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충격을 안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와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와 같은 영화에는 '신선한 충격'이라고 표현해야 적확하겠군요. 전편이 개봉했을 때부터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삼부작과 비교하면서 논쟁이 펼쳐졌지만, 저는 전자도 그리 좋아하질 않아서 시큰둥했습니다. 극장에서 모두 관람했지만 어느 하나 기대를 충족시킨 적이 없습니다. 소니가 재빨리 리부트를 한다고 했을 때는 의아하기만 했습니다. <500일의 썸머>를 좋아하는지라 마크 웹이라면 뭔가 있겠거니 하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봤으나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대체 왜 리부트를 한 건지 고개만 갸우뚱하게 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러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개봉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제 블로그에서 영국 시사회를 통해 나왔던 트위터 반응을 전했습니다. 언제나처럼 호평 일색이던 중에 혹평이 더러 있었지만 모두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개중에는 실소마저 터뜨릴 수도 있을 격찬도 있었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스파이더맨에게 있어 <스카이폴>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라거나 "올해 최고의 만화 원작 영화다" 등은 도무지 믿기 어려운 평가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를 보고 와서 다시 읽으니 대다수가 매우 신뢰할 수 있는 멘트라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화려한 영상과 산만한 이야기

사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도 피터 파커의 부모에 얽힌 비화를 들려주는 걸 보면서 첫인상이 좋지 않았습니다. 전편에 이은 동어반복인 셈이라서 딱히 눈길을 끌지 못했습니다. 대신 이 프롤로그를 지나서 보게 되는 오프닝은 대단했습니다. 만약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맘에 드는 걸 하나만 고르라면 단연 이 장면입니다. 뉴욕의 마천루를 활공하는 스파이더맨을 이렇게 현란하고 웅장한 영상으로 보여준 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처음입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종종 마크 웹이 액션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것을 역력하게 알 수 있습니다. 3D 상영을 염두에 두고 공간감을 최대한 살리는 걸 보면서, 섬세한 연출을 기대했던 마크 웹에게 이런 재능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문제는 역시 이른 반응에서 몇몇이 토로했던 산만하고 난잡한 이야기입니다. '디지털 스파이'에서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를 두고 "독립된 블록버스터라기보다는 정교한 프랜차이즈 영화의 구조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이 말 그대로입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는 물론이고 <시니스터 식스>를 염두에 둔 설정의 간섭으로 군더더기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흡사 TV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서브플롯이 곳곳에서 내러티브의 중심을 흔들고 있습니다. 아니, 무엇이 메인이고 무엇이 서브인지를 가늠하는 것조차 혼란스러울 지경입니다.

마블에겐 있으나 소니에겐 없는 것

단순히 혼란스럽기만 하면 다행인데 각각의 이야기가 난전을 거듭하고 있는 탓에 상영시간의 상당부분은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이것은 비단 많은 캐릭터의 등장으로 불거지는 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소니와 마크 웹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를 이전과는 차별화를 둔 하나의 영화로 완성하는 동시에, 이로부터 파생될 예정인 다른 영화를 위한 포석까지 모조리 담으려는 과욕이자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이런 걸 보면 새삼 마블에게 감탄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블은 각 캐릭터를 서두르지 않고 미리 차곡차곡 쌓으면서 <어벤져스>를 꼭짓점으로 한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완성했으나, 소니와 워너(DC)는 조바심 때문인지 욕심은 있되 그걸 성실하게 준비하려는 탄탄한 계획을 세우는 데는 능숙하지 못합니다.

비유하자면 마블은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를 서브로 삼고 <어벤져스>가 메인인 TV 드라마를 완성했습니다. 각 캐릭터의 영화는 서브인 동시에 메인과의 연계성을 품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완성됐습니다. 반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정상까지 가기 위한 주춧돌로서 혼자 해결하려고 하니 무리가 따르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 영화는 자체 시리즈를 관통하고 있는 피터 파커의 부모님에 얽힌 비밀과 관련한 단서를 계속 풀어야 하고, 리부트를 하면서 포커스를 맞춘 피터 파커의 10대 성장기로서도 소홀할 수 없습니다. 특히 후자에는 샘 레이미의 1편에서 그 유명한 대사1를 통해 시사했던 슈퍼 히어로의 비애이자 숙명을 얹으면서 성장통을 더하고 있습니다.

소니와 마크웹이 숨긴 비장의 무기

기본적으로 그것만 가지고 악역을 도구로 삼아 내러티브를 완성했다면 좋았겠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속편과 <시니스터 식스>를 위한 설정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묘수가 아닌 악수를 둔 꼴이 됐습니다. 그런 까닭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는 과부하가 걸리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악역으로 등장하는 일렉트로와 그린 고블린은 거의 허비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두 캐릭터 모두 스파이더맨의 인간미와 고뇌를 살리는 데 적절한 사연을 갖고 있으나 제대로 풀어내질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10대인 피터 파커만의 성장통으로 그웬 스테이시와의 관계를 다루는 것에 이어서, 스파이더맨의 그것으로 일렉트로와 그린 고블린(해리 오스본)을 좀 더 심도 있게 조명했다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슈퍼 히어로의 또 다른 갈등과 고민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감독이 마크 웹인 것을 감안한다면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안타깝습니다.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결점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심지어 슈퍼 히어로의 로맨스라기엔 역대 최고로 오글거려서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라는 불만마저 갖게 했지만, 결말로 치달을수록 마크 웹이 거기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중을 할애한 이유가 밝혀집니다. 특히 원작의 팬이라면 흥분에 휩싸일 여지가 큽니다. 제게 있어서는 모든 슈퍼 히어로 영화를 통틀어 최고의 XX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소니와 마크 웹의 과욕이자 승부수가 낳은 비장의 무기입니다. 더불어서 결말을 발판으로 하여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은 분명 한 단계 성장했고 성숙했다는 것이 에필로그를 통해서 나타납니다. 물론 이 또한 깊이 들어가지 않았고 다소 유치하게 보이긴 했지만 꽤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아마 여러분도 마지막까지 보시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상영시간이 두 시간을 훌쩍 넘는 이유를 깨달으시게 될 겁니다. 이제 남은 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과연 소니의 프랜차이즈 영화에 있어서 큰 전환점으로 작용하게 될지, 아니면 허장성세의 일부를 이루는 선에서 그치게 될지 지켜보는 것입니다.

★★★☆

덧) 정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를 효과적으로 설명하려면 스포일러의 발설이 필수적이라서 참습니다. 저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와우"라는 말로 감탄했고 최고의 스파이더맨 영화라는 데 동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파이더맨 영화를 보면서 잠시나마 재미와 흥미를 느꼈던 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처음입니다. 결말만 두고 주자면 별 네 개입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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