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원내 1, 2당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원내대표를 교체하였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완구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었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선 박영선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었다.
이완구 의원에겐 ‘첫 충청 출신 여당 원내대표’라는 수식어가, 박영선 의원에겐 ‘첫 여성 제1야당 원내대표’ 혹은 ‘첫 여성 유력정당 원내대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당 이름 변경과 재창당이 빈번한 이 나라에선 이런 종류의 애매한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없다. 민주정부의 집권 기간이 불과 십년이었기 때문에 ‘여당’이라는 말로 사실상 새누리당과 그 전신 정당들을, ‘야당’이란 말로 사실상 새정치민주연합과 그 전신 정당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러나 ‘첫 여성 야당 원내대표’라고 쓰기에는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가 걸리기 때문에 ‘제1야당’이나 ‘유력 정당’과 같은 애매한 표현이 나왔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헌정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라는 몇몇 언론의 보도는 거대 양당만 정당으로 보는 시선을 드러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엄밀하게 쓴다면 이는 ‘헌정사상 첫 여성 교섭단체 정당 원내대표’ 정도로 수정되어야 한다.
'처음'에 주목한 언론이 묘사하는 정치의 현실
양당 원내대표가 교체될 때 언론이 무엇에 주목했는지를 보면 양당의 현실이 보인다. 많은 언론들은 “바람직한 당과 정부의 관계를 설정해 대통령에게 고언의 말씀도 드릴 생각”이란 이완구 의원의 발언을 기사화했다. 어찌보면 집권여당으로서 하나마나한 원론적 발언일 뿐인데 이 발언이 언론에게 주요하게 다뤄지는 현실은 기존의 새누리당이 얼마나 대통령에게 종속된 ‘거수기 정당’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 이완구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가운데)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완구 의원이 단독 출마해서 당선된 새누리당과 달리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네 명의 후보가 나와 치열한 경선을 하였다. 1차 투표에선 박영선 의원이 52표, 노영민 의원이 28표, 최재성 의원이 27표, 이종걸 의원이 21표를 받아 아무도 과반수를 얻지 못해 2차 투표로 가서 박영선 의원이 69표, 노영민 의원이 59표를 얻어 박영선 의원이 당선되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 정당의 내부 계파들이 누구를 지지했으며 이 선거 결과가 당내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 여부다. 이는 새누리당이 대통령에게 뚜렷하게 복종인 정당이라는 것과 반대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내에서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당임을 보여준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당선은 일단 계파갈등이 작용한 차원은 아니라는 시선이 강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원래 원내대표 경선은 계파보다는 의원 개개인의 의중이 더 중요하다. 박영선 의원이 의원 개개인에게 접근을 잘 했을 수도 있고, 여성 의원들이 그녀를 적극 지지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새정치연합과 합당하기 전 민주당의 내부 계파는 친노, 다양하게 분화한 486, 손학규계, 정세균계, 그리고 비주류 정도로 분화되어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다. 이에 더해 김한길 공동대표가 안철수 공동대표가 데려온 사람들과 연합하면서 다른 결이 생겨났다.
박영선 체제, 계파 산물 아니지만 계파 존재 뚜렷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선 그러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계파갈등의 골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노영민 의원은 명목적으로 친노로 분류되지만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의원을 적극 지원했을 뿐 그 전부터 친노 직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박영선 의원에 대한 지지는 매우 복합적이다. 이종걸 의원은 비주류로 분류될 수 있다. 명확하게 계파적 인물은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최재성 의원일 텐데, 서른표도 넘지 못한 걸로 봐서는 정세균계가 제대로 결집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새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박영선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분명한 사람이다”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투표에서 박 의원에 대해 압도적 지지가 나온 것은, 적극적인 대여투쟁을 하지 못하는 기존의 지도부에 대한 불신의 성격이 크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박영선 의원은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라면서 “현재 대표단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중이 의원들 사이에서 강하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대야 유화책' 가능성과 '강대강' 대결 가능성 비등
이렇게 본다면 양당 원내대표의 교체 이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갈등이 줄어들 수는 없을 거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나름대로 대야 유화책을 펼칠 가능성이다. 이완구 의원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도 수용할 뜻을 밝히는 등, 나름의 유화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완구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면서 야당에 협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이 떨어졌다지만 여전히 50%를 상회하고 있다. 권력의 측면에서 볼 때 현재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 재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때에야 대통령을 거스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선거도 멀리 있고 대통령 지지율도 건재한 상황에서 역사상 유례없이 대통령에게 순치된 집권 여당이 갑자기 변모하기는 어렵다.
새누리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완구 의원이 지금은 자신은 최경환처럼 안 한다고 제스쳐를 취하고 있고 초반에는 좋은 사람인 척 하겠지만 결국엔 친박 핵심이다. 박근혜 대통령 덕분에 여기까지 컸는데 절대 대야 온건파가 될 수 있을리 없다”고 지적했다. 그 관계자는 “그래서 (두 원내대표가) 초반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강대강 대결 양상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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