT로 배치된 노동자들 대부분이 구노조 소속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그들이 회사와 합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이분들에 대해 나 몰라라 한다”고 쓴 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 5월 15일 KT광화문 사옥 앞에 CFT 철폐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및 집회가 열렸다ⓒ미디어스

“KT에서 세월호의 모습을 보게 된다…해고는 살인”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KT를 보면 우리 사회가 아직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깨달은 바가 없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꼬집었다.

명숙 활동가는 “CFT는 명예퇴직을 반대한 사람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괴롭혀 스스로 나가게 하려는 게 CFT”라면서 “이는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쌍용차 정리해고로 인해 25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했고 ‘해고는 살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KT에서도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명숙 활동가는 또한 “KT에서 세월호의 모습을 보게 된다”며 “이제 KT의 문제는 시민들과 언론의 몫이다. 더 이상 명예퇴직이 아니라 꼼수식으로 사람을 괴롭히고 모멸감 주는 것에 눈감지 말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 역시 “KT는 삼성만큼이나 노동을 압살하고 중소상공인에서 소비자를 기만하고도 기업을 할 수 있다는 더러운 표상이기 때문에 이번 싸움 끝까지 갈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이선근 공동대표는 “노동자가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잔혹한 방법으로 내몰고 일자리를 뺏는 그런 경영은 경제를 망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황창규 회장 면담을 시도했으나, KT 문은 굳게 닫혀져 있었다. 이들은 “황창규는 삼성으로 돌아가라”, “우리 대화 좀 합시다”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 5월 15일 KT광화문 사옥 앞에 CFT 철폐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및 집회가 열렸다. KT의 문은 닫혀 있었다ⓒ미디어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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