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UHD방송 상용화는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다. UHD방송을 위해 대역 주파수가 필요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따른 ‘사회적 안전’ 요구가 강해지면서 공공안전 및 철도통신용으로 먼저 할당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재난망 사업을 이유로 700MHz 주파수 108MHz폭 가운데 12MHz폭을, 코레일은 철도 통신망 LTE-R(LTE-Railway) 구축을 위해 10MHz 폭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HD방송을 추진해온 지상파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미 최시중 전 위원장 시절 방통위가 40MHz 대역 통신용으로 의결했기 때문에, 지상파가 UHD방송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는 더 모자라게 된 셈이다.

7일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UHD방송 시대의 700MHz 주파수 활용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700MHz 주파수에 대한 방통위의 통신용 의결을 재검토해야한다는 요구가 빗발친 이유이다. UHD방송을 위해 지상파4사가 합의해 최소한으로 정부에 요구해왔던 60MHz 폭도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 5월 8일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UHD방송 시대의 700MHz 주파수 활용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미디어스
“방통위의 통신용 의결, 확정은 아냐…재검토해야”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KBS 박진우 미래미디어정책부 부장은 “방통위가 광개토플랜으로 700MHz 주파수 대역 40MHz 폭은 의결만 된 것이지 고시제정이 된 게 아니다”라면서 “이를 재검토해서 (안전행정부 등) 공공주파수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우 부장은 “세월호 침몰 참사가 일어났을 때, 진도에 1000명 정도가 모여 있었는데 통신은 마비가 돼 며칠이 지나서야 복구가 됐다”며 “방송은 천만 명이 접속해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방송과 통신은 수돗물·빗물과 생수로 비유할 수 있다. 지상파의 직접수신율이 낮다고 해서 죽인다면 나중에 국민들은 생수만 사먹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BS 이상진 정책팀 차장 역시 “1년 전만 하더라도 UHD방송은 상당히 먼 미래로 생각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환경이 변하면서 머지않아 UHD방송의 보편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 차장은 이어, “하지만 우리는 UHD콘텐츠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상파가 UHD방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방송 콘텐츠의 70~80%를 책임지고 있는 지상파가 UHD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으면 UHD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케이블은 지난 4월 UHD상용화를 선언했지만 콘텐츠 부족으로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케이블 측의 UHD 방송 계획을 보면, 준비된 UHD 방송은 100시간으로 나머지는 재방송 혹은 외국에서 사들인 콘텐츠로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또, 이날 토론회에서는 HD방송을 컨버터를 이용해 UHD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UHD방송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진 차장은 700MHz를 요구하는 통신사들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과 통신이 한 카테고리 안에서 비교되고 평가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며 “두 서비스는 정보전달 차원에서 유사하지만 설립목적이 전혀 다르다. 특히, 지상파는 무료보편적 서비스로서 공익적 내용을 담아야 하고 지역 목소리를 대변해야하는 등의 사회적 책무를 지고 있다”고 통신과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이상진 차장은 이어, “통신사의 700MHz 주파수 할당 논리는 ‘트래픽 폭주’”라면서 “그런데 와이브로 2.3GHz의 트래픽 이용률을 10%밖에 안된다. 일부 주파수는 낭비하고 있으면서 왜 700MHz에 얽매여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또한 그는 “LG유플러스는 LTE 무제한 데이터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트래픽 문제는 전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주파수 할당이 시급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진 차장은 끝으로 “정부가 유료방송·통신 편향 정책만 늘어놓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지상파의 진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미래상을 가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푸념했다. 그는 “지상파에 주파수를 주지 않는 것은 미래를 주지 않겠다는 말”이라면서 “그것은 또 다른 말로, 시청자들에게 무료 보편적 서비스 권리를 박탈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최동환 한국방송인총연합회 공동대표 또한 “이대로 가다보면 돈 없는 사람은 TV도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방송법과 전파법이 밝히고 있는 전파의 활용 기준이 효율성과 공공성임에 비춰볼 때, 시청자 복지 차원에서라도 지상파 UHD는 반드시 현실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상파의 최근 보도를 보면…700MHz 줘야하나 회의감”

이렇듯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은 700MHz 주파수 필요성의 주요 논거는 첫째, 지상파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점과 둘째, 재난방송에 대한 강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인권적·정부편향 보도를 일삼은 지상파라는 점에서 곧바로 반박이 들어왔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정미정 연구팀장은 ‘트래픽 발생 해결’을 위해 700MHz의 통신용 할당에 대해 “통신3사의 독과점 시장 속에서 거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윤만을 추구하고 있다”며 “그 가운데, 정부가 1차적으로 통신정책과 관련해 해야 할 일이 뭔지 고민해야할 때”라고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특히, 통신비 인하를 위해 추진된 알뜰폰 시장마저 SK텔레콤에 이어 LG유플러스, KT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정미정 연구팀장은 그러나 700MHz 주파수의 방송용 할당에 대해 “지상파의 플랫폼으로서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주파수 할당이라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 같은 주장에 회의가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미정 연구팀장은 “최근 지상파 뉴스보도를 보면 가장 기본적인 정보제공 기능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또, 700MHz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아 수신환경 개선에 사용할 것이라는 말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이라고 꼬집었다.

정미정 연구팀장은 이어, “정부는 이미 방송발전종합계획 등을 통해 지상파 서비스를 유지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지상파가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유료방송과 무엇이 다른지 스스로 입증해야할 때”라고 질타했다.

한편, 토론회 사회를 본 윤석년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하지만)지상파에서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편향보도에 대한 개선과 시청자 신뢰도를 향상해야 하고 직접수신률 또한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토론회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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