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예정되었던 기자회견 1시간 전에 발표가 나왔다. 정홍원 총리의 사퇴 의사가 나온 이후 안철수 공동대표는 "내각의 수장인 총리가 홀로 사퇴를 선언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이며 비겁한 회피"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청와대는 사고 수습에 대한 책임 회피 논란을 의식하여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사고 수습 이후에 사표를 수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8일 신문들은 개각의 필요성과 전망을 공유하면서도 총리의 사퇴가 대통령과 행정부의 책임을 면피하는 용도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밝혔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세월호 책임” 정총리 사의 / 후임 임명 후 개각 이어질듯>이란 제목으로 해당 사안을 개각의 신호탄으로 분석했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3면, 1면 기사에서 <정 총리 사의... 박 대통령 “사고 수습 후 사표 수리”>, <총리 사표... 사고수습 후 수리>란 제목으로 해당 사안을 논평 없이 중립적으로 보도했다. 두 신문 역시 다른 기사에선 개각의 전망을 살폈으나, <동아일보>는 2면 기사에서 <내각 총사퇴 거론하던 야, 총리 사의엔 “비겁한 회피”>란 제목으로 야당의 반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 28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한편 진보언론들은 정홍원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기사에서도 싸늘한 반응을 전했다. <한겨레>는 2면 기사에서 <“사고 수습 안 됐는데 사의표명 부적절”>이란 제목으로 사고 피해자 가족과 정치평론가들의 우려를 전했다. <한겨레> 기사에서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정 총리가 사퇴를 결심한 이유로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어’서라고 밝힌 것은 국민보다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국민과 공감하지 못하는 극히 비정상적인 태도”라고 정 총리의 사퇴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의 경우 아예 1면 기사에서 <총리 ‘예고 경질’... 책임 돌리려는 대통령>이란 제목으로 정홍원 총리의 사퇴가 대통령의 책임 면피라는 시선을 밝혔다. <경향신문>은 이어서 1면 중간 기사에서 <“총리, 선장처럼 빠져나가나”>란 제목으로 실종자 가족들이 정홍원 총리의 처신을 세월호 선장에 비유했다고 비판했다.
▲ 28일자 한겨레 2면 기사
진보언론의 이와 같은 우려는 보수언론도 일부 공유한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박대통령, 사퇴 밝힌 정총리보다 더 큰 책임 통감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상주(喪主)가 된 듯 통곡하는 지금의 국면은 정 총리의 사퇴로 수습될 상황이 결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박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 전체가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은 곧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나 다름없다. 견고하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급감하는 추세다. 청와대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는 조사도 나왔다. 대통령은 공직자 문책을 말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사과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기 <'국면 전환용 개각'만으론 국민 마음 얻지 못할 것>과 <정 총리 사의 표명 … 환골탈태의 시작일 뿐>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개각을 전망하면서 개각만으로는 사태 수습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국민들은 미봉책이 아니라 전면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 관련 부처는 물론 경제팀과 외교·안보·정보 분야 부처들에 대한 그동안의 불신(不信)과 무능도 함께 털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라 주문했다. 또한 <중앙일보> 사설은 “대통령은 행정부의 최고 수반으로서 그가 비난한 관료들이 일을 못하면 그 최종 책임을 떠안아야 할 지위에 있다”면서 “박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에 이번 사건에 대한 본인의 입장 발표 및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동아일보> 사설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주문했다.
▲ 28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진보언론은 좀 더 직설적으로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가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대통령 책임론 차단하려는 ‘방탄사퇴’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 박근혜 대통령 손에 국면전환용 카드를 쥐여주기 위해 사퇴를 결행했다고 실토한 셈이다. 이 상황에서도 사고 수습이나 국민 안위보다 대통령의 부담을 먼저 헤아리는 총리의 그 ‘충정’이 참으로 놀랍다. 청와대와 조율한 기자회견이라고 하니 정 총리의 사퇴는 청와대의 사전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 쪽으로 향하는 비판 여론의 화살을 차단할 목적으로 총리 사퇴 카드를 기획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정 총리의 거취 표명이 박 대통령을 책임론의 불길에서 보호하기 위한 ‘방탄용 사퇴’가 돼선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정홍원 총리의 일부 발언이 박근혜 대통령의 부담을 헤아렸다고 보았다.
<경향신문> 역시 <대통령 방어하려는 ‘총리 사퇴’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애초 정 총리의 사퇴 표명은 시기, 내용, 목적 모두에서 잘못되고 무책임한 것”이라면서 정홍원 총리의 사의 표명이 “세월호 사고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총체적 실패로 인해 불붙은 분노한 민심이 박 대통령으로 향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사퇴 카드를 꺼냈다고 보여지는 대목”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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