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오후 방한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은 이번이 네 번째이지만 방일 일정 이후 이어진 방한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월 확정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두고 한국과 일본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는 증언도 나온 바 있다.

▲ 25일자 중앙일보 1면에 실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진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4일 공동 기자회견을 보면 미국의 아시아 순방의 두 가지 목적이 뚜렷하게 보인다. 하나는 안보적인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경제적인 문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자에 있어서는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는 미·일 안보조약 5조 적용 범위에 들어간다"고 말했는데, 이는 중국이 센카쿠를 공격하면 미국이 개입한다는 의미다. 미국 대통령이 센카쿠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방위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후자의 문제에 있어서 미일 양국은 국익에 따라 갈등하는 모습도 보였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에서 양국의 이견을 결국 좁히지 못했다. 공동 기자회견 후 발표 예정이었던 공동 성명도 내지 못했다.
25일 <중앙일보>는 한국 언론 중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이후 최초로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이 인터뷰를 살피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 측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포섭될 것을 원하는 것에 대해 ‘TPP보다는 한미 FTA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6면 기사). 이는 미국 측이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만큼 경제적 문제에서 양보 받아야 할 것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안보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는 북한 문제를 핑계로 중국을 역포위하는 동맹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간 한미일 안보동맹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만 존재할 뿐 한일 간의 군사적 협정은 없었던 특수관계였다면, 21세기의 미국은 이 특수관계를 청산하고 한일 군사동맹을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한일 과거사 갈등을 우려하는 것도 보편적인 인륜 문제를 넘어 그 갈등이 미국의 의도를 방해하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25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중앙일보>는 6면 기사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답하지 않은 것’들”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관계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방향,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라고 소개했다. 지난 2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이 올 때까지 (한·일 관계가) 미해결의 상태로 남아 있지 않기를 바란다”며 “나를 비롯한 국무부 인사들이 (문제 해결에) 직접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양국 과거사 갈등이 여전한 맥락을 고려하면 민감하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별히 한·중 관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늘리고 건설적인 관계를 맺는 건 환영할 일”이라 언급하면서도 “다만 한국의 안보와 번영의 기초는 미국”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1면 기사). <중앙일보>는 이 발언을 요약하여 <"한·중 경협 환영, 다만 한국 안보 기초는 미국">이란 기사 제목을 달았다. 이는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 중국에의 의존성이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안보 문제에 있어선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는 한국 외교의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결국 미·중·일 강대국의 이해관계의 교착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할지 여부가 향후 한국 외교의 운신의 폭을 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측의 압박에 그저 끌려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적정 수위를 찾으며 미묘한 위치를 고수할 수 있을지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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