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곤 보도국장 체제의 KBS 보도국 상황을 비판한 지난해 10월 8일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

국가기간방송이자 재난주관방송사인 KBS의 김시곤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를 두고 잇따라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시곤 국장은 뉴스 앵커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라’고 지시한 데 이어, 세월호 참사 희생자수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와 비교하면 그리 많지 않은 수준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가 3일 낸 성명에 따르면 김시곤 보도국장은 뉴스특보 체제를 한창 가동하던 지난달 말, 여러 명의 기자들 앞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새 노조는 김시곤 보도국장의 발언에 대해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전체가 상갓집처럼 비통한 맘을 추스르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국민 정서는 물론 현실과도 동떨어진 어처구니없는 망언”이라 질타했다.

새 노조는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분노한 시민들에게 공격당하고, KBS 재난방송 사상 이례적인 시청률 하락은 물론 신생 종편 방송보다도 못하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김시곤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희생자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사과 △보도국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시곤 보도국장이 주장하는 ‘검은 옷 착용’ 시청자 항의, 찾기 힘들어

김시곤 보도국장은 지난달 말에도 부적절한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새 노조는 김시곤 보도국장이 검은 옷을 입고 진행한 뉴스 앵커를 나무라며 뉴스 진행자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비난이 쇄도하자 김시곤 보도국장은 사내 게시판에 “검은 옷 착용은 아직 살아있을 수 있는 실종자를 사망한 것으로 결론짓는 것 아니냐는 몇몇 시청자의 문제 제기로 검은 옷 착용을 금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새 노조는 지난달 16일부터 5월 1일까지 KBS 시청자상담실로 들어온 시청자 의견 정리내용과 보도국 사회부로 들어온 시청자 의견을 종합해도 ‘검은 옷에 대한 항의’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새 노조는 또한 “보도국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회사 대표 유선전화를 받는 담당 기자나 직원이 보도국장실로 전화를 연결하는 경우도 희박하다”며 시청자가 김시곤 보도국장과 직접 통화를 했을 가능성 역시 낮다고 주장했다.

“용산참사 쓰지 마라”, “공약파기 말고 공약수정이라 써라” 등 논란 다수

김시곤 보도국장의 ‘파격적’인 언행은 논란을 불러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김시곤 보도국장은 지난해 초 용산참사 4주기 당시, ‘용산참사’는 경찰 공권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가치중립적이지 않으므로 ‘용산사건’이란 말을 쓰라는 지침을 내렸다. 김시곤 보도국장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파기 논란은 ‘공약수정’이란 말로 대체하라고 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 부정입학 단독 보도에서도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등수, 점수 등 구체적 사실 일부를 빼라고 지시해 리포트의 ‘힘을 뺐다’. (▷ 관련 기사 : <KBS 보도국 간부, “용산참사라고 쓰지 말라” 지시>, <KBS, 보도국장 지시로 이재용 아들 등수·점수 빼고 보도>)

▲ 지난해 5월 10일 KBS 보도국 내에 게시된 보도지침 문건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

지난해 10월에는 반론권도 보장하지 않고 추가취재도 하지 않은 채 TV조선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보도를 중계방송하다시피 해 사내의 비판 여론이 높았다. 당시 김시곤 보도국장은 오히려 “기자들은 타 매체 보도를 왜 받았냐고 보도국장을 탓하고 있다. 물 먹었으면 부끄러워하고 상사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항변했고, KBS기자협회가 보도국장 불신임 투표를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사규에 따라 엄정 처리할 것”이라고 맞섰다. (▷ 관련 기사 : <KBS보도국장 “TV조선 보도 물먹은 걸 부끄러워해야”>)

김시곤 보도국장 체제 아래서 KBS 보도국에서 일어난 ‘논란’은 한 두 건이 아니다. KBS 보도국은지난해 5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연달아 편성했다. 같은 시기 성추행 논란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소식을 전할 때 태극기 배경이나 청와대 브리핑룸 영상을 사용하지 말라는 문건이 보도국 내에 게시되기도 했다. 더구나 KBS는 언론 보도 이후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보도지침 공고문’을 공개한 내부 구성원을 색출하려는 시도를 해 빈축을 샀다. (▷ 관련 기사 : <"적반하장" KBS, ‘윤창중 보도지침’ 제보자 색출 논란>, <'보도지침 논란' KBS, 박근혜 방미프로까지 긴급편성>)

김시곤 보도국장 “새 노조, 세월호 참사 이용해 정치 이슈화하지 말아야”

언론 보도 이후인 6일, 김시곤 보도국장은 입장을 내어 해명했다. 우선, 교통사고 사망자수와 세월호 참사를 비교했다는 새 노조의 주장은 왜곡 선동이라고 밝혔다. 김시곤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는 기본적으로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였다. 따라서 이를 계기로 안전불감증에 대한 뉴스시리즈물을 기획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 진의는 그랬다”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낳고 있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여전히 한 달에 500명 이상 숨지고 있는 만큼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발언을 놓고 언론노조 KBS본부가 전체 내용은 거두절미한 채 일방적으로 왜곡 선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은 옷 착용 금지 발언에 대해서는 “사망자보다 실종자가 훨씬 더 많았던 당시 모 앵커가 뉴스 특보에 상복 비슷한 옷을 입고 나왔고 곧바로 몇몇 시청자의 항의가 있었다”며 “보도국장으로 매우 타당한 지적이라는 판단을 해, 상복처럼 보이는 검은 옷은 지양하라고 얘기했고 그 이후에는 앵커들이 검은 옷은 입지 않았다. 생각들은 비슷하다. KBS뿐 아니라 다른 방송사의 뉴스 앵커들도 ‘검은 상복’을 입고 뉴스를 진행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보도국장과 시청자들이 직접 전화할 수 없게 돼 있다는 새 노조의 주장에는 “언론노조 KBS본부의 성명서를 받은 이른바 진보언론 기자들은 모두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왔으며, 개인정보보호 대상인 보도국장의 휴대전화번호 취득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는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언론노조 KBS본부가 이렇게까지 변질되고 정치적으로 될 수 있다는 데 대해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며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 통렬히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모든 제도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비극이자 교훈이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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