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향한 애도와 위로가 이어지는 날들입니다. 비교적 가까이 위치한 태국에서도 그런 공감대가 든든히 함께하는데요. 그 고마운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연결점들 사이 지난밤 "축구"도 있었습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가 펼쳐졌던 포항, 태국 명문클럽인 "부리람 유나이티드"는​ 포항 스틸러스와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포항에게는 이미 조 1위가 확정됐던 상황, 반대로 부리람은 승리가 절실했는데요. 결과는 결국 0-0 무승부. 부리람은 16강 진출엔 실패했습니다.​

우리에게 애도의 뜻을 다양하게 보여준 부리람, 고마운 마음이 전해집니다. 그리고 이 경기는 그 결과보다 더 중요한 가치, 축구의 따스함을 보여줬습니다.

이미 경기 전부터 이번 사태에 대한 애도와 위로를 담았던 부리람 구단. 그 뜻을 담아 검은옷을 입고 경기를 펼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몇몇 규정들에 의해 그 검은옷 착용은 이뤄지진 못했습니다. 냉혹함마저 담고 있는 승부의 세계에서도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를 갖췄던 상대 태국의 부리람. 그 축구 열기의 수준에서도 놀라움을 줬던 태국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팀은 깊은 감동도 안겨줬습니다.

성적이나 경기 결과와 같은 부분에 중요함을 담고 있는 스포츠의 세계, 특히 "축구"는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뜨겁고 치열합니다. 감정적으로 격해지기도 쉽죠. ​하지만. 그런 승부의 세계보다 더 높은 단계의 배려와 위로가 있는 공감을 보여줬다는 것. 부리람이라는 팀이 주는 축구보다 더 큰 감동이자 축구를 넘어선 축구의 모습 아닐까요?

일부에서는 어제 FC서울과 맞대결을 펼친 "베이징 궈안"이 무례한 응원을 펼쳤다고 합니다만, 정작 현장에서 경기를 봤던 이들은 원정 응원을 온 서포터즈들 대부분도 조용했다고 하더군요. 숙연한 분위기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 함께했고, 역시나 축구를 넘어선 가치를 공유했습니다.

후반 들어 결국 탈락이 확정적으로 된 뒤 다소 응원열기가 높아졌다고는 합니다만, 글쎄요, 그 정도의 응원은 자국리그인 야구나 축구도 비슷하게 펼쳐지는 수준 아니었을까요? 그간 중국팬들이나 기자들의 무례함과 비교하면 분명 다른 모습이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태국이나 호주, 중국과 같은 다른 나라 팀들도 대부분 우리의 슬픔을 공유했던 축구, 세계인들에게 또 다른 공용어라 할 "축구"는 그렇게 축구를 넘어선, 공감의 힘을 보여준 듯합니다.

아픔을 치유할 순 없지만 이렇게 공유한다는 것. 축구의 또 다른 힘이자 가치, 축구를 넘어선 또 다른 힘이 아닐까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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