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PD를 희망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지방 이전을 앞둔 공공기관에서 6개월 인턴으로 일하게 된 강호찬(백종환 분). 사무실 내 허드렛일은 물론 야근까지 도맡아하는 호찬을 눈여겨본 부장(김종구 분)과 노조지부장(정희태 분)은 호찬에게 정규직을 제안한다.

원하던 PD 시험도 떨어지고, 집안의 성화로 정규직을 갈망해온 호찬. 하지만 호찬의 몫이 될 줄만 알았던 정규직 자리는 원장의 빽으로 들어온 송은혜(이시원 분)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능력 없는 낙하산 송은혜가 대형 사고를 치고 회사를 그만두자, 다시 그 빈자리를 제안 받게 된 호찬.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단 10분, 만약 당신이 호찬이라면?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청년 인턴의 애환을 다룬 영화 <10분>은 취업을 준비해봤거나 직장을 다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상적 소재를 다룬다. 꿈도 중요하지만 꿈만큼 현실도 중요하다면서, 공공기관 계약직 인턴에 취업한 호찬은 원하던 꿈을 접고, 실낱같은 정규직 전환을 염원하며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2010년대 청년들의 표본이다.

영화 속에서 호찬은 철저히 고립된다. 아들에게 가족을 먼저 생각할 것을 권하는 호찬의 부모는 특별한 경제활동 없이 호찬에게 의지하려고 한다. 평소 호찬의 업무 능력을 높게 산 직원들은 정작 사무실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모든 책임을 인턴인 호찬에게 떠넘기려고 한다. 유일하게 호찬의 편이었던 여자친구마저 호찬 곁을 떠난다. 어디 하나 기댈 곳 없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호찬은 자신의 운명을 건 중요한 선택을 불과 10분 만에 결정해야 한다.

연이은 PD 시험 낙방에, 아들의 정규직 전환만 기다리는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호찬은 안정된 직장이 누구보다 고프다.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꿈을 찾아 떠나고 싶지만 방송국 입사 시험에 합격한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시대 호찬이들의 사정을 훤하게 아는 부장과 노조지부장은 ‘정규직’을 미끼로 호찬을 자기네들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고 할 뿐이다.

하지만 호찬이는 회사를 그만둘 수도, 그렇다고 마냥 참으며 기약 없는 정규직 자리만 바라볼 수는 없다. 호찬을 통해 안정된 자리를 잡는 것조차 녹록치 않은 또래 세대의 현실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낸 <10분> 이용승 감독은 현실의 호찬이에게 어설픈 위로나 판타지에 가까운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대신, ‘비정규직’, ‘인턴’이란 굴레에 갇힌 채 안녕할 수 없는 그들의 안부와 생각을 묻는다.

만약 정규직을 제안 받았는데, 불과 10분 만에 꿈과 정규직 사이에서 결정해야 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014년을 살고 있는 취업 준비생, 사회 초년생이라면 남의 일 같지 않게 다가올, 씁쓸하고도 어려운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풀어낸 연출력이 인상적이다. 4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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