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리쌍의 길이 곧바로 무한도전 자진하차를 알렸다. 이에 대해 무한도전 역시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상당히 이례적인 속도라 할 수 있다. 일단 세월호 참사에 대한 노이즈가 되지 않도록 하려는 무한도전 김태호PD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일 것이다.
길의 사고로 가장 복창이 터지는 사람 역시도 김태호 PD일 것이다. 단발도 아니고 두 개의 중장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상황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물의를 일으킨 하차이기 때문에 이미 촬영한 영상을 대대적으로 편집해야 하는 수고는 물론이고 그로 인한 완성도 저하는 피할 수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동안은 예능 방송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시간은 벌었다고 하겠지만 일곱 명으로 짜둔 많은 계획들이 뒤틀어진 것은 결코 쉽게 봉합되지 않을 상처가 틀림없다. 길의 하차는 어쩌면 길보다도 죄 없는 무한도전이 대신 벌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일반 회사원들도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 형벌적 의미로 파면과 해고가 주어지듯이 연예인들도 자진하차, 자숙이라는 느슨한 의미가 아닌 좀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어차피 자숙이라고 해도 방송출연만 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개인생활에는 아무 지장도 없지 않은가.
일시적 방송 중단이 나름 연예인에게 형벌이기는 하겠지만 연예인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주는 감정적 피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음주운전은 타인을 해칠 수 있는 살인 예비행위나 다름없지 않은가 말이다.
수백 명의 목숨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애도하고, 함부로 숨도 쉬지 못할 상황에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게 자진하차와 자숙은 형벌이 아니라 어쩌면 면피에 더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연예인에게 성직자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애도도 부족할 판에 음주운전이라는 방종을 저지른 길에게 자숙이라는 단어는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