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침 기사로 ‘서세원 폭행’과 ‘서세원 입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연이어 떴다. 순간 생각했다. 서세원이 누군가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입원 치료 중에 있다는 소식인가 하고 말이다. 소위 기독교를 개독교로 말하는 이들이 그에게 이유 없는 구타를 퍼부어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러나 ‘서세원 폭행’ 기사에 언급된 가해자는 서세원이었다. 그가 아내 서정희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하다가 밀어 넘어뜨려 상해를 입혔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폭행을 당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과의 폭행 사건에 연루된 것도 아닌 아내 서정희를 폭행했다는 소식, 뜬금없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서정희는 사고 직후 112에 신고해 남편 서세원을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고,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서세원 역시 관할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은 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연예계에서 대표적인 잉꼬부부로 통했다. 온갖 풍파를 겪은 그들이었지만 그때마다 서로간의 사랑과 신뢰로 견디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2001년 서세원이 조세 포탈 및 배임 혐의로 방송국을 떠났을 때에도, 미국으로 도피 행각을 벌이고 구속되기도 하며 각종 소송에 휘말렸을 때에도, 온갖 비난과 조롱 속에 목사 안수를 받아 청담동에 교회를 세웠을 때에도 그들은 함께였고, 부부라는 이름으로 하나였다.

그런 그들이 가정폭력의 주인공들이 됐다.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다른 가정도 아닌 서세원 가정에서는 더더욱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남편이 아내에게 물리적인 힘을 가해 폭행을 휘두른다는 것은 그 어떤 경우에라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서세원은 해서는 안 되는, 있을 수도 없는 폭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 서세원 ⓒ연합뉴스
물론 상해의 정도가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닌 듯하다. 어쩌면 그냥 밀치는 정도였을 수도 있다. 상습적으로 구타를 일삼는 남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이유를 들이대면서, 이번 서정희가 겪은 사건을 별 것 아닌 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가정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또한 단발이고 가벼운 상해라 하여 흐지부지 해결해서도 안 될 문제다.

사실 가정폭력의 주인공들이 됐던 연예인 부부들은 종종 있어왔다. 그때마다 이슈가 됐고 가해자에게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졌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연예인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속담이 맞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번 서세원 가정의 폭력 사건은 다른 연예인 부부의 가정폭력 사건보다 좀 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종교인으로 비쳐진 이들에게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점 때문이다. 서세원-서정희 부부는 단순한 기독교인, 크리스찬으로 불리는 차원을 넘어선 사람들이다. 이들은 2011년 서울 어느 교회의 목사가 됐고 목사의 사모님이 됐다. 종교인에서 목회자로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한 이들이었다.

목회자란 신의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다. 물론 자신의 신앙적 의지나 열망으로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진정한 목회자란 신의 선택에 의해 쓰임을 받게 되는 자들이며 그 부르심에 순종하는 자들이다. 그 자리에 ‘나’라는 자아는 없다. 그저 신의 말씀을 전하고 믿지 않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나의 마음이 아닌 신의 마음으로 살아갈 뿐이다.

서세원은 결국 진정한 목회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잘못을 저지르며 죄를 범하기도 한다. 목회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매스컴을 통해 자신을 목회자로 알리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자였다면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누구보다 책임감을 느끼고 조심스러워야 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사람에게 앞서 신에 대한 신실한 경외가 아니었을는지.

‘서세원 폭력’ 기사에는 목회자인 자가 어떻게 가정폭력을 일삼을 수 있냐는 비난의 댓글이 여지없이 달려 있다. 이는 당연한 반응이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예민할진대, 하물며 목회자로 삶의 방향을 돌린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죽할까. 이는 연예인으로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을 넘어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에게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금 깊은 고민에 빠져보게 된다. 기독교인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의아하게 여길 필요도, 상처를 받을 필요도 없다. 그보다는 나의 신앙은 올바로 서 있는지, 신과의 관계가 바르게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우선일 테다.

신의 말씀에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을 하지 말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던가. 서세원-서정희 부부의 진흙탕 싸움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이 말은 적용되어야 한다. 인간의 나약함을 탓하기 이전에, 목회자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고 질타하기 이전에, 나 자신의 신앙은 지금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기독교인의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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