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난 지 열흘째다. 대형 참사 소식에 언론은 발 빠르게 기사를 쏟아냈고, 현재도 '소용돌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현재까지도 방송 뉴스는 '특보' 체제에서 무수한 리포트로, 신문은 최대치의 지면을 할애해 ‘세월호 침몰’을 보도하고 있다.

언론은 세월호 탑승객들의 구조 상황이 어떤지,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무엇인지,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등 사고와 관련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사고 첫날 ‘안산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내용의 오보를 시작으로, 다양한 검색어 장사용 낚시성 기사와 자극적 표현을 서슴지 않은 뉴스를 연거푸 내보내 실종자 및 희생자 가족들뿐 아니라 뉴스를 접하는 시청자와 독자들에게도 ‘뼈아픈’ 비판을 받아야 했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어뷰징'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디어스>는 지난 열흘 간 발생한 많은 보도들 가운데서도 특히 기억해두어야 할, 그리고 다시는 작성되지 않아야 할 뉴스 7선을 꼽아 보았다.

1. 안산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보도

세월호 침몰 소식이 보도된 지 채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을 때 나온 오보다. 안산 단원고 학생 338명이 전원 구조됐다는 보도였다. 방송사 가운데 가장 먼저 해당 소식을 전한 곳은 종합편성채널 MBN이다. MBN은 16일 오전 11시 1분 경 처음 '전원 구조' 속보를 보도했고, 이어 채널A, YTN 등이 2~3분 차로 속보 자막을 내보냈다. 이 중 보도전문채널 YTN의 해당 장면 캡처가 SNS 상에 널리 퍼져, 다수 매체의 온라인뉴스팀에서 이를 받아쓰기도 했다.

하지만 16일 오후, 이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17일 <내일신문>, <문화일보>, <오마이뉴스> 등은 지면과 홈페이지에 오보에 대한 사과 공지를 올렸으나, 대다수의 방송사와 주요 신문들은 침묵을 지켰다. 16일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경기도교육청 역시 17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정보로 학부모들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2. JTBC : “친구 사망 소식 알고 있나”

종합편성채널 JTBC의 박진규 앵커는 16일 뉴스특보에서 구조된 단원고 학생과의 인터뷰 도중 “혹시 알고 있습니까? 한 명이…(친구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라는 질문을 해 도마에 올랐다. 보도 담당 사장인 손석희 앵커는 같은 날 <NEWS 9>에서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JTBC 구성원들 모두가 더욱 신중하고 겸손하게 정진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3. MBC : 무사 구조 기원하는 학부모 사진이 ‘이 시각 핫 포토’?

MBC는 16일 <이브닝뉴스>에서 세월호와 세월호 탑승객이 가입한 보험 금액에 대한 보도를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검색어 장사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선닷컴 등 인터넷 언론들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 16일자 MBC 이브닝뉴스

또한 MBC는 공식 트위터에 사망이 확인된 안산 단원고 정차웅 군의 책상 사진, 구조를 기다리며 손모아 빌고 있는 학부모의 사진 등을 ‘이 시각 핫 포토’라 이름 붙여 게시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MBC는 일부 트윗을 삭제했다.

4. <이투데이> : “잘 생겼다 잘 생겼다~”

<이투데이>는 16일 오후 온라인판 기사로 <타이타닉·포세이돈 등 선박사고 다룬 영화는?>이라는 기사를 올렸다가 독자들의 비난 세례에 결국 기사를 내렸다. 해당 기사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는 ‘시기’만 고려해, 사고와 상관 없는 ‘선박영화’들을 소개하는 전형적인 검색어 낚시용 기사였다.

<이투데이>는 또한 같은 날 오후 <[진도 여객선 침몰] SKT, 긴급 구호품 제공·임시 기지국 증설 “잘 생겼다 잘 생겼다~”>라는 기사를 올려 거센 비난을 받았다. 갑작스런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SK텔레콤이 구호품을 제공하고 임시 기지국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단순기사였으나 하필 SK텔레콤 CF에 등장하는 “잘 생겼다”라는 말을 제목에 넣어 논란이 됐다.

5. 뉴시스 : 일기장 공개

뉴스통신사 뉴시스는 16일 오후 <안산단원고 숨진 고교생 책상>이라는 사진기사를 올렸다. 뉴시스는 “16일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2학년 4반 정차웅(17) 군의 책상에 평소 정군이 쓰던 노트 등이 놓여있다”고 설명을 달았으나, 정차웅 군의 책상이 처음 보도될 시에는 아무 것도 없어 서랍을 뒤져 일기장을 강제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6. MBN : 민간 잠수부 사칭한 홍가혜 씨 인터뷰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의 늑장 대처와 주먹구구식 사고 수습 절차에 대한 불만과 항의가 높아지는 가운데 MBN의 인터뷰가 화제를 모았다. MBN은 18일 오전 자신을 민간 잠수부라고 밝힌 홍가혜 씨를 연결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홍 씨는 정부 관계자가 민간 잠수부 투입을 막고 있고, 약속했던 구조 장비도 투입이 안 되고 있으며. 민간 잠수부 가운데 생존자와 대화를 시도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MBN 이동원 보도국장은 18일 오후 “실종자 생환을 기다리는 가족과 정부, 해경, 민간 구조대원들에게 혼란을 드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해당 인터뷰가 오보임을 인정했다.

7. KBS : 자극적 자막에, 오보, 박근혜 띄우기 3박자

KBS는 18일 오후 <뉴스특보>에서 “구조당국,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는 속보를 전했다. 하지만 이는 오보로 드러났다. 해당 보도를 본 취재진들이 사실 여부를 물었으나, 해경은 세월호 2층 화물칸 출입을 개방해 선내 안쪽에 진입했으나 장애물로 인해 진입이 막혔고 실종자도 찾지 못했다고 밝혀 KBS의 보도가 ‘오보’임을 확인해 주었다. 이날 시청자게시판과 SNS 상에서는 자극적인 자막을 여과 없이 내보낸 KBS를 비판하는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KBS는 20일 자사 매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에서 해당 보도 논란을 다뤘고 23일 오후 5시 특보에서 앵커 멘트로 유감 표명 및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실시간 쏟아지는 수많은 속보를 긴급하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소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속보 처리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사과’가 아닌 ‘유감표명’이었다는 점에서 지적은 계속됐다.

▲ 18일자 KBS 뉴스9

KBS <뉴스9>는 18일 <박 대통령, 어젯밤 실종자 가족과 통화…“구조 최선”> 리포트에서 17일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소식을 전했다. KBS는 항의하는 실종자 가족에게 “전화번호 주세요”라고 말해 박수 받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보도했지만, 정부와 관계당국의 안일한 대응에 항의하며 고성을 지르고 분노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은 담지 않았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이 22일 발행한 8차 보고서에 따르면 이 장면을 그대로 방송한 곳은 JTBC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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