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징계와 인사조치를 남발하는 MBC가 또 ‘보복성 부당전보’를 했다. 이번에는 세월호 ‘보도참사’를 반성한 기자 두 명을 보도와 무관한 경인지사로 보냈다.

▲ MBC는 14일 오후, 인사발령을 통해 각각 15, 14년차인 양효경 기자와 김혜성 기자를 보도와 무관한 경인지사로 보냈다. 두 기자는 12일 세월호 보도참사에 사과하는 MBC기자회의 성명에 참여한 기자들이다. (사진=미디어스)

MBC는 14일 오후 인사발령을 통해 양효경 기자와 김혜성 기자 두 명을 보도, 제작과 무관한 경인지사로 보냈다. 이들은 MBC기자회 소속으로 각각 입사 14, 15년차를 맞은 데스크급으로, 지난 12일 MBC기자회 소속 121명 기자들이 낸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에 참여한 기자들이다. 회사 내에 인사발령 공고가 난 것은 14일 오후 5시쯤이지만, 경인지사 측도 당사자들도 MBC기자회 성명이 나온 12일에 이미 인사조치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관련 기사 : <MBC 기자들 “세월호 보도 참사, 사죄드린다”>)

그동안 보도국 주간뉴스부에서 <이브닝 뉴스>를 담당, 매일 20분 분량의 심층 코너를 제작해 왔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낮 뉴스특보 제작을 맡은 양효경 기자는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자신의 전문 분야인 문화부로 돌아가지 못한 채 경인지사로 가게 됐다.

<뉴스 후>, <시사매거진 2580>을 거쳤고 최근까지 보도본부 통일방송연구소에서 통일전망대 프로그램 제작과 출연을 맡고 있던 김혜성 기자도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옮기게 됐다. 김혜성 기자는 파업 이후 김지경 기자와 함께 본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나, 지난 9일 정직처분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해 ‘부당징계’였음이 확인된 바 있다. (▷ 관련 기사 : <MBC 2580 기자들 "내부 적과 싸우느라 지치지만 멈추지 않는다">, <“타사 인터뷰했다고 중징계한 것은 처음 봤다”>)

MBC기자회(회장 조승원)은 당장 성명을 내어 “너무나 비상식적인 인사 횡포”라고 질타했다. MBC기자회는 “성실하고 능력 있는 기자들이 ‘자기 일’을 못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이진숙 보도본부장 취임 직후 6년차 기자 두 명을 포함해 한꺼번에 타 부문으로 전출됐다. 이후에도 보도 NPS팀 김연국 기자가 부당한 인사평가로 정직을 당했고, 취재부서 소속이던 임명현 기자 역시 ‘QC’팀이란 곳으로 발령 받아 아무런 업무지시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기자회는 “회사는 기자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있는 기자는 내쫓고, 대신 밖에서 다시 경력기자 채용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말 기자가 부족한가? 경인지사, 심의실, 미래방송연구실 등 보도부문 밖에 유배된 기자들은 기자가 아닌 유령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 잘하는 기자는 내보내고 외부 인력 충원에 매달리는 보도부문을 보며 회사의 다른 부문에서는 ‘보도본부 때문에 회사가 망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일갈했다.

MBC기자회는 “이번 세월호 보도참사에서 보듯 최근 MBC뉴스는 도대체 끝이 어디인지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지극히 비상식적인 작금의 ‘인사 횡포’는 결국 MBC 뉴스의 침몰을 가속화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승원 MBC기자회장은 14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둘 다 능력 있는 데스크급 기자다. 요즘 회사는 데스크급을 뽑으려고 하지 않나. 데스크급 경력기자 채용에 대비해서 자리를 비워놓기 위한 인사인 것 같다. 자원을 ‘솎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MBC노조 “자성 목소리 ‘부당인사’로 입 막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노조)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또 부당전보를 냈다. ‘너는 더 이상 기자가 아니다’라고 통보한 것이었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 그 사유는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며 “이쯤 되면 거의 병적인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매일 기자들의 피맺힌 자성과 참회의 기수별 성명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의 부당전보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규를 상식에 어긋난 폭력적 부당인사로 입 막겠다는 시도”라고 말했다.

MBC노조는 본인 희망과 무관하게 업무 연관성이 전혀 없는 부서로 보낸 사측의 인사조치가 법원으로부터 여러 차례 무효 판정을 받은 점을 들어 “사측은 왜 사법부의 판결들을 비웃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인사조치 즉각 철회 △세월호 희생자 가족 폄훼 보도 및 막말을 해명하려는 노조 요구 신속 응대 등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