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으로서의 양심을 걸고 이야기하는데 위장도급이 맞습니다”

최근 노동조합을 설립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하청노동자(통칭 비정규직)들에 대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약칭 민변) 노동위원회의 결론이다. 민변 류하경 변호사는 “원청은 이들 노동자들과 직접근로계약을 맺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만일 그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불볍 파견’에 포함되기 때문에 <파견법>에 따라 2005년 7월 이전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확인 즉시 고용된 형태로 봐야 하고, 그 이후 계약 노동자들은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9일 오후2시 국회에서는 ‘대법원 판례 기준에 따라’ 민변 노동위원회가 작성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인력운영체계 분석> 용역 보고서가 발표됐다.

▲ 4월 29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이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인력운영체계 분석'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용역은 민변 노동위원회가 맡았다ⓒ권순택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운영 현황 ‘동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동일한 협력업체 운영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그 인력운영을 보면 ‘원청’의 직접 사용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게 민변의 판단이다.

“2014년 현재 SK브로드밴드는 전국 90개의 ‘행복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 센터는 원청과 직접 계약을 맺는 1차 협력업체(행복센터) 형태의 서비스센터와 중간업체와 계약을 맺고 그 업체가 산하에 2~3개 지역의 행복센터를 운영하는 다단계 하도급 형태를 띠고 있으며, 별도의 법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14년 현재 전국 70개의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 센터는 원청과 직접 계약을 맺는 1차 협력업체(고객센터) 형태의 서비스센터와 중간 업체와 계약을 맺고 그 업체가 산하에 2~3개 지역의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다단계 하도급 형태를 띠고 있으며, 별도의 법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_<용역보고서 내용 중>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B'smart(모바일 전산시스템) 또는 Web-OSS(온라인 전산시스템)를 통해 원청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류하경 변호사는 “오히려 이 과정에서 센터장 또는 하청업체 중간관리자가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 하청 노동자들은 또한 원청으로부터 ‘level up’이라는 정기적인 교육을 받고 있었다. 영업부진자의 경우에는 원청 ‘QM(quality manager)’이 주관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모든 기사들은 ‘행복기사’로 지칭되며 각종 근무복과 명함, 명찰 등 원청 소속으로 돼 있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노조설립 이후 노동자들로 하여금 명함에 협력업체 이름을 넣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이 지점에 대해 류하경 변호사는 “객관적인 제3자가 봤을 때, SK브로드밴드 직원으로 본다면 이 또한 위장도급 지표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며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회사도 잘 알고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의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업무를 처리했을 뿐 아니라, ‘급여명세서’ 도 원청소속으로 돼 있기도 했다. 또, 원청 직원은 직접 기사들에게 문자를 보내 VOC(고객불만접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해 세부적인 내역을 가지고 평가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 간 등수를 매겨 인센티브 또는 불이익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특히 ‘기사자격시험’을 실시하고 있기도 했다.

▲ 4월 29일 진행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인력운영체계 분석'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표회에 대한 노동자들의 관심은 높았다ⓒ권순택

LG유플러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청의 교육과 근무복, 패널티와 상금 제공, 원청의 전산시스템 이용 업무 처리 등 모든 부분에서 SK브로드밴드와 같았다. 특히, LG유플러스는 하청노동자들이 소속돼 있는 센터에 채용 인원을 정해주고 미채용시 패널티를 부여하고 있었다.

“원청, 법적으로 기사들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질 수밖에”

이날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인력운영체계 분석> 연구용역 발표를 맡은 민변 류하경 변호사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사회적 논란이 됐던 삼성전자서비스보다 오히려 더 다양하고 강도 높은 위장도급 지표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류하경 변호사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센터들은 협력업체로서 실질적으로 사업경영상 독립성이 없다”며 “따라서 원청과 이 사건 AS, 개통 기사들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에 있거나, 센터 또는 협력업체들이 사업경영상 독립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특히, 근로자 파견의 관계에 있다고 볼 때 AS, 개통 업무는 <파견법>에 따른 파견업이 가능한 업종이 아니다”라면서 “가령 파견업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각 센터 또는 협력업체들이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끝으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각 센터들과 형식상 도급계약 또는 기사들과 불법적인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있지만 기사들은 그 근로의 실질을 따져볼 때,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에 해당하고 원청과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에 있다고 보인다”며 “원청은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기사들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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