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이 ‘대참사’가 된 배경에 ‘언론의 거짓보도’가 있었다는 주장에 큰 이견은 없어 보였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8일 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유하는 등 망언을 쏟아낸 김시곤 보도국장의 사과를 받기 위해 KBS에 항의 방문한 것은 언론에 대한 극단적 불신의 표출이었다.

지금, 가시적인 타깃은 KBS이지만 조만간 공영방송, 지상파, 종편과 보도PP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언론계 안팎의 중론이다. 진도 팽목항에서 무수한 기자들이 쫓겨났었는데 ‘언론’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고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9일 오후7시 광화문 청계광장 앞에서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촛불 문화제에는 ‘거짓언론이 외면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무대에 오른 자유발언자들은 저마다 언론에 불만을 토로했다.

▲ 9일 오후7시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약700여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북인사마당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끝으로 10일 안산 촛불문화제를 기약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미디어스

“유가족들이 자신들이 어떻게 비춰질지 언론의 눈치까지 봐야 하나”

자신을 서울지역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A씨는 무대에 올라 “8일 유가족분들과 함께 KBS본부로 항의방문을 갔었다”며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거기에서 본 장면은 정말 기가 찼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들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전경버스로 차벽을 치고 KBS를 보호하더라”며 “경찰이 보호해야할 대상은 유가족들이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 장면을 보고 있던 한 유족이 ‘이런 속도로 구조작업을 했더라면 우리 아이를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가슴 깊이 박혔다”고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A씨는 “경찰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기 위한 유가족들의 행진을 막기도 했다”며 “이 나라가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경찰들이 보호해야 할 대상은 누구여야 하는가”라고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이어, “사람의 목숨보다 돈이 더 소중한 기업들과 진실을 왜곡해 유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언론,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까지 서로 ‘더 나쁜 사람’이라며 책임을 전가시키고만 있다”고 씁쓸해했다.

▲ 9일 오후7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촛불문화제의 모습ⓒ미디어스
자신을 ‘청년’이라고 소개한 B씨는 “유가족들이 눈치를 본다”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자신의 아이가 바닷속에서 살해당했는데 청와대로 행진하면서 왜 유가족들이 ‘언론에 어떻게 비춰질까’ 눈치를 봐야 하는 거냐”고 쓴 소리를 던졌다.

B씨는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이 ‘내 아이 왜 죽였냐’라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라며 “‘나라가 이 꼴인데 국민들은 왜 나오지 않는 거냐’"고 소리치며, "‘언론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거냐’고 당당히 따질 수 있도록 함께 해줘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건넸다.

“국가권력 앞에 나약한 우리들…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청년대학생 주거모임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나온 C씨는 “국가 권력에 언제나 우리는 나약한 개인으로 서 있어야 하느냐”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C씨는 “‘내가 너무 힘이 없어서 내 아이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한 유가족분의 말 한마디에 참담함을 느꼈다”며 “세월호 참사는 가족을 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권력 앞에 개인이 얼마나 나약한가를 다시 보게 한 사건이다. 그리고 저는 물론 여기 계신 여러분 역시 국가 앞에서는 나약한 개인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결국, 개인들이 모이지 않는다면 모두가 국가권력 앞에 미약한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C씨는 “오늘 KBS사장이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자가 사퇴했다. 언론보도가 조금씩 나아진다면 세월호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회적 안전과 언론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거짓 언론'이 촛불 문화제의 키워드가 되고 보신각을 지나 인사동 북인사마당까지 ‘침묵행진’을 진행하는데 참가자들을 다시 분노하기 시작했다. 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동아일보> 종편 채널A앞을 지나는데 "촛불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하며 ‘반정부시위’라고 꼬리표를 붙이고 있었다. ‘침묵행진’을 하던 참가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야, 반정부시위란다”라며 조소를 보냈다.

촛불 문화제는 10일 오후3시 안산 촛불집회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과 함께 9시가 조금 넘어 끝났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 대학생들, 시민사회 활동가들 저마다 다른 모습이었지만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과 함께 하나의 요구를 외쳤다. “박근혜가 책임져라”

▲ 9일 오후7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촛불문화제의 모습ⓒ미디어스
▲ 9일 오후7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촛불문화제의 모습ⓒ미디어스
▲ 9일 오후7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촛불문화제의 모습ⓒ미디어스
▲ 9일 오후7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촛불문화제의 모습ⓒ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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