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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기 싫을 때 당신의 편지를 읽었습니다[세상의 모든 책들]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오가진 / 책 만드는 사람 | 승인 2014.05.09 16:19

친애하는 당신에게

제가 글쓰기를 끔찍하게도 싫어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린 적이 있던가요? 그렇습니다. 책을 만들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글밥을 먹고 산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도, 비교적 최근에야 느낀 것이지만, 글 쓰는 것이 싫습니다(글을 쓰기 싫어하는 자의 편지를 당신께선 기꺼이 읽어주고 계시니 저의 무례를 용서하세요). 오래된 기억 하나를 꺼내보지요. 초등학생 때 밀린 방학일기 쓰는 것이 귀찮아서 간단하게 써버릴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 어느 날의 일기를 (아마 하릴없이 티브이나 봤을 것이 분명한 무수한 나날 중 하나) 시를 써서 채워버렸습니다. 
 
거실에서 배를 깔고 누워 베란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보면서 오늘 하늘 색깔이 어쩌고 구름 어쩌고 ‘개똥’에 가깝게 쓴, 시를 가장한 일기는 개학 며칠 뒤에 선생님 손에 의해 표구되어 교실 밖 복도에 걸리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그 시(를 가장한 짧은 말장난)가 좋았을 리가 없는데요. 어린 저는 옳다구나, 이거 먹히는 술수구나 싶어서 이후로도 방학일기에 그렇게 장난을 쳤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나쁜 어린이였습니다. 가정의 달 5월에 이런 못된 어린 시절을 고백하다니요. 보고 배우는 착한 어린이가 없길 바랍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저는 글쓰기를 대놓고 싫어했다기보다, ‘긴’ 글을 쓰는 것에 자신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교내 백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선택 사항이 두 가지 주어집니다. 시 혹은 산문. 저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시를 선택해서 원고지 종이를 아꼈습니다. 이렇게 줄곧 해댄 나쁜 짓은 학교 대표로 글짓기 대회에 나가는 엄청나게 귀찮은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한번 찍히면 계속 그 방향으로 찍히기 마련이라, 저는 딱히 재능도 없는데도 고등학교 때까지 여러 백일장에 나가야 했죠. 
 
학교의 선생님들과 달리 백일장 심사위원 선생님들은 역시 보는 눈이 있으셨는지 변변하게 장원이 되어 본 적은 없네요. 그런데도 어린 저는 재능을 착각하고 대학교 원서를 국문과로 쓰게 됐습니다. 진학해서 딱 2년 동안 시를 쓰고 관뒀더랬지요. 학교에서 주는 작은 상을 하나 탄 뒤로 딱히 시를 쓰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때쯤엔 제가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런 제가 어쩌다 지금 책 만드는 사람이 되어 직업적으로 글 쓰는 분들에 둘러싸여 지내고 있습니다. 저도 잘 알지도 못하는 맞춤법에 괜히 예민한 척하면서요. 게다가 <미디어스>의 소중한 지면인 ‘세상의 모든 책들’ 서평란에 한 달에 한 번꼴로 서평을 싣고 있습니다. A4 석 장짜리 보도 자료도 매번 쓸 때마다 머리 쥐어뜯어 쓰는 주제라, 이제는 어떻게 하면 다른 훌륭한 글쟁이를 소개해주고 나는 빠져나갈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습니다. 서평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무척 신이 났었습니다.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됐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소재가 바닥났고, 나이도 먹고 보니 제 것으로 소화하지는 못하면서 쓸데없이 아는 것만 많아져서 뭐든 대차게 쓰기가 어려워지더라고요. 당신께선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겠군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지금 제 책상에는 야나기 무네요시의 《수집이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다 읽었지요. 이 책으로 이번 서평을 쓰려고 생각했지만, 그러려면 부제를 아예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를 넘어서”라고 달고 출간된 이데카와 나오키의 《인간 부흥의 공예》를 안 읽고 글을 쓰기엔 모자란 글이 될 수가 있단 생각이 기필코 드는 것입니다. 서평을 써서 일가를 이룰 것도 아닌데, 참으로 창피한 노릇입니다. 하기 싫은 일에 댈 핑계란 언제나 무궁무진하니까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대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랑은 전혀 다른 종자인가. 직업상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계신 분들인데도 이분들이 어떤 생각으로 글을 쓰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작가에 대한 경외감만 깊어지더라고요. 
 
   
 
최근 북스피어에서 출간된 레이먼드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라는 책이 머릿속에서 ‘퐁’ 떠올랐습니다. 정말 작가는, 사람들은 왜 글을 쓸까요? 챈들러는 만년에 이르러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니, 작가와 상관없던 삶을 살고 있었던 그를 작가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요?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을 듯했습니다. 저의 친애하는 소설가 정유정 선생님은 “인간은 본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물입니다”라고 하셨지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했나 하루 일정만 얘기해도 인간은 이야기로 꾸려서 말한다고요. 그리고 끊임없이 이야기에 매혹된다고요. 하지만 이것은 일상의 영역이고, 보통 사람이 아무리 이야기를 좋아해도 보통 원고지 800매에서 2000매 사이의 단행본 한 권으로 꾸려지는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저 같은 독특한 상황에 처해 있지 않는 분이라도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경외심을 지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당신께서도 그렇겠지요. 제가 이 책을 읽고 새삼 느낀 것은 ‘작가’도 세상의 모든 직업 중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챈들러는 ‘어떻게 범죄소설을 쓰게 되었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회고합니다. “갑자기 나도 이런 걸 써서,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돈을 벌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본문 77쪽)다고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계시나 영감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의 능력을 감지했을 뿐입니다. 그 이후로는 챈들러의 말대로 계속 연습에 연습을 하며 열정을 바치는 것이죠. 
 
정유정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업이 작가가 아니었는데도 작가를 꿈꾸었던 계기가 무엇이냐? 간호사 생활을 했던 그에게 무수히도 쏟아졌던 질문입니다. 특별한 대답이 나오기를 바라고 했을 물음이죠. 하지만 작가의 대답은 약간 맥이 빠질 만한 평범한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하는 재능이 있었다. 하고 싶었고, 하지 못하게 되어도 계속 노력했다.’ 
 
자신의 재능을 인식하고, 계속 노력하고 꿈꾸는 것. 이 문장의 조합은 평범해 보이지만, 작가를 무척 잘 설명해줍니다. 자부심이 넘쳐나지만 글 쓰는 데에는 장애물이 언제나 생기기 마련입니다. 어느새 좌절감이 들고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게 되는데 이러다 몇 줄 더 써지거나 하면 역시 자신에게는 재능이 있었다고 느끼죠. 자긍의 환호와 절망의 수렁에서 왔다 갔다 하게 되면 약간은 불안한 멘탈을 갖게 됩니다. 이런 연약한 정신세계를 지닌 사람에게 외부에서 쏟아지는 비난은 독입니다. 아주 휘청거리게 합니다. 다음은 챈들러가 출판사 대표에게 “내가 욕을 먹는 이유”에 대해 쓴 편지 중 일부입니다. 
 
“내가 좌절하게 되는 건, 내가 거칠고 빠르고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글을 쓰면 사람들은 거칠고 빠르고 폭력과 살인이 난무한다고 욕하고, 그래서 다음엔 좀 순화해서, 상황을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에서 더 전개해 보려고 하면, 처음에 욕하던 그것들을 안 쓴다고 욕하는 겁니다.”(본문 25쪽)
 
챈들러처럼 후배 작가들이 무척 따르고 아직까지도 독자가 많은 작가도 이렇게 불평불만을 지인들에게 토로했나 싶습니다. 저는 그의 이런 모습이 처연하고 귀여운 반면 더욱 멋져보였습니다. 들끓는 마음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 ‘긴’ 글을 썼으니까요. 작가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이 책을 읽고 생각했습니다. 평범한 사람과는 다릅니다. 자신을 긍정할 줄 알고 세상에 맞대면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끈기와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죠. 이제야 깨닫습니다. 저에게는 인내도 끈기도 용기도 부족했단 사실을요.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에서는 커다란 메시지나 젠체하는 모습은 없습니다만, 문득문득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줍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든, 글 쓰는 사람 곁에 있는 사람이든, 그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든지요. 
 
챈들러의 편지를 모은 책이라고 해서 이번 서평을 당신께 쓰는 편지글 방식으로 꾸린 저의 안일함만 봐도 제가 충분히 글쓰기를 싫어한다는 걸로 볼 수 있겠지요. 당신께선 제 무례함을 다시 한 번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오가진

책 만드는 사람. 넓고 얕은 취향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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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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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갑우 2014-05-15 18:41:23

    더 이상 정부를 못 믿어서!!

    헛된 죽음이 안되게 국민에게 하소연과 협조를 부탁 하고자 합니다.
    천안함 사고당시 난파선 구조장비를 연구 하였고 함주호 원사님이 잠수병에
    돌아 가시여 애통함에 100m이상 장시간 잠수작업 하여도 잠수병에 걸리지 않는 잠수복 셈 풀 을 만들어 실험 해 보고 확실하기에
    정부에 구조 장비와 잠수복이 연구 되였다고 수차례 알리였으나 접수 되였다고 답변만 올 뿐이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아
    개인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별수 없이 포기하게 되였습니다.
    그때당시 누구라도 검토해 보고 준비 만 해 두엇 더 라면

    세월호 사고에 한사람도 죽지 안했을 것이고 배도 무사히 구조 되였을 터인데

    정부 관료들은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서 몇 푼 생기는 곳이 없는가에만 정신을 두고 일반 개인에 소리 는 (마이동풍)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려 포기하고
    국민에게 협조를 부탁 드려 보고자 합니다.

    사고 나서 참사로 죽은 다음에 위로금을 주는 것 보다
    위로금 에 1/10 이던 1/100 정도를 한번만 협조 해 주어도 충분히 준비해 두어 앞으로 사고시 바로 사용 할 수 있게끔 하고자 합니다.
    삼면이 바다 인 나라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러 나기에 필히 준비해 두고자 합니다.
    준비만 해 두면 수시로 드나드는 유조선들 안개로 나 실수로 배가 추돌하여 기름 유출하는 사고에도 만은 기름이 유출하지 않게 구조 할 수 도 있는 장비이기에 국민들에 협조를 부탁 하고자 하는데
    국민들도 내일이 아니다 하고 무시하고 외면 한다면 저도 더 이상 .........?

    난파선 구조장비 의 특징
    첫째 ; 사고 시 제일 급한 게 시간 다툼이기에 무게가 가벼워 헬기로 실어가 바로 구조를 할 수 있으며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기술
    둘째 ; 세월호 보다 더 큰 배도 세계에서 제일 큰 배 나수심이 깊은 곳도
    장비만 준비되면 얼마든지 작업을 할 수 있으며
    셋째 ; 파도가 심하고 악조건 현장에서 꾸준히 작업 할 수 있는 게 특징이 며

    넷째 ; 단 육지에서는 필요 없고 물에서만 거대한 힘을 발효 할 수 있는 게 특징 이니

    세계 특허를 획득 하여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전 세계 바다 에선 난파선 구조장비 가 꼭 필요하게 될 것이기에

    협회나 단체를 형성 하게 되면 수백 수천 명이 안전하고 보람된 직업을 가지게 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는 이와 같이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 하지 않게끔 협조를 부탁 하고자 합니다.

    국민들에게 속히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이대로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을보면 앞으로 몇 개월이 더 걸릴지 모름니다.
    하루속히 이 기술을 이용하여 빠른 시일 내에 선체를 인양해야 된다고 봅니다.
    배가 뒤집히면서 가구나 짐짝들에 깔리고 구석에 처박혀 있거나 에상치 못한 곳에도 있잇을수 있는데 물살은 세고 탁하여 유실 되여도 모르기에 속히 인양해야 유실도 덜되며 앞으로도 몇 개월 동안 잠수 사들이 고생과 잠수병에 시달리며 몇 사람이 더 죽어 나갈지 모르는일 이기에
    전 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하소연 합니다.
    답답한 정부에 수십 차려 글을 오려가며 부탁하여도 감감 무소식 이니
    국민들의 의견은 무시하지 않을 것 같기에 협조를 부탁 하는 것 입니다.

    (어느 곳에 부탁해야 되는지 몰라 방송사나 신문사에 먼저 글을 보낼 수 있는 곳만 보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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